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10분만에 발길 돌린 '정부 지명' 기업은행장(종합)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 기업은행 행장으로 첫 출근
노조, '낙하산=독극물' 외치며 4월 총선전까지 출근저지 다짐
  • 등록 2020-01-03 오전 10:33:31

    수정 2020-01-03 오후 12:02:55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1983년 공무원으로 입문해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까지 탄탄대로를 걸었던 윤종원 IBK기업은행 신임 행장. 기업은행 신임 행장으로 나선 그의 첫 출근길(3일)은 험난했다. 기업은행 노조로부터 거센 저항을 받아야 했다.

윤 행장은 최대주주인 정부가 지명한 행장으로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점을 노조 집행부에 피력했지만 소용 없었다. 돌아서는 발걸음에 윤 행장은 ‘다시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겼고 노조는 ‘총선전까지 100일간 출근저지 투쟁을 하겠다’고 답했다.

기업은행 노조의 신임행장 출근저지 투쟁 첫날인 3일. 서울 명동 기업은행 본사 앞에는 현수막이 걸렸다. ‘단 한발짝도 들여보내지 않겠다!’라는 문구와 함께 ‘청와대 낙하산 출근저지 투쟁 1일차’라는 부제가 붙었다.

오전 7시30분경 로비 안에는 조합원들 40여명이 모여 있었다. 이들은 바닥에 깔 방석과 ‘함량미달 낙하산 행장 반대!’라는 플랭카드를 나눠받았다. 7시40분부터는 구호와 함께 노조 집행부의 발언이 있었다. 30분여 집행부의 발언과 노조원들의 ‘투쟁’이란 외침이 번갈아 기업은행 로비를 울렸다.

허권 금융노위원장(농협 소속)은 “청와대는 스스로 돌아보고 당장 낙하산 시도를 멈춰라, 강행한다면 기업은행 노조가 대대적으로 저항에 할 것”이라고 외쳤다.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2013년 야당이던 민주당은 기업은행 낙하산은 절대안된다며 ‘독극물’이라고 했다”면서 “6년만에 그 말을 했던 민주당이 집권세력이 돼 기업은행에 독극물을 마시라고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로비에서 윤 전 수석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IBK기업은행 노조원들 (사진=김유성 기자)
8시 10분이 되자 로비에 있던 약 70여명 노조원들은 로비 정문으로 나왔다. 행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차로 출근할 때 사용하는 정문이다. 이곳 앞에는 소형 바리케이트가 이미 자리잡고 있었다.

노조원들이 스크럼을 짜자 기자들이 그들 앞을 둘러싸는 형태가 됐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8시20분 경 윤 전 수석이 올 것”이라고 귀띔했다. 다른 노조원은 “우리의 출근저지 투쟁은 계속 될 것”이라고 외쳤다.

8시20분이 되자, 주차장 쪽 다른 문으로 부행장급 임원들이 도열하기 시작했다. 신임 행장을 맞기 위한 모습이었다. 허권 금융노위 위원장은 “기업은행 직원들에 대한 배신”이라면서 소리를 쳤다. 기자들까지 몰려가지 임원들은 당황한듯 문 안으로 들어가 모습을 감췄다.

3일 윤종원 신임 기업은행 행장의 출근을 막기 위해 스커럼을 짠 기업은행 노조원들 (사진=김유성 기자)
8시 25분 검은색 그랜저 차량이 기업은행 주차장 입구에 들어섰고 윤 신임행장이 차에서 내렸다. 취재진이 몰려드는 아비규환 속에 노조원들의 “자진사퇴하라”라는 고함이 울려퍼졌다.

노조원들이 만든 스크럼 앞에 윤 행장이 서자 그를 맞은 사람은 허 금노위원장과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이었다. 윤 행장은 이들에게 “(정부 정책에 따라 움직이는) 중소기업은행이고 법에 따라서 (본인은 선임됐다)”고 말했다.

허 금노위원장은 “IBK를 살리려면 자진사퇴하라”면서 “대통령 공약 사항에도 낙하산 인사 근절이 나왔는데 책임져라”라고 답했다. 김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정권에 부담주지 말고 돌아가라”라면서 “개인적인 원한으로 얘기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윤 행장도 지지 않았다. 그는 “(당신들이) 함량 미달 낙하산이라고 하는데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중소기업은행을 튼튼히 만들고 1만4000 기업은행 가족들의 일터를 더 열심히해서 키우겠다”고 항변했다. 덧붙여 그는 “국책중소기업은행”이란 말을 한번 더 언급했다.

윤 전 수석(사진 오른쪽)이 허권 금노위원장과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김유성 기자)
긴장감 속에 잠시 침묵이 흘렀고, 윤 행장은 “두 분 고생 많았다”면서 “또 와서 인사드리겠다”고 말했다. 고개를 돌려 왔던 곳으로 다시 향했다. 그는 자진사퇴 의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차에 올라탔다. 기업은행에 온지 10분만이었다.

윤 행장이 떠난 뒤 노조를 대표해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이 취재진에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직원들 대다수가 우리 투쟁에 동의하고 있고, 출근 저지 투쟁을 총선 전까지 할 것”이라면서 “내로남불하는 민주당과 정권에 반드시 심판하겠다는 각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은행 업무와 금융에 대해 전문성 있는 인사가 와야 한다는 점”이라면서 “관치 금융 관료들을 내려 꽂는 집권 세력에 계속 저항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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