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행장은 최대주주인 정부가 지명한 행장으로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점을 노조 집행부에 피력했지만 소용 없었다. 돌아서는 발걸음에 윤 행장은 ‘다시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겼고 노조는 ‘총선전까지 100일간 출근저지 투쟁을 하겠다’고 답했다.
오전 7시30분경 로비 안에는 조합원들 40여명이 모여 있었다. 이들은 바닥에 깔 방석과 ‘함량미달 낙하산 행장 반대!’라는 플랭카드를 나눠받았다. 7시40분부터는 구호와 함께 노조 집행부의 발언이 있었다. 30분여 집행부의 발언과 노조원들의 ‘투쟁’이란 외침이 번갈아 기업은행 로비를 울렸다.
허권 금융노위원장(농협 소속)은 “청와대는 스스로 돌아보고 당장 낙하산 시도를 멈춰라, 강행한다면 기업은행 노조가 대대적으로 저항에 할 것”이라고 외쳤다.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2013년 야당이던 민주당은 기업은행 낙하산은 절대안된다며 ‘독극물’이라고 했다”면서 “6년만에 그 말을 했던 민주당이 집권세력이 돼 기업은행에 독극물을 마시라고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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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20분이 되자, 주차장 쪽 다른 문으로 부행장급 임원들이 도열하기 시작했다. 신임 행장을 맞기 위한 모습이었다. 허권 금융노위 위원장은 “기업은행 직원들에 대한 배신”이라면서 소리를 쳤다. 기자들까지 몰려가지 임원들은 당황한듯 문 안으로 들어가 모습을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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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원들이 만든 스크럼 앞에 윤 행장이 서자 그를 맞은 사람은 허 금노위원장과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이었다. 윤 행장은 이들에게 “(정부 정책에 따라 움직이는) 중소기업은행이고 법에 따라서 (본인은 선임됐다)”고 말했다.
윤 행장도 지지 않았다. 그는 “(당신들이) 함량 미달 낙하산이라고 하는데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중소기업은행을 튼튼히 만들고 1만4000 기업은행 가족들의 일터를 더 열심히해서 키우겠다”고 항변했다. 덧붙여 그는 “국책중소기업은행”이란 말을 한번 더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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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행장이 떠난 뒤 노조를 대표해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이 취재진에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직원들 대다수가 우리 투쟁에 동의하고 있고, 출근 저지 투쟁을 총선 전까지 할 것”이라면서 “내로남불하는 민주당과 정권에 반드시 심판하겠다는 각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은행 업무와 금융에 대해 전문성 있는 인사가 와야 한다는 점”이라면서 “관치 금융 관료들을 내려 꽂는 집권 세력에 계속 저항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