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미국 국채금리 급등으로부터 촉발된 글로벌 금융시장 혼란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진통이 오히려 최근 10년간 금융위기를 헤쳐나오기 위해 폈던 비전통적인 통화 및 재정부양과 그에 따른 자산가격 급등을 일부 정상화함으로써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을 더 견실하게 만들 수 있는 긍정적인 변화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때 세계 최대 채권펀드 운용사인 핌코 최고투자책임자(CIO)였던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그룹 수석 경제고문은 6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게재한 `시장금리 상승의 배후에 숨은 긍정적 소식을 잊지 말자`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오래전부터 예견됐지만 현실화되지 않았던 미국 시장금리 상승이 본격화하면서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며 “이 때문에 주식시장에서는 대규모 매물이 쏟아지고 있고 채권시장에서도 30여년간 이어져온 강세장이 끝났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운을 뗐다. 그는 “이렇다보니 주택시장과 기업들의 자금 조달, 금융시장 안정, 경제 성장까지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도 했다.
둘째로 시장금리 상승을 이끄는 동력이 부정적인 힘이 아니라는 점도 꼽았다. 엘-에리언 고문은 “통화정책상의 실패나 특정 국가의 크레딧 리스크가 악화된 결과로 금리가 상승하는 게 아니라 경제 성장이 좋고 인플레이션 전망이 좋아지면서 나타난 결과가 지금의 시장금리 상승이라는 얘기”라며 “미국 경제가 호조를 보이고 있고 친(親)성장 재정정책과 인프라 투자 확대, 규제 완화로 경기 확장에 더 힘이 실릴 것이며 이는 글로벌 경제활동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기대했다. 또 지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도 밝혔듯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비전통적 부양조치의 ‘아름다운 정상화’를 지속하고 있으며 이는 올해 좀더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점쳤다.
그는 다음으로 올들어 시장금리가 뛰고 있지만 여전히 금리의 절대적 수준은 역사적 저점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경제 성장이나 인플레이션 전망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며 “특히 지난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20%나 뛰는 와중에도 10년만기 미 국채 금리가 오히려 더 하락했다는 점을 떠올려 봐야 한다”고 지목했다.
이 모두를 고려할 때 그는 “최근 시장금리 상승은 선진국들에서의 더 새롭고 더 나은 경제 패러다임을 위한 일부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일부 고통이 뒤따를 수 있고 다른 시장들이 가격 조정을 받을 수 있으며 일부 경제 성장과 금융시장 안정에 부분적인 리스크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또 “다소 타이트해지고 변동성이 커지는 금융여건으로 인해 가계의 모기지 상환부담이나 기업 자금조달 부담 등이 커질 수 있고 일부 산업은 고전할 수도 있으며 미국 정부의 자금 조달 비용도 높아질 수 있다”면서도 “이런 조정을 겪고 나면 가계나 기업, 정부는 더 큰 수혜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