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벌어진 아이오와주(州) 코커스(당원대회)에서는 민주당은 힐러리 클린턴 전(前) 국무장관(69)이 승리했고 공화당에서는 테드 크루즈(텍사스·46) 상원의원이 승기를 잡았다. 아이오와주와 뉴햄프셔주에서 양당 승리자가 바뀌면서 대선 구도는 다시 안갯속으로 치닫고 있다. 이에 따라 대선주자들은 버지니아주 등 12개 주 경선이 동시에 실시되는 3월1일 ‘슈퍼 화요일’에 사활을 건 승부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美 국민, 기존 정치에 질려”..트럼프에 몰린 표심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개표가 89% 진행된 상황에서 트럼프는 35.1%의 득표율로 15.9%의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64)를 큰 폭으로 따돌리고 승리를 확정지었다. 이에 따라 트럼프는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크루즈 의원에게 당했던 수모를 만회하며 다시 전세를 가다듬는 기회를 마련했다. 아이오와에서 승리를 거머쥔 크루즈 상원의원은 11.6%를 기록해 3위로 밀려났다. 이어 젭 부시 전(前) 플로리다 주지사 11.1%로 4위, 아이오와에서 3위를 기록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던 마르코 루비오 플로리다 상원의원은 10.6%의 득표율로 5위로 추락했다.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는 이민자, 테러리즘 등에 대해 지나친 발언으로 각종 구설수에 오르며 논란의 중심에 서있던 트럼프 인기가 거품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뉴햄프셔 출구 조사에 따르면 불법 이민자로 인한 사회불안과 일자리 위협, 테러리즘 등에 대한 우려 등이 트럼프에 대한 지지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NYT는 아이오아 코커스에서 3위를 기록했던 루비오 상원의원이 햄프셔주에서 부진을 면치 못한 것은 앞서 진행된 대선 후보 토론에서 유권자들에게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것이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샌더스에 밀린 힐러리..대세론 ‘흔들’
민주당은 개표가 89% 진행된 상황에서 샌더스 상원의원이 대선 유력 후보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잡고 60%의 득표율로 1위를 기록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38.4%를 얻는데 그쳤다. 신문은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샌더스 상원의원이 제시한 부자 증세, 미국 금융산업 횡포에 대한 규제 등이 유권자들로부터 큰 지지를 얻었다고 분석했다. 샌더스 의원은 뉴햄프셔 승리로 유권자들에게 자신이 11월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를 물릴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유일한 후보라는 것을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클린턴 후보는 현지시간으로 오후 8시50분께 패배를 공식 인정하며 샌더스 의원에게 전화해 “승리를 축하한다”고 말했다. 앞서 아이오와 코커스에서는 클린턴 전 장관이 샌더스 상원의원을 아슬아슬하게 누르고 1위를 거머쥐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트럼프와 샌더스 상원의원은 모두 기득권 정치세력에 속해 있지 않은 아웃사이더로 통한다. NYT는 “두 아웃사이더들의 승리는 미국 기존정치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질책”이라며 “이들의 승리로 향후 경선 판도가 더욱 예상하기 힘들게 됐다”고 분석했다.
더 꼬이는 대선 향방
아이오와, 뉴햄프셔 경선에서 양당 1위 주자가 모두 바뀌면서 앞으로의 향방도 더욱 가늠하지 못하게 됐다. 공화당은 20일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 23일 네바다에서 코커스를 갖고 민주당은 20일 네바다 코커스, 27일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를 치른다. 다음달 1일 ‘슈퍼 화요일’에는 12개 주가 동시에 경선이 치른다.
아이오와에서 샌더스 의원에 간발의 차로 이기고 뉴햄프셔에서는 샌더스 의원 석패한 클린턴 전 장관은 대세론에 타격을 입어 향후 경선 과정이 더욱 험난해 졌다는 관측이 나온다.NYT는 “만일 20일 네바다 주 코커스에서도 샌더스가 승리한다면 클린턴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가 제기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NYT는 “루비오가 뉴햄프셔에서 대선 후보로서의 역량을 충분히 각인시키지 못해 공화당 대선 후보 윤곽은 뉴햄프셔 예비선거 이전보다 더 불명확해진채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를 치르게 됐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