[20th SRE]한진그룹, 여전히 싸늘한 시선

[워스트]침체된 업황에 재무건전성 악화
  • 등록 2014-11-10 오전 10:40:00

    수정 2014-11-10 오전 10:40:00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신용등급이 여러 차례 강등된 후 내놓은 재무구조 개선 계획 중 상당부분을 이행했지만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은 시장의 불안을 완전히 잠재우지는 못했다. 결국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은 지난해 9월 진행된 18회 SRE에 이어 3회 연속 워스트 레이팅 상위권에 올랐다. 20회 SRE에 또 다른 주요 계열사인 한진(A- 부정적)을 포함했지만 그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20회 SRE에서 139명 가운데 30명(21.6%·중복응답)이 대한항공·한진해운·한진의 신용등급 적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20회 워스트 레이팅에서 두 번째로 많은 득표수다.

최근 국제유가가 하락해 ‘육(陸)-해(海)-공(空)’ 운송업에 비중이 쏠려있는 한진그룹으로선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유가가 10% 내리면 대한항공의 영업이익은 4000억여원, 한진해운의 영업이익은 190억원 정도 증가한다는 분석이 있다. 그러나 크레디트업계는 단순한 비용 절감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기엔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항공, 재무상태 아직 ‘흐림’

대한항공(003490)은 S-Oil 지분과 항공기 일부를 매각해 2조여원을 마련했다. 그러나 자금은 자체 재무건전성을 개선하기보다 한진해운(117930)을 지원하는 데 쓰였다. 한 시장 관계자는 “S-Oil에서 배당으로만 지난해 800억원 가량을 받았고 지배주주순이익도 챙기는 등 대한항공의 S-Oil 지분 보유 매력은 컸다”며 ‘죽 쒀서 X 준 셈’이라고 격하게 표현했다.

실제로 대한항공 재무상태는 제자리를 유지하지도 못했다. 상반기 말 기준 총차입금은 꾸준히 증가해 14조원에 이르렀다. 부채비율은 700%에 육박했다. 단기 상환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유동비율은 2012년 말 54.2%였지만 지난해 말 40.5%, 상반기 말 38.6%로 저하됐다.

대한항공은 항공기 가격이 비싼 항공업 특성상 부채비율 증가는 어쩔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한항공의 재무안정성은 다른 항공사와 비교했을 때도 낮은 수준이다.

NICE신용평가가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한 유럽·아시아권 항공사와 대한항공의 총차입금, 미래 운용리스료 지급부담, 순확정급여부채 등 주요 부채에 대한 채무상환능력을 비교한 결과, 대한항공은 유럽·아시아권 13개 항공사보다 재무안정성이 떨어졌다.

구본욱 NICE신평 책임연구원은 “투하자본 대비 현금창출력 개선 정도가 다소 미흡하다”며 “지속적으로 운영효율성을 개선하고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다각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본업인 항공에서 회복세가 나타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 또한 시장의 걱정거리다. 여객부문은 중국인 환승수요로 버텨왔지만 중국 항공사가 신형 항공기를 도입하는 등 중국으로 환승수요를 빼앗길 가능성도 있다.

실적 개선의 발목을 잡는 또 다른 요인은 저비용 항공사(LCC)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8월 누적 국내·국제선 여객 수는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9.3%, 10.0% 증가했다. 같은 기간 LCC 국내·국제선 여객 수는 각각 31.8%, 12.7% 늘어난 데 비해 대한항공의 국내선 여객 수는 외려 0.6% 줄었고 국제선 여객 수는 0.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 대한항공 정기·부정기 여객부문은 LCC와 북핵사태, 동남아 정정불안 등 악재에 발목 잡혀 총 수송량이 전년 대비 3.7% 감소했고 수송금액은 전년비 5.5% 줄었다. 수송량 감소 폭보다 수송금액 축소 폭이 더 커진 점을 고려했을 때 수송단가(Yield)가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화물부문 또한 침체된 세계 경제에 과잉공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대한항공 정기·비정기 화물부문 총 수송량은 6.03%, 총 사업금액은 10.0%로 각각 전년대비 급감했다.

LCC는 화물부문의 성장에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결과 8월 누적 대한항공 국제 총화물은 97만8114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늘었지만 에어부산,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등 LCC는 국제 총화물 증가율이 40% 내외에 이르렀다.

국내 총화물에서 진에어는 전년동기 대비 75.9% 늘어났고 에어부산, 티웨이항공 등의 국내 총화물 증가율도 20%를 웃돌았다. 반면 대한항공은 전년대비 2.9% 증가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강력한 경쟁자 등장과 나빠지는 재무지표 등에도 대한항공은 투자를 더욱 확대하고 있다. 보잉 등과 항공기 구매계약을 체결한 금액이 6월 말 기준 76억9000만달러(달러-원 환율 1030원 기준 7조9207억원)에 이른다. 미국 LA 윌셔그랜드호텔 재개발에 투입되는 비용 또한 10억달러에 달한다.

익명을 요구한 크레디트 연구원은 “LCC가 동남아 노선까지 확대하면서 기존 대형 항공사를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장거리 노선에서 수익성을 회복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며 “인력관리, 항공기 투자 등 방만한 경영부터 정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진해운 지원 여력도 한계

더 큰 문제는 대한항공이 짊어진 한진해운이다. 이미 대한항공에서 한진해운으로 흘러간 자금이 담보대출 2500억원, 유상증자 4000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크레디트 업계는 이것이 끝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한진해운의 재무지표가 날로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선 데 이어 3분기 순이익까지 흑자 전환했지만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에 이어 여전히 1000%를 훌쩍 넘는다.

올해를 넘겨도 내년이 문제다. 내년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와 단기차입금은 각각 7048억원, 4236억원인 데 비해 6월 말 기준 보유한 현금과 현금성자산은 3546억원에 불과하다. 게다가 지난해 결산에서 부채비율 유지조항을 위배해 선박금융과 회사채 관련 조기상환 의무가 발생할 수 있다.

한 SRE 자문위원은 “한진해운은 이자비용 대비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2010년 3.4배를 기록한 이후 상반기까지 1배를 밑돌고 있어 이자만 겨우 내는 수준”이라며 “지원사격에 나선 대한항공 재무상태도 빡빡해 시장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해운업황에 대한 우려도 크다. 지난 10월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향후 12~18개월 해운업계 전망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 둔화와 새로 건조된 선박이 지속적으로 유입돼 공급이 수요보다 많을 것”이라며 “컨테이너·드라이 벌크·원유 탱커부문 운임은 계속 낮은 수준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SRE 자문단에서는 선박 등 자산을 장부가치(Book value)에 지나치게 높은 수준으로 반영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실제 지난해 말 골드만삭스는 아시아 해운업계 관련 보고서에서 한진해운이 보유한 선박 등 자산에 시장 가치를 반영, 공정가액으로 환산할 경우 현재 장부가액이 3.5배 고평가됐다고 설명했다. 자산의 장부가치를 투자자산의 회수 가능성을 고려한 순실현가치(NRV)로 바꾸려면 100% 넘게 감액상각해야 하는 셈이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업황까지 안 좋아지는 상황에서 수익성을 개선하거나 부채를 축소해야 하지만 어느 쪽도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차라리 등급이 ‘BBB’급으로 떨어지면 운용사가 하이일드로 편입하는 등 회사채 수요를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20th SRE’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20th SRE는 2014년 11월11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161, bond@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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