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미FTA 전방위적 개정 요구…공정위에도 불똥 튀어

美 “자료 접근권·교차 신문권 보장해라”
공정위, 퀄컴 1조원 과징금 부과 연계
공정위 "상이한 법제도에 지나친 요구"
투명한 절차 개선 기회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 등록 2017-11-12 오후 5:51:53

    수정 2017-11-12 오후 5:54:29

한국과 미국 통상당국이 한미 FTA 개정 시작여부를 논의하기 위한 양국 특별 공동위원회를 22일 08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개최했다. 양국 수석대표인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 대표가 영상회의를 갖고 있다. 양국 대표단이 수석대표간 회담을 경청하고 있다. 산업부 제공.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트럼프 정부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요구가 제조업·농산품 등 상품 분야뿐만 아니라 경쟁법 집행 절차 개선까지 전방위적으로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법제도 근간을 흔드는 문제라 향후 한미FTA 개정협상이 시작될 경우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12일 산업통상자원부,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8월 열린 한미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에서 공정위의 경쟁법 집행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법 집행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하게 압박했다. 이는 공정위가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에 1조원 규모의 과징금을 물린 사건과 연결돼 있다.

美 “자료 접근권·교차 신문권 보장해라”

논란의 핵심은 ‘증거자료 접근권’과 ‘참고인 교차신문권’ 두가지다. 한미FTA 협정문 제 16장(경쟁 관련 사안)은 당사국은 피심인이 모든 증인 또는 심리에서 증언하는 그 밖의 인을 반대신문하고 판정이 근거할 수 있는 증거와 그 밖의 수집된 정보를 검토하고 , 반박할 수 있는 ‘합리적인 기회’를 가지도록 보장한다고 적시돼 있다.

미국 측은 공정위가 이를 제대로 준수하지 않고 미국 기업에 불리한 방식으로 경쟁법을 집행하고 있다는 주장하고 있다. 특히나 1조원 과징금을 물고 소송을 진행 중인 퀄컴측에서 소송 전략 등과 연관해 강하게 문제제기를 하고 있어 미국 측이 협상테이블에 올릴 가능성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한미FTA 이행 문제인지 개정 문제인지 불분명하지만 공정위 법 집행 개선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 “향후 협상이 개시될 가능성을 염두에 놓고 대응 논리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거자료 접근권은 법위반 혐의 입증과 관련된 증거자료를 제재 대상자인 피심의인도 볼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미국 정부는 자국이 채택하고 있는 증거개시(디스커버리)제도처럼 피심의인에게 공정위가 갖고 있는 모든 증거서류 등의 열람·교부를 해야 충분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는 영미법 체계와 대륙법 체계가 상이한데도 미국 측이 지나치게 미국제도로 변경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대륙법 체계를 도입한 유럽연합(EU)이나 일본 등도 사법절차에 디스커버리제도가 없어 피심의인에게 모든 증거서류를 공개하고 있지 않다는 얘기다. 더구나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해당)를 발송할 때도 영업비밀보호를 제외한 대부분 증거자료도 첨부해서 발송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미국은 변호사 윤리규정이 엄격해 피심의인 대리인에게도 영업비밀까지 볼 수 있도록 제도로 보장하고 있지만, 우리 사법환경과는 차이가 있어 미국측 요구를 수용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교차신문권은 심사관(검찰 해당)과 피심의인이 직접 이해관계자를 불러 교차로 신문할 수 있는 권리인데 미국측은 공정위가 보장하고 있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공정위 사건절차규칙에 명확한 규정은 없지만, 공정위는 미리 통보할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퀄컴 측은 당시 교차신문권을 보장받지 못해 패소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공정위 측은 사전에 요구하지 않은 상황에서 퀄컴이 결국 권리를 포기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당시 퀄컴 심의과정에서 충분히 교차신문권도 보장했는데 터무니 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면서 “소송 전략 차원 이상 이하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절차 개선 기회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미국측의 요구가 현실성이 없다는 주장이지만, 법체계가 다르다고 마냥 외면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법이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공정위 사건절차를 좀더 투명하게 공개하고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는 요구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 출신 로펌 관계자는 “법체계 차이가 있어 미국측 요구를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긴 어려울 것이다”면서도 “다만 국내기업과 로펌에서도 공정위 조사 자료 공개에 대해 불만이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다툼이 될 증거자료를 최대한 공개하면서 절차를 투명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공정위가 어디까지 조사가 이뤄졌고 확보한 증거가 무엇인지 기록에 남겨있지 않은 게 문제”라면서 “미국측 요구에 못 이겨 일부만 손보고 끝내는 게 아니라 근본적으로 법집행 절차를 개선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깜짝 놀란 눈…뭘 봤길래?
  • "내가 몸짱"
  • 내가 구해줄게
  • 한국 3대 도둑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