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릴 아주 푸대접했다" 성난 농민들…유럽 점령한 트랙터 시위

농업 규제·저가 농산물 범람에 유럽 곳곳서 농민 시위
각국 정부, 농심 달래기 고심
佛, 축산농가에 年 2000억원 보조금…남미와 FTA도 제동
EU도 우크라산 농산물에 세이프가드 도입
  • 등록 2024-02-02 오전 11:24:28

    수정 2024-02-02 오후 1:29:02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프랑스 등 유럽 전역이 성난 농심에 휩싸였다. 각국 정부는 농민에게 보조금을 약속하고 저가 우크라이나 농산물에 대한 수입 규제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농민 달래기에 나섰다.

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연합(EU) 농업정책에 항의하는 농민이 경찰관에게 달걀을 던지고 있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프랑스24 방송에 따르면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총리는 축산 농가에 1억 5000만유로(약 2200억원) 규모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이날 발표했다. 또한 유럽연합(EU) 기준보다 더 강력한 농약 규제를 도입하기로 했던 계획을 중단하기로 했다. 그는 “프랑스의 농업 특례는 단순한 예산 문제가 아니다. 프랑스의 자부심과 정체성에 관한 문제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역시 유럽의 농업이 중대한 위기에 직면했다며 EU와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우즈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만나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프랑스 정부가 농업계에 이 같은 당근을 내민 건 유럽 곳곳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농민들을 달래기 위해서다. 프랑스, 벨기에, 독일 등 유럽 곳곳에서 2주 가까이 농민들이 트랙터를 동원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 농민은 EU의 농업·환경 규제와 우크라이나 등에서 생산된 저가 농산물 범람에 항의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내민 당근에 농민단체도 한발 물러섰다. 전국농민연맹(FNSEA) 등 프랑스 농민단체들은 이날 도로봉쇄를 중단하기로 했다. 아르노 루소 FNSEA 의장은 “아탈 총리가 정말 우리를 위태롭게 하는 게 무엇인지 이해하기 위해 경청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EU도 전날 농심 달래기에 나섰다. EU는 우크라아나산 가금류와 설탕·달걀 수입량이 2022~2023년 평균치를 넘으면 관세를 부과하는 세이프가드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2021년 러시아가 유럽의 곡창 지대인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EU는 식량 공급망과 우크라이나 농가 보호 차원에서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에 대한 관세를 면제해왔다. 다만 세이프가드 대상에서 곡물은 제외됐다. EU는 또한 휴경 규제도 올해는 완화하기로 했다.

이 같은 당근에도 프랑스를 제외한 다른 유럽 국가에서 농민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이날도 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선 농민들이 유럽에회에 달걀과 돌을 던지고 폭죽을 터뜨렸다. 스페인 농민단체 호세 마리야 카스티야는 “우린 EU 집행위가 매일 발의하는 미친 법안을 중단시키고 싶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포르투갈에서도 농산물 수입과 보조금 삭감 등에 항의하는 농민들이 스페인으로 통하는 주요 도로를 트랙터로 점거했다. 여기에 참가한 호세 마르틴스는 “몇 년 동안 포르투갈 농민들은 아주 푸대접을 받았다”며 “나는 이것이 사람을 다루는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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