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된 사나이’ ‘아저씨’ ‘악마를 보았다’ 극장가 스릴러 3파전

납치·폭행 빈번한 ‘현실’맘 편히 즐길 수 있을까
  • 등록 2010-06-24 오후 4:39:00

    수정 2010-06-24 오후 4:39:00

[경향닷컴 제공] <추격자> 이후 3년째 한국영화계엔 스릴러 바람이 이어지고 있다. 올 여름만 해도 <파괴된 사나이> <아저씨> <악마를 보았다>가 개봉 대기 중이다.

그런데 이들 영화엔 또다른 공통점이 있다. 여성이 납치 혹은 살해된 뒤 남은 남성들이 구출 혹은 복수를 위해 대결한다는 점이다. 스릴러의 주인공이 전통적으로 남성이었다는 점을 감안해도, 이 같은 공통 구도는 따로 짚어볼 만하다. 

▲ 왼쪽부터 <파괴된 사나이> 김명민, <아저씨> 원빈, <악마를 보았다> 이병헌

◇납치와 복수 = <파괴된 사나이>는 세 작품 중 가장 이른 7월1일로 개봉일을 잡았다. 목사 주영수(김명민)의 5살난 딸이 납치된다. 그러나 구출 작전은 실패하고, 납치범은 딸과 함께 사라진다. 8년이 흐른다. 주영수는 신앙을 잃고 타락한 삶을 살고 있지만, 그의 아내는 여전히 딸이 살아있다고 믿는다. 아내가 교통사고를 당해 사경을 헤매던 어느날, 주영수는 옛 납치범의 전화를 받는다. 납치범은 딸이 살아있다며 거액의 돈을 요구한다.

영화는 사라진 줄 알았던 부정(父情)을 뒤늦게 깨닫고 동분서주하는 김명민에게 초점을 맞춘다. 납치범은 자신의 물욕을 채우기 위해 아이들을 이용하는 사이코패스로 타인과 감정을 나누지 못하는 괴물이다. 우민호 감독은 “주변 인물들에게는 역사를 주었지만, 납치범에겐 아무런 배경도 주지 않았다. 그 인물이 이해가 되면 무서울 것 같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저씨>는 원빈이 주연이다. 세상과 단절한 채 살아가는 태식은 엄마에게 보살핌받지 못하는 옆집 소녀 소미(김새론)와 조금씩 우정을 쌓는다. 그러나 소미 엄마와 연루된 마약 조직이 소미 모녀를 납치하고, 태식은 세상으로 나서 모녀를 돕기로 결심한다. <태극기 휘날리며>와 <마더>에서 잇달아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역을 맡았던 원빈이 이번엔 보호자로 나선다. 홍보사 측은 원빈의 액션을 강조해 여느 스릴러 장르와의 충돌을 피하겠다는 계획이다.

<악마를 보았다>는 김지운 감독, 이병헌·최민식 주연의 영화다. 감독과 배우의 이름값만 보면 최고 기대작이다. 국정원 경호요원 수현(이병헌)의 약혼녀가 잔인하게 살해당한다. 수현은 범인으로 밝혀진 연쇄살인마 장경철(최민식)에게 잔혹한 복수를 다짐한다. 수현은 경철을 잡아 고통을 준 뒤 놓아주는 일을 반복한다. 하지만 경철은 호적수를 만났다며 오히려 기뻐한다. 영화계에선 폭력과 잔혹성의 표현 수위로만 본다면 지금까지 나온 어느 한국영화보다 높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세 영화 모두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아저씨>와 <악마를 보았다>는 8월 개봉 예정이다.

◇현실의 그림자 = 세 편의 영화가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까. <파괴된 사나이>는 김명민의 열연에 기대를 걸고 있다. 김명민은 PC방에서 범인을 기다리는 장면을 위해 실제로 3일 밤을 자지 않고 촬영에 임했다고 한다. <아저씨>와 <악마를 보았다>는 각각 CJ엔터테인먼트와 쇼박스라는 대형 배급사를 등에 업고 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변수는 바로 ‘현실’이다. 여성이 납치·폭행당하는 일이 빈번히 벌어지는 사회 속에서, 이 같은 소재의 상업영화를 마음 편히 즐길 관객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영화평론가 강유정은 “2001년 이전 할리우드의 SF 심지어 코미디 영화에서조차 백악관,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지는 일이 많았지만, 9·11 테러 이후 아무도 그런 영화를 만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의 할리우드 영화들은 미국 바깥의 장소에서 액션을 펼치는 일이 잦다. 미국 영화인들은 관객이 현실에서 일어난 테러를 영화 속에서 재차 확인하기를 원치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민호 감독은 “유괴는 주인공들의 감정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영화 소재”라면서도 “고통 속에 살고 있는 실종자 가족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부담이 컸다”고 말했다. 아울러 극중 범인을 아무리 잔혹하게 묘사한다 하더라도 아동에게 성범죄는 저지르지 않는 것으로 수위를 낮췄다.

여성의 납치, 유괴가 남성의 대결이라는 드라마를 강조하기 위한 소재로 사용되는 점도 문제삼을 수 있다. 납치된 아이의 어머니가 주인공이었던 <세븐 데이즈>를 제외하면, <추격자> <용서는 없다> <파괴된 사나이> <아저씨> <악마를 보았다>가 모두 남성 사이의 대결을 그렸다. 평론가 강유정은 “법과 제도가 여성을 지켜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유괴와 납치를 영화적으로 즐길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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