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 여제도 '꽈당'..100% ‘인공눈’ 베이징올림픽 넘어진 이유는?

[과학이 궁금해]자연·인공눈 원리 같지만 성질 달라
인공눈일수록 마찰력 낮고 밀도 높아 미끄러워
눈·얼음 만드는 기술력도 설질 차이에 영향
  • 등록 2022-02-16 오전 11:40:29

    수정 2022-02-16 오전 11:40:29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스키 여제’도 예외는 없었다. 국제스키연맹 월드컵 알파인 최다 우승에 빛나는 미국의 미케일라 시프린 선수도 알파인스키 여자 회전 경기에서 5초만에 넘어지면서 허탈하게 베이징동계올림픽을 마감해야 했다.

‘100% 인공눈’ 경기장에서 진행된 이번 올림픽에서 스키, 스노보드, 쇼트트랙 등 각종 경기에서 메달 유력 주자들이 빙판, 눈길에서 잇달아 넘어지는 사례가 속출했다. 특히 알프스산맥, 록키 산맥의 설원을 누벼 자연눈에 익숙한 미국, 유럽 선수들이 설원에서 미끄러지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인공눈은 자연눈과 어떻게 다르기에 선수들이 넘어질 수밖에 없었을까.

베이징동계올림픽 스키, 스노우보드, 쇼트트랙 경기 등에서 선수들이 넘어지는 사례가 속출했다.(사진=이미지투데이)


◆‘인공눈’은 얼음알갱이로 밀도 높고 마찰력 낮아 미끄러워


인공눈과 자연눈은 과학적으로 형성원리가 같다. 눈 입자는 영하의 온도에서 크기가 수 마이크로미터 정도 되는 아주 작은 물방울이 얼어 만들어진다. 구름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내려오는 과정에서 지상 수 km 위의 높은 상공에서 크기가 수 마이크로미터 정도 되는 물방울이 얼어서 천천히 지표면으로 떨어진다. 이 과정에서 수증기가 달라붙어 눈송이로 성장한다.

공간을 꽉 채우면서 성장하지 않아 곳곳에 빈틈이 있는 채 성장해 우리에게 친숙한 육각형 모양의 눈송이가 된다. 수증기가 붙는 시간도 충분히 주어지기 때문에 지표면에서 볼 수 있는 눈송이는 크기가 수 mm에서 수 cm 정도까지 커진다.

이러한 성장 과정 덕분에 자연에서 볼 수 있는 눈송이의 밀도는 매우 낮다. 액체 상태의 물의 밀도를 1g/㎤이라고 하면, 순수한 얼음 알갱이의 밀도는 약 0.92g/㎤ 정도 된다. 지상에서 눈송이의 밀도를 측정해보면 약 0.1g/㎤까지 내려간다.

이와 달리 인공눈은 특정 장치를 이용해 마치 샤워기에서 작은 물줄기 나오는 것처럼 노즐로 작은 물을 분사해 만든다. 물이 추운 상태에서 떨어지면서 작은 얼음 알갱이로 바뀐다. 자연눈처럼 수 km 상공에서 떨어지지 않고, 지상에 가까운 곳에서 형성돼 곧바로 지상으로 떨어진다. 상공에서 체류하며 성장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동그란 얼음 알갱이 형태 그대로 떨어진다. 입자가 충분히 크지 않고, 입자에 빈틈도 많지 않아 밀도가 높다. 쉽게 말해 각얼음에 가까운 성질이라 더 잘 미끄러지게 된다.

◆빙판 만들 때도 수백 겹 쌓아..시간·기술력 관건

다만, 인공눈으로 만들어진 경기장이라 해서 무조건 선수들이 미끄러진다고 볼 수는 없다. 가령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은 80%,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90% 인공눈을 썼기 때문이다. 김기태 극지연구소 박사는 “인공눈 제조기술에 획기적인 차이가 없다는 것을 가정하면 이전 올림픽에서 자연눈을 섞어 마찰력을 준 것과 달리 이번 올림픽에서 모두 인공눈을 썼다는 점에서 마찰력이 부족해 훨씬 더 미끄러웠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인공눈의 품질 저하 문제도 일부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각국별로 통일된 표준체계가 없어 나라별로 소위 노하우와 경험에 맞춰 경기장을 만들기 때문이다.

가령 쇼트트랙 경기장의 빙판을 만들때는 0.5mm씩 물을 깔아서 얼리고 또 올려 수백겹 쌓는 과정이 필요하다. 순수 물로만 구성된 것이 아니라 소금물을 섞어 쓰는 등 만드는 방식 차이도 빙질에 영향을 준다. 급하게 만들거나 제대로 만들지 않으면 빙질이 쉽게 패이거나 손상될 수 있어 미끄러지기 쉽다.

김 박사는 “한번에 많이 얼음을 얼리거나 얼리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으면 부드러운 얼음이 되어 잘 깨진다”며 “마찬가지로 스키장에서 눈을 만드는 것도 모두 온도, 습도를 조절하고 물에 들어가는 물질도 조절해야 하는데 전반적으로 준비과정이 미흡했던 결과”라고 했다.

인공눈에 섞어 쓰는 성분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인공눈을 만들 때 순수 물을 뿌리는 것과 달리 고분자물질 등을 넣으면 인공눈이나 인공얼음을 쉽고 빠르게 만들 수 있다.

이현호 공주대 대기과학과 교수는 “이번 올림픽에서 인공눈이나 자연눈 여부와 함께 다양한 요소들이 작용해 선수들이 넘어졌다고 본다”면서도 “같은 눈이어도 형성되는 온도나 습도에 따라 성질이 달라지기도 하고, 코로나19 팬데믹이 길어지면서 선수들이 올림픽 현장의 얼음에 아직 적응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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