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풍기'는 죽지 않는다. 잠시 잊혀졌을 뿐

잊혀진 냉풍기, 홈쇼핑 통해 생존신고
한 해 판매량 2만대, 방송 2회 만에 4000대 팔려
냉풍기, 한국 기후에 맞지 않아 그간 외면받아
저렴한 가격, 1인 가구 증가 등에 힘입어 잡초같이 생존
  • 등록 2016-06-23 오전 11:00:09

    수정 2016-07-07 오전 8:09:47

보국전자가 CJ오쇼핑에서 판매한 냉풍기. (사진=CJ오쇼핑)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무더위가 극성을 부리던 지난 9일, 보국전자 냉풍기가 홈쇼핑 데뷔무대를 가졌다. 이 냉풍기는 이달 9일과 20일, 방송을 탄 지 두 번 만에 4000여 대나 팔렸다. 보국전자의 지난해 전체 냉풍기 판매대수 5200대와 비교하면 놀라운 수치다.

가전업계마저 그 존재를 잊고 있던 냉풍기가 잡초같은 생존력을 과시하고 있어 화제다.

냉풍기는 기기에 설치된 냉매인 얼음팩과 팬(Pan)을 이용해 냉각된 바람이 나오는 제품이다. 냉풍기의 가장 큰 장점은 에어컨보다 저렴한 10만~20만원을 들이면 선풍기가 충족시켜줄 수 없는 냉방요소를 채워준다는 것이다. 좁은 공간에서도 사용할 수 있고 전력소모가 적다는 것도 냉풍기 강점 중 하나다.

국내 냉풍기 역사의 시작은 1988년이다. 당시 삼성전자(005930)는 ‘에어컨과 선풍기 기능을 혼합한 국내최초 여름상품’이란 설명을 달며 냉풍기를 출시했다. 뒤이어 1990년대까지 금성사(현 LG전자(066570)), 대우전자 등 내로라하는 업체들이 냉풍기 시장에 뛰어들었다. 인기 절정일때는 ‘냉풍기닷컴’이라는 전문 판매 사이트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단점이 두드러지고 판매가 지지부진하자 대형 가전업체들은 냉풍기 생산을 멈췄다.

냉풍기의 가장 큰 단점은 사용하기가 번거롭다는 것이다. 얼린 냉매를 냉풍기에 넣은 뒤 3~4시간이면 녹기 때문에 다른 냉매로 갈아 끼워야 한다. 기기 특유의 소음문제도 냉풍기의 단점이다.

여기에 냉매가 녹으며 발생하는 습기도 문제다. 장마와 함께 고온다습한 여름을 보이는 한국에서 방을 축축하게 만드는 냉풍기는 외면받았고 대신 제습기가 사랑을 받았다.

위닉스처럼 제습기를 전문적으로 생산해 이름을 알린 업체는 있어도 냉풍기를 전문적으로 제조해 명성을 떨친 회사가 없는 이유다.

현재 냉풍기 시장에서 철수한 대기업의 자리는 중견 가전업체인 신일산업(002700)과 보국전자가 대신하고 있다. 신일산업은 국내에서, 보국전자는 중국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으로 냉풍기를 생산한다. 이마저도 주력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판매량은 많지 않다.

업계에 따르면 냉풍기의 연간 판매량은 2만대 안팎으로 추정된다. 신일산업의 자사 여름용 가전제품 연간 판매량 140만대 중 냉풍기는 1만여대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국내 전체 연간 선풍기 판매량 350만대와 에어컨 판매량 150만대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그나마 최근 보국전자가 홈쇼핑을 통해 잊혀진 냉풍기를 다시 각인시켜줬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전업계에서도 냉풍기는 관심 품목이 아닌지 오래됐다”면서도 “1인 가구의 증가와 영업용·캠핑용 냉풍기 수요가 늘어가기 때문에 쉽사리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빠빠 빨간맛~♬
  • 이부진, 장미란과 '호호'
  • 홈런 신기록
  • 그림 같은 티샷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