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생 추모 쪽지엔… “겨우 20살,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 등록 2022-07-18 오전 10:25:09

    수정 2022-07-18 오전 10:25:09

[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아름다운 하늘나라로 이생에 못다 한 삶’

인하대학교 한 건물 앞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는 이 같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 지난 15일 새벽 인천시 미추홀구 인하대 캠퍼스에서 벌어진 여대생 사망사건 이후 학교 측과 학생들은 피해자 A양을 추모하기 위해 해당 공간을 마련했다.

인하대 캠퍼스 내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서 한 학생이 피해자를 향해 추모하고 있다 (사진=뉴스1)
1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16일 만들어진 이 추모 공간에서는 100여 명이 넘는 학생들이 헌화와 묵념을 하며 안타까움을 표하고 있다. 인하대 4학년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학교 선배로서 지켜주지 못해서 너무나 안타깝다”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조금 더 일찍 주의를 기울였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안타깝다”라며 “학교와 학생들이 함께 앞으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라고 연합뉴스에 밝혔다.

인하대 캠퍼스 내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서 학생들이 저마다 추모 쪽지를 적어둔 모습 (사진=뉴시스)
이 밖에도 이곳을 다녀간 학생들은 저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더 이상의 여성 피해자가 없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등의 글을 남기며 A양을 추모했다. 인하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학교 홈페이지에 ‘눈물을 삼키며, 미어지는 가슴을 안고’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올리기도 했다.

총학생회는 “그저 떨리는 입술을 굳게 다물고 터져 나오는 울음을 가까스로 참으며 고개만을 떨굴 뿐”이라며 “어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그렇게 겨우 20살, 누군가의 소중한 친구이자 동기가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머릿속을 맴도는 질문과 끝없는 눈물을 삼키며 미어지는 가슴을 안고 하나뿐인 가족이자 친구 그리고 동기와 후배를 떠나보낸 이들을 위로한다”라며 “우리 곁을 떠난 그를 엄숙히 추모한다. 할 수 있는 말이 이뿐이라 송구스럽다”라고 덧붙였다.

인하대 캠퍼스 내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서 한 학생이 피해자를 향해 추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해당 입장문을 두고 일각에서는 가해자이자 같은 학교 1학년생 김모(20)씨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며 비판이 일기도 했다. 김씨는 인하대 캠퍼스 내에서 또래 여학생 A양을 성폭행한 뒤 5층짜리 단과대학 건물 3층에서 떨어뜨려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사건 당시 김씨는 A양과 함께 술을 마신 뒤 술에 취한 A양을 부축해 인하대 건물로 데려가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A양은 당일 오전 3시 49분께 캠퍼스 건물 앞에서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다가 행인에게 발견됐다.

인하대 여대생 사망 사건 관련, 지난 16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캠퍼스에 추모공간이 마련돼 있다 (사진=뉴시스)
호흡과 맥박이 미미한 A양은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김씨는 A양의 옷을 다른 곳에 버리고 집으로 도주한 상태였다. 이후 김씨는 경찰에 A양이 건물에서 떨어져 사망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A양을 밀지 않았다”라고 고의성을 부인했다.

경찰은 정확한 범죄 혐의 적용을 위해 최근 다양한 상황을 가정한 현장 실험을 했다. 이를 바탕으로 경찰은 김씨가 고의로 A양을 건물에서 떠민 정황이 확인되면 준강간살인으로 죄명을 바꾼다는 방침이다.

여대생을 성폭행한 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모씨가 17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받기 위해 인천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인천지법 고범진 당직 판사는 17일 준강간치사 혐의로 김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준강간치사죄는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간음이나 추행을 한 뒤 피해자를 숨지게 했을 때 적용되며 혐의가 인정되면 무기징역이나 10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는다.

김씨는 이날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전 “피해자에게 하고 싶은 말 없느냐”는 물음에 “죄송합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고 판사는 “피의자가 도주할 우려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라며 영장 발부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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