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트럼프 왔다…韓 경제도 초불확실성의 세계로

'아메리카 퍼스트'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현대硏 "한·미 FTA 폐기시 고용 3만개 감소"
"미국産 수입 더 늘리는 현실적인 노력 필요"
  • 등록 2017-01-22 오후 4:28:01

    수정 2017-01-22 오후 4:28:0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45대 대통령 취임식이 끝난 뒤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관중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트럼프노믹스의 내용이야 이미 나온 것이지요. 문제는 얼마나 보호무역을 할 지인데, 알 수가 없네요.”

국내 정책당국 한 고위인사가 보는 트럼프 시대는 ‘낯섬’ 그 자체다.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사에서도 드러난 미국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는 이미 선거전 때부터 알고 있는 것이지만, 여전히 낯설 게 다가온다는 설명이다. 경제전망을 주로 맡는 이 인사는 “부정적인 영향이라는 감을 잡는 정도이지,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말마따나 초(超)불확실성의 몸통이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 경제는 도대체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게 될까.

“국내 일자리 3만개 감소”

당장 현실화 가능성이 높은 건 G2(미국·중국) 분쟁으로 인한 악영향이다.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건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층을 휘어잡으려면 초기 공약 이행은 과격성을 띨 가능성이 높고, 그 첫 타깃은 중국이 될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미국이 중국 상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다면, 중국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똑같이 미국을 향해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대중(對中) 중간재 수출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만 표적으로 한다고 해도 (중국의 미국 수출이 감소하면) 우리 수출에는 굉장히 악영향이다”(안동현 자본시장연구원장)는 분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22일 자체 추정한 분석을 참고할 만하다. 중국의 대미 수출이 10% 감소할 경우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이 1.5% 감소할 것으로 본 것이다. 지난해 대중 수출 1244억달러 기준으로 보면 18억7000만달러, 그러니까 연 2조원이 넘는 규모다.

실제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는 위생·검역(SPS), 기술장벽(TBT) 등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는데, 특히 중국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2008년 이후 버락 오바마 행정부 8년간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 중 90% 이상이 중국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미국의 전세계 보호무역 조치 중 중국에 해당하는 비중은 1992∼1999년 75.0%에서 2000∼2007년 87.3%로, 2008∼2016년 다시 90.8%로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발 더 나아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폐기 혹은 재협상도 마냥 배제할 수 없는 변수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백악관 홈페이지를 통해 밝힌 무역 기조는 의미심장하다. 6대 국정기조의 마지막 항목으로 ‘엄격하고 공정한’ 무역협정을 강조한 것이다. 당장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탈퇴가 가시권에 들어간다. 한미 FTA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미국의 우리나라에 대한 관세가 FTA 발효 이전 수준으로 상승하는 경우를 가정해 추정한 결과, 올해 30억9000만달러의 대미 수출 손실액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이후로도 매해 32억달러→33억1000만달러→34억2000만달러 손실이 날 것으로 연구원은 봤다. 연평균 32억5000만달러, 우리 돈으로 4조원 가까운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얘기다.

수출 뿐만 아니다. 국내 고용 역시 3만명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트럼프 집권 기간 연평균 감소분 추정치는 3만2000명이다. 연구를 진행한 정민 연구위원은 “대미 수출은 물론 대중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하연 BNK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나라에 상당 수준의 보복관세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면서도 “전세계 무역전쟁은 당분간 국내 수출기업 입장에서는 악재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민감한 ‘환율조작국’ 이슈

환율 문제도 민감한 이슈다. 미국은 ‘환율조작국’의 요건으로 △대미 무역흑자 200억달러 이상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흑자 비중 3% 이상 △한 방향의 반복적인 외환시장 개입 등을 거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앞선 두 가지에 충족돼 ‘관찰대상국’에 지정된 상태다.

이 역시 보호무역 후폭풍과 비슷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것으로 공약한 상태다. 그 불똥이 우리나라에도 튈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재무부는 환율조작국을 향해 자국 통화가치 저평가(평가절하)와 대미 무역흑자 등의 시정을 요청할 수 있다. 1년이 지난 후에도 개선되지 않으면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한 압박 등 구체적인 제재가 가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때문에 미국산(産) 제품의 수입을 늘리는 식의 현실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셰일가스가 대표적이다. 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한미 FTA 체결 이후 우리나라가 전세계 수입 물량을 줄였지만 미국산은 줄이지 않았다”면서 “이런 걸 통해 설득하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수입선을 (미국 중심으로) 다양화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고 했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은행 등 정책당국이 외교부 등과 더 긴밀하게 공조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한 고위인사는 “(선제적으로 움직이기 보다는) 한동안은 ‘대응의 영역’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가려지지 않는 미모
  • "내가 몸짱"
  • 내가 구해줄게
  • 한국 3대 도둑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