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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하이닉스에 대한 46조원 규모 투자 계획을 밝히자 크레디트업계에선 우려섞인 반응을 보였다. 구체적인 생산계획이 발표되지 않아 신용도 분석은 어렵지만, 46조원이란 숫자가 갖는 무게는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000660)는 전일(25일) 지난 2014년 이후 10년간 총 46조원을 반도체 공장 신설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최대 월 20만장 규모의 300㎜ 웨이퍼 생산을 할 수 있는 M14에 15조원을 투자하는데, 올해 말 월 3000장의 웨이퍼 생산능력을 갖춘 뒤 점차 생산력을 확대할 예정이다. 또 새로운 반도체 공장 2곳에도 31조원이 투자되는데, 이들 공장에서 어떤 제품을 생산할 지는 아직 정해지진 않았다.
M14에 대한 투자는 노후화한 M10 공장을 대체하는 투자로 SK하이닉스의 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으리라고 분석된다. 신평사들의 평가방법론상 기존 노후 설비에 대한 대체 투자는 신용등급을 내릴 만한 요인으로 받아들이진 않기 때문이다.
다만 M14의 생산능력이 얼마나 증강될지에 대해서는 살펴봐야 할 포인트로 꼽는다. 현재 D램 반도체 시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생산량이 급격히 늘어나면 신용등급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현재 우리나라에선 이천공장 1곳과 청주 소재 공장 3곳, 중국공장 1곳을 운영 중인데, 여기다 2곳을 추가로 운영하게 되면 생산량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게 크레디트업계의 분석이다.
이 때문에 향후 10년간 31조원을 투입해 새롭게 신설할 공장이 어떤 제품을 생산할지에 이목이 쏠린다. 기존에 생산하지 않았던 새로운 반도체 제품을 생산하게 되면 수익성이 증명되지 않아 당장의 신용도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제품 생산으로 앞으로 수익성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여주면 신용도는 다시 긍정적인 분위기로 돌아설 여지는 있다. 물론 이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도 신설 공장의 생산 계획이 구체화돼야 가능하다.
한 크레디트 연구원은 “10년에 걸쳐 천천히 투자를 할 것이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신용등급이 낮아질 가능성은 적지만, 반도체 업황 개선이 안 되는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레버리지비율이 높아진다면 신용도에 경고등이 커질 수 있다는 신호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용어설명
레버리지비율= 기업이 자기자본이 아니라 타인자본에 의존하고 있는 정도와 타인자본이 기업이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는 비율로, 재무위험을 살펴보는 데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