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츠는 왜 술배달 안 되나요?

배달의민족·요기요는 주류 배달 가능
미성년자 음주 문제, 라이더와 고객 간 마찰 불거져
쿠팡, 상장 위해 준법경영 강화… 리스크 줄여야
  • 등록 2021-03-12 오전 11:00:00

    수정 2021-03-13 오전 9:04:16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주류 배달에 따른 잡음이 끊이질 않는 가운데 주류 배달을 원천 차단한 쿠팡이츠의 행보가 눈에 띈다. 뉴욕 증시에 상장하며 불필요한 잡음을 차단하고 라이더와 소비자 간 충돌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그래픽= 문승용 기자)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쿠팡이츠에서는 현재 음식을 주문할 때 별도로 주류를 추가할 수 없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국내 1, 2위 배달 앱에서 주류 배달이 가능한 것과 대비된다. 실제로 3개의 배달 앱으로 같은 업체의 주문 창에 들어가면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는 주류를 선택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쿠팡이츠에는 주류 선택 창이 아예 나타나지 않는다.

2016년 국세청은 주류 양도·양수방법에 대한 고시 제11조 1항을 개정해 주류 배달을 허용했다. 그동안은 업소 내에서 술을 마시는 소비자에게만 주류 판매가 허가됐다. 치맥(치킨과 맥주) 등 음식과 함께 술을 즐기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였다.

쿠팡이츠가 주류 배달 서비스를 진행하지 않는 까닭은 배달 앱 주류 배달의 맹점에서 오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최근 미성년자가 배달 앱으로 주류를 주문하는 등 부작용이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배달 앱으로 주류를 주문하게 되면 성인인증을 거쳐야 하지만 성인인 부모나 형제의 개인정보를 이용하는 미성년자의 주문은 걸러낼 수 없다.

배달 앱에서는 라이더가 주류 배달 시 고객과 대면해 신분증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미성년자를 걸러내곤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고객이 신분증 제시를 거부할 경우 원칙적으론 주류를 배달해서는 안되지만 일부 점주들은 경영상 융통성을 이유로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더라도 배달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한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는 라이더와 고객 간 다툼이 벌어지는 일도 생긴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고객들이 대면 수령에 불안감을 느껴 배달 상품을 문 앞에 두고 가라는 요구가 잦아지면서 마찰이 빈번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이와 관련한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해당 글에 따르면 라이더 A씨는 주류가 있기 때문에 대면으로 전달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고객 B씨는 “코로나 때문에 불안하니 놓고 가라”고 고집했다. A씨가 음식은 두고 주류를 챙겨 돌아가자 B씨와 그의 남편은 A씨에게 욕설이 담긴 문자를 남기고 전화로 폭언을 했다고 한다.

사진 왼쪽부터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주문 화면. 같은 식당에서 주문을 하더라도 쿠팡이츠에선 별도의 주류 주문란이 없다.(사진=김무연 기자)
여러 해에 걸쳐 미국 증시에 상장을 준비해 온 쿠팡으로서는 실적 외에도 준법 경영, 사회적 책무를 강조하는 현지 분위기를 고려해 법적 문제나 고객과의 다툼을 야기할 공산이 큰 주류 배달을 앞으로도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결정에는 쿠팡이츠가 출범하기에 앞서 영입된 제이 조르겐센 법무·컴플라이언스 최고책임자(CCO)의 판단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조르겐센은 글로벌 로펌, 미국 연방대법원 등을 거친 법률 전문가로 2012년부터 7년간 미국 최고 유통업체인 월마트 부사장 겸 최고윤리경영책임자(CCO)를 맡은 바 있다. 월마트에서 준법경영 프로그램을 만들어 법적 리스크를 최소화한 인물을 영입할 정도로 준법 경영에 공을 들여온 상황에서 주류 배달로 인한 리스크를 굳이 안을 이유가 없단 설명이다.

한 배달업계 관계자는 “안주나 야식이 주력인 업장에서는 주류를 함께 배달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매출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입점 점주들의 요구가 큰 편”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쿠팡이츠가 주류 배달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쿠팡이츠의 독특한 업무 방식도 주류 판매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원인으로 꼽힌다. 배달대행업체를 연결하는데 그치는 배달의민족·요기요와 달리 쿠팡이츠는 라이더와 직접 계약을 맺는다. 따라서 라이더와 고객 간 문제가 발생하면 쿠팡이 리스크를 안아야 하는 구조다. 실제로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하는 요기요의 자체 배달 서비스 ‘요기요 익스프레스’도 주류는 배달하지 않고 있다.

제이 조르겐센 쿠팡 법무 및 컴플라이언스 최고책임자(COO)(사진=쿠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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