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현관에 걸렸던 베트남戰 묘사 그림에 무슨일이?

'친일' 논란 김기창 화백이 그린 '적영'
국방부 1층 로비서 철거
"예술품 재배치 중"…확대해석 경계
또 다른 베트남전 묘사 작품은 그대로
  • 등록 2018-03-18 오후 8:00:00

    수정 2018-03-18 오후 8:00:00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국방부 청사 현관에 들어서면 정면에 가로 2m 세로 3m 크기의 그림 한점이 있었다. 운보 김기창(1913~2001) 화백의 작품 ‘적영’(敵影·적의 그림자)이다. 그러나 국방부는 지난 16일 이 그림을 떼어냈다. 국방부는 청사 내 예술품 재배치 계획에 따른 것이라고 했지만, 이 그림을 그린 운보가 ‘친일’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인물인 것과 문재인 대통령의 베트남 순방을 앞두고 이뤄진 것이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그림은 베트남 파병 당시 가장 치열했던 전투로 알려진 638 고지전을 화폭에 담은 것이다. 은밀하게 적진에 침투하는 우리 맹호부대 장병들을 묘사하고 있다. 매섭고 긴장한 눈빛이 생생하다. 긴박했던 전투 상황을 생동감 있게 그려냈다. 운보는 1972년 베트남을 방문한 후 월남전쟁기록화전에 적영을 출품했다. 당시 국무위원들은 이 그림을 구입해 국방부에 기증해 국방부 현관에 걸리게 됐다.

국방부 1층 현관에 걸려 있던 운보 김기창 화백의 ‘적영’(왼쪽)과 ‘친일’ 그림으로 평가받는 ‘적진육박’. 두 작품은 30여년의 시차를 두고 그린 것이지만 포복한 군인의 모습이 거의 흡사하다. [출처=국방부·민족문제연구소]
적영 그림에는 얽힌 이야기들이 많다. 1979년 12월 12일 국방부를 습격한 군사쿠데타 세력이 쏜 총탄에 그림이 훼손됐다. 당시 총탄은 그림 속 국군 병사의 눈을 관통했다고 한다. 군은 나중에 훼손된 부분을 복원했다. 한국과 베트남이 수교한 이후 2001년 팜 반 짜 당시 베트남 국방부 장관 방한 당시 국방부는 이 그림 때문에 고민을 했다. 베트남 국방장관이 이 그림의 배경을 알게 되면 불편해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국방부는 작품 배경을 설명한 동판에 사포질을 해서 흐릿하게 만들어 잘 보이지 않게 만들었다고 한다.

특히 적영은 ‘친일’ 논란에 중심에 선 작품이기도 하다.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 따르면 운보는 24살 때인 조선미술전람회(선전)에서 최고상을 받아 27살때 선전 추천작가가 됐다. 이후로 광복 전까지 일본 군국주의에 동조하는 작품활동을 벌였다. 그가 1944년 출품한 ‘적진육박’이라는 그림이 대표적이다. 이 그림은 일제강점기 당시 남양군도에서 적진인 미군을 향하고 있는 일본군을 묘사하고 있다. 문제는 적진육박에서 묘사한 인물과 적영에서 묘사한 국군 맹호부대원이 ‘판박이’라는 점이다. 언뜻보면 똑같은 그림에 국군 군복만 입혀 놨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포복 모양이 비슷하다.

이 때문에 10여년 넘게 적영을 국방부 청사에 전시하는 것이 맞느냐는 논란이 일었다. 이번 그림 철거가 이를 의식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그림은 당분간 창고에 보관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방부 1층 로비에 있는 또 다른 베트남전 묘사 그림 ‘꽃과 병사와 포성’은 그대로 걸려 있다. 이 그림은 천경자(1924~2015) 화백의 1972년 작품으로 맹호부대 장병들의 촌락지역 수색작전 장면을 화폭에 담은 것이다. 적영 그림 철거와 관련, 국방부는 “운영지원과의 청사 내 예술품 재배치 계획에 따른 것으로 국방차관의 지시가 아니며,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과도 무관한 것”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한편 국방부에 따르면 군 소유 미술품은 3390여점에 달한다. 육군이 1840여점, 해군이 670여점, 공군이 880여점을 갖고 있다.

국방부 청사 1층 로비에 걸려 있는 또 다른 베트남전 묘사 그림인 천경자 화백의 ‘꽃과 병사와 포성’ [사진=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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