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복무·지휘관 갑질', 방공유도탄 부대…공군 속 또 다른 공군

효율적 방공작전 위해 1990년 육군서 전군
기존 공군과는 다른 독특한 '방포 문화' 형성
전 제대 소규모 편성, 대부분 산 속에 위치
방공포병 병과 독식, '끼리끼리 문화' 여전
  • 등록 2020-06-16 오전 10:37:52

    수정 2020-06-16 오전 10:42:57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공군방공유도탄사령부 예하 부대에서 금융기관 부회장 아들의 ‘황제 복무’ 의혹이 제기된데 이어 부대장의 ‘갑질’ 의혹까지 추가로 나오면서 방공유도탄 부대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군방공유도탄은 과거 ‘방공포’로 불렸던 병과다. 발칸, 신궁, 호크, 천궁, 패트리엇 등의 방공무기체계로 적 항공기에 대응하고 미사일 요격 임무를 수행한다. 북한 탄도미사일 등을 탐지하는 탄도탄감시대도 방공유도탄사령부 소속이다. 조기경보 레이더인 그린파인 레이더를 운용한다.

육군서 넘겨받아, 효율적 방공작전 수행 목적

국군조직법에 따르면 공군은 항공작전을 주임무로 하고 이를 위하여 편성되고 장비를 갖추며 필요한 교육·훈련을 하는 군이다. 이 때문에 보통의 공군은 비행단에서 근무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방공포병 병과는 일부 단거리 방공무기 운용 인력 말고는 대부분이 산 속 포대에서 근무한다. 조종병과와 함께 전투병과로 분류돼 공군 내 장군 자리가 조종병과 다음으로 많다. 원래는 육군 편제였지만, 효율적인 방공작전 필요성에 따라 1991년 공군으로 전군된 이후 현재 공군작전사령부의 지휘를 받고 있다.

공군방공유도탄사령부 예하 호크 포대 발사대에 요격 미사일이 탑재돼 있다. [사진=공군]
전군한지 30년이나 지났기 때문에 육군 문화가 상당 부분 사라졌다고는 하나, 부대 위치와 임무 특성상 타 공군 병과와는 다른 독특한 문화가 여전하다는게 공군 관계자들의 얘기다. 활주로와 전투기 등 주요 자산을 보호하는 ‘기지방호’ 개념에 더해 유사시 기지 밖으로 전개해 야전에서 장비를 운용한다. 공군 속의 또 다른 공군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병과장인 현 공군방공유도탄사령관 역시 육군 학군(ROTC) 27기 출신이다.

공군방공유도탄사령부 예하에는 비행단에 준하는 여단이 3개 있다. 수도권을 담당하는 3방공유도탄여단과 충청지역부터 강원도 동해안까지 담당하는 2방공유도탄여단, 전라도와 경상도 권역을 담당하는 1방공유도탄여단 등이다.

도심 외곽 산에 공군방공유도탄사령부 예하 패트리엇 포대가 배치돼 있다. [사진=공군]
소규모·특정병과 독식 구조

하나의 방공유도탄여단은 비행단과 맞먹는 2000~3000명 수준의 병력이 있다. 그러나 비행단은 부대원 전체가 활주로를 기반으로 함께 근무하지만, 방공유도탄 부대들은 여러 곳에 산재해 있어 여단장의 지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 여단 예하에는 중령이 지휘하는 3~4개의 대대가 있고, 이 대대 밑에는 소령이 지휘하는 3~4개의 포대가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3여단의 경우에도 본부는 서울 독산동에 있지만 예하 부대들이 서울 뿐만 아니라 경기도 중북부에 퍼져 있다.

여단 본부부터 대대본부, 말단 포대까지 전 부대가 규모가 작다 보니 해당 부대 지휘관이 사실상 전권을 행사할 수 있다. 포대 내 혹은 대대 내 전 구성원들이 서로 알고 지내기 때문에 대대장이나 포대장이 후배 장교와 장병들에게 갑질을 해도 묵인되는 구조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방공포병 하나의 병과 인원들이 작전부터 시작해 부대 내 인사, 행정, 회계, 보안, 교육훈련 등 전 분야를 담당한다. 군사경찰이나 법무장교는 방공포병 병과 선임 장교들의 지휘권 내에 있고, 감찰 역시 방공포병 병과 사람들이기 때문에 제 식구 감싸기가 될 수밖에 없어 내부 부조리가 묵살되기 쉬운 구조다. 3여단 본부 ‘황제복무’ 의혹 처럼 특정 병사에게 특혜를 주고 이를 묵인 방조하는 일도 가능한 구조라는게 군 관계자들 설명이다.

공군방공유도탄사령부 예하 천궁 포대 장병들이 유도탄 무장 절차를 하고 있다. [사진=공군]
특히 소규모 부대라는 특징 때문에 예전부터 병영부조리 문제가 타 부대 보다 심했던 것도 사실이다. 산 속에 위치한 방공유도탄 부대는 산 꼭대기에 각종 레이더와 교전통제장비, 상황실, 유도탄과 발사대 등이 위치하는 ‘작전지역’이 있다. 산 밑에는 수송, 보급, 시설, 군사경찰 등이 주둔하는 ‘행정지역’이 있다. 그러나 부대원이 150명 남짓이다 보니 특기와 부서를 불문하고 전 부대가 ‘짬밥’ 순이다. 이른바 ‘생활관 군기’가 여전하다. 과거 전기 고문과 물 고문 등 엽기적인 가혹행위도 방공유도탄 포대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유리어항 같은 세상…구태의연해선 안돼”

원인철 공군참모총장은 15일 전대장급 이상 전 지휘관을 대상으로 재력가 자제의 ‘황제 복무’ 의혹 관련 화상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대국민 신뢰가 이렇게 무너진 적이 거의 없었을 정도로 매우 엄중하게 인식해야 할 사안”이라며 지휘관들의 성찰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이 될 때까지 군내 자정능력과 예방 감찰능력 등 여러 경보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유리 어항과 같이 모든 것을 숨길 수 없는 세상에서 구태의연한 생각을 갖고 군 생활을 할 수 없다는 것을 각급 지휘관 참모들은 자각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방공유도탄 부대의 조직 개편도 검토해 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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