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람코, 상장 이틀만 '꿈의 2조弗' 돌파했지만…시장은 '냉소'

"자유시장 가격이라 보기 어려워…사우디 정부 개입"
아람코 가치 끌어올려라…산유량 감산, 이란과의 관계 회복
  • 등록 2019-12-13 오전 11:03:38

    수정 2019-12-13 오후 2:34:50

사우디 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 ‘아람코’의 광고가 붙어있다. [사진=AFP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주식이 거래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한때 기업 가치가 2조달러를 돌파했다. 그러나 아람코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졌다고는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우디 리야드 주식시장(타다울)에 상장된 아람코 주식은 이날 주가가 한때 10% 상승하면서 상한가인 38.7리얄(10.63달러, 약 1만 2243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아람코의 기업가치는 이틀 만에 2조달러를 돌파했다. 그러나 이후 상승폭을 줄인 아람코 주식은 전일 대비 4.5% 상승한 36,8리얄에서 마감했다. 이에 따른 아람코의 시총은 1조 9600달러이다.

아람코의 빠른 가치 상승에도 이를 보는 시장의 시선은 차갑다. 사우디 정부가 개입해 조작된 가격에 가깝다는 것이다. 투자회사 사카나드의 최고투자책임자인 존 러틀리지는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는 자유시장 가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러틀리지는 “사우디 정부는 구매자 목록을 만들고 그들에게 얼마나 주식을 팔지 결정했다”며 “그들은 얼마든지 원하는 수준의 시가총액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모하마드 빈살만 알사우드 왕세자는 석유 의존도를 떨어뜨리고 사우디를 정보기술(IT)·관광국가로 탈바꿈시킨다는 국가 개조 프로젝트 ‘비전2030’을 진행하고 있다. 아람코 상장은 이를 위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이뤄지는 것이다. 당초 사우디 정부의 계획은 아람코의 기업 가치를 2조 달러 이상으로 평가받은 후 뉴욕 등 해외 증시에 5% 주식을 팔아 1000억달러를 조달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해외 상장은 유예됐고 시장은 아람코의 기업가치가 과대 평가됐다고 지적했다.

결국 사우디 정부는 방향을 돌려 국내 시장에 먼저 아람코의 1.5%를 상장하기로 했다. 이후 아람코의 가치를 재평가받은 뒤 해외 증시에 2차 상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아람코의 공모가는 1주당 32리얄, 기업가치는 1조 7000억달러로 평가됐다. 해외 투자자 비율도 10.5%에 불과, 대부분 사우디 국내 자금인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파이낸셜타임즈 등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 왕실은 아람코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사우디 재벌과 기관들에게 아람코의 주식을 추가 매입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2017년 ‘피의 숙청’ 사건이 보여주듯 사우디에서의 빈살만 왕세자의 권력은 절대적이다.

사상 첫 2조 달러 기업의 출연에도 시장의 시선이 차가운 이유다. 아람코에 이어 가장 비싼 기업인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시가총액이 1조 달러 초반대이다. 그러나 아람코의 기업가치가 실질적으로 개선되지 않았음에도 급상승하는 주가는 오히려 아람코의 치명적인 약점으로 지목되는 ‘불투명한 기업지배구조’를 드러냈다.

미국 투자은행 레이몬드 제임스의 에너지 애널리스트 파벨 몰카노브는 주주들의 성향에 따라 선호도가 “극과 극으로 갈릴 것”(polarizing stock)이라고 밝혔다. 사우디 왕실이 지분 98%를 보유하는 이 기업의 지배구조를 리스크로 보는 투자자도 있을 것이며, 반대로 사우디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주가 상승 여력이 있을 것이라고 보는 이도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실제 사우디 정부는 아람코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유가 끌어올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6일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 14개국과 러시아 등 10개 주요 산유국 연합체인 OPEC+는 감산량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내년 감산할 원유량은 120만배럴에서 170만배럴로 늘어난다. 이 합의 직후 사우디는 하루 40만배럴을 추가 감산한다고 발표했다.

이란과의 관계 회복에도 나서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사우디와 이란 대표가 최근 몇 달간 직·간접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두 나라 사이의 긴장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프랑스 이란 대사 바흐람 가세미는 WSJ에 불가침 협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9월 아람코의 최대 석유시설 2곳에 일어난 드론 테러 사건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사우디 산유량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는 두 시설의 보안이 드론에 의해 뚫리면서 아람코의 다른 시설 역시 언제든지 멈춰 설 수 있다는 투자자의 우려를 줄이기 위한 움직임이란 것이다.

△9월 미국 정부가 공개한 아람코의 석유시설 사진. 아브카이크와 쿠라이스 두곳의 아람코 석유시설이 드론(소형 무인기) 공격으로 화재가 발생, 가동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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