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골프채로 억대 수입차를 부수는 고객들

  • 등록 2017-06-13 오전 10:35:13

    수정 2017-06-13 오후 5:59:05

[이데일리 신정은 기자] 한 남성이 언성을 높이다 망설임 없이 골프채를 두손에 쥔다. 남성은 1억원을 호가하는 고가 차량을 창문부터 문짝까지 사정없이 깬다.

최근 볼보 XC90을 골프채로 부수는 박 모 씨의 모습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화제를 모았다. 그는 운전중 추돌방지 기능이 오작동한다고 수리를 요구하다 답답한 마음에 차량을 파손했다고 토로했다. 지난 2015년 한 고객이 2억원대의 메르세데스-벤츠 차량을 골프채로 부숴버렸는데, 2년 만에 다시 비슷한 사건이 일어난 것. 지난 8일엔 메르세데스-벤츠 제주 서비스센터 앞에서 김 모 씨가 망치를 들고 E클래스 차량 위에 올라가 환불을 요구하며 항의를 하기도 했다.

이처럼 내차에 결함이 있는데도 수입차 업체가 제대로된 조치를 해주지 않는다며 교환·환불을 요청하다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

수입차가 이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못하는 건 실제 차량의 결함이 있다고 주장하는 대부분의 결함이 정밀 조사에 들어가면 단순 운전자의 실수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볼보코리아도 이번 사건에 결함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일부 고객은 점검 결과 차량에 하자가 없는데도 차량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이것저것 트집을 잡아 보상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언론에 제보하거나 소셜네트워크(SNS)에 해당 사실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한다. 수입차는 자칫 부당한 이익을 취하고자 고의적으로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블랙컨슈머’를 양산할까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입장은 다르다. 어수룩해 마치 호구처럼 이용을 당한다는 ‘호갱’이 되고 싶지 않다는 것. 실제로 고객이 불편을 느껴 조사에 착수하고, 결함이 밝혀진 경우도 있다. 지난 2015년 ‘골프채 파손 동영상’으로 유명세를 치렀던 벤츠 S63 AMG 차량은 국토교통부의 조사를 통해 721대가 자발적 리콜됐다.

결국 하자나 결함이 발생한 신차를 교환·환불하기 힘든 국내 법 체계가 문제다. 차량의 교환·환불을 쉽게 하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레몬법)’은 소비자는 물론 제조사 입장에서도 고객과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기준이 될 수 있다.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한국판 ‘레몬법’이 하루빨리 도입되지 않는다면 제 3의 골프채 사건이 또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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