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대신 핀테크..SKT-하나금융지주 혈맹 의미는?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SK텔레콤(017670)과 하나금융지주(086790)가 지난 17일 합작투자 계약을 맺고 자본금 500억 원 규모의 핀테크 합작회사를 만들기로 하면서 합작 배경과 앞으로의 계획에 관심이 쏠린다.

새로 만들어지는 회사는 ‘모바일 기반의 생활금융 플랫폼’을 기치로 내걸었는데, SK가 현재의 은산(은행업과 산업자본)분리 규제개선을 기다리기보다는 간편결제나 국내외 간편송금, 모바일 자산관리 같은 은행 면허 없이 할 수 있는 전자금융사업을 본격화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500억의 자본금 중 SK텔레콤이 49%, 하나금융지주가 51%의 비율로 출자하고, 대표이사는 하나금융지주가 지명토록 하면서 하나금융지주 자회사로 출범시켜, 국회에서 논의 중인 산업자본의 50% 출자 가능 규정도 고려했다.

김용태 의원 발의법의 경우 상호출자제한 기업(재벌회사)도 가능하며 동시에 산업자본의 50% 지분 참여를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중 법인 설립 등기가 예상되는 ‘하나-SK 생활금융플랫폼(가칭)’은 예금이나 대출 같은 전통적인 은행업이 아니라, 간편결제(지불결제)나 간편송금(송금환전), 크라우드 펀딩(금융투자) 같은 전자금융서비스에 일단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양사 역시 공식 자료에서 SK텔레콤 및 하나금융그룹 고객을 대상으로 내년 상반기부터 생활 밀착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하나금융지주와 합작투자 계약을 체결하고, 모바일 기반의 생활금융 플랫폼 사업을 추진한다고 18일 밝혔다. 사진 좌측부터 SK텔레콤 이형희 총괄, 하나금융그룹 김정태 회장, SK텔레콤 장동현 사장, KEB하나은행 함영주 은행장이다.

‘통합 핀테크 앱’ 출시…KG이니시스·네이버·카카오·토스와 경쟁

SK텔레콤과 하나금융지주는 하나금융그룹 관계사의 금융 상품 및 모바일 금융 서비스 노하우에 SK텔레콤의 모바일 플랫폼 기술력과 마케팅 노하우를 더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고 밝혔다.

간편결제, 국내외 간편송금, 모바일 자산관리 등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향후 이를 해외로 연계해 글로벌 플랫폼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라고 했다.

특히 핵심가치는 여신이나 수신 등 자체 자금 운용을 통한 수익 창출이 아니라 고객에게 편리하고 안전하면서도 저렴하게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새로운 통합 핀테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입부터 이용까지 보안상 여러 단계를 거쳐야만 했던 기존 금융 서비스의 불편을 개선해, 결제, 송금, 금융정보 조회, 자산관리 등을 쉽고 빠르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고객 편의성을 제고할 방침이라면서, 금융 서비스와 이동통신 제휴사의 다양한 혜택(데이터, 멤버십 할인, 콘텐츠 구매 등)을 한데 묶어 앱 하나만으로 모든 서비스에 연결되는 통합 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업계는 KG이니시스(035600)와 KG모빌리언스(046440), 네이버(035420)의 전자지급결제대행(PG) 및 간편결제, 카카오(035720)의 뱅크월렛카카오나 비바리퍼블리카 토스의 간편송금, 8퍼센트의 P2P 대출 등과 협력과 동시에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양사는 핀테크 스타트업 육성 및 협력을 통해 개발 단계부터 협업해 금융사업에 접목하겠다고 했지만 경쟁도 불가피한 것이다.

KT가 주도하는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 관계자는 “SK와 하나금융지주는 전자금융사업을 하려는 것”이라면서 “간편결제와 간편송금부터 기존 기업들과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터넷 은행 포기 아니다 …일단 간편결제부터 진출

지난해 인터파크 컨소시엄으로 인터넷은행 예비인가에 참여했다가 고배를 마신 SK가 이번에 하나금융지주와 합작사를 만드는 것과 관련, 업계는 일단 인터넷은행 진출은 법개정 여부를 지켜보고 현행 제도에서 진입 가능한 간편결제나 간편송금부터 시작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케이뱅크는 자본금이 2500억 원이나 되지만 ‘하나-SK 생활금융플랫폼(가칭)’은 자본금이 500억 원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강석진 의원 법안과 김용태 의원 법안 등 국회에는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50% 소유가 가능한 법안이 2개 발의돼 있는데 강 의원 법안은 상호출자제한 기업(총수가 있는 기업)의 진입은 금하고 있고 김 의원 법안은 그렇지 않다”며 “여론이 재벌 은행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많아 SK가 당장 은행업에 들어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SK관계자는 “은행업과 무관하게 생활금융플랫폼을 강화하려는 것”이라면서 “빠르면 이달 중 법인 설립 등기를 하게 되고 내년 상반기부터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SK텔레콤 인력 중 일부는 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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