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임 실천하는 국내 청소녀는 50%에 불과
피임을 제대로 실천하는 것이 계획에 없는 임신을 방지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점차 개방되고 있는 성 문화와 달리 성 지식과 피임 실천율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청소년의 피임 문제가 심각한데,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2016년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 조사 통계’에 따르면 성관계를 경험한 여학생의 피임 실천율은 약 50%밖에 되지 않아, 98%에 이르는 미국 여학생의 피임 실천율과 달리 턱없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첫 성관계 나이는 평균 13.1세로 조사 이래로 가장 낮았으며, 임신을 경험한 여학생 10명 중 7명은 인공임신 중절 수술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체외 사정법, 월경 주기법은 피임 실패율 높여
피임 실패율이 높은 피임법을 실천하고 있는 것 또한 계획되지 않은 임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14년 성의학저널에 게재된 국내 연구에 따르면, 성관계 시 피임을 실천하는 이들이 가장 많이 실천하는 피임법으로 체외 사정(58%)이 가장 높았으며, 월경 주기법(17.7%)이 그 뒤를 이어 국내에서는 비효과적인 피임법들이 만연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사라 교수는 “효과적인 피임법에는 매일 먹는 경구피임약 복용, 5년간 유효한 자궁 내 장치, 3년간 피임 효과를 내는 피하 이식형 피임제, 3개월마다 피하주사를 맞는 피하주사법 등 한시적 피임법부터 더 이상 임신을 원하지 않는 경우엔 난관 결찰 혹은 정관 결찰 등 불임 수술과 같은 영구적 피임법 그리고 혹시 피임에 실패했을 경우에 한해 사용할 수 있는 응급 피임법 등 다양한 피임법이 존재해 개개인의 상황에 맞는 적절한 피임법을 실천해야 한다”며 “골반염뿐 아니라 HIV 감염, 자궁 경부암의 원인인 HPV 감염 등의 성매개 감염도 함께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피임을 더욱 확실히 하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피임법들과 콘돔을 함께 사용하는 이중 피임법(Dual method)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구피임약은 피임 효과뿐 아니라 규칙적인 생리 주기, 생리통 감소, 생리양 조절, 비정상 질 출혈 등에 도움이 되는 치료제로도 사용되고 있어, 피임약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타개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2016년 세계보건기구(WHO)는 매일 경구 피임약을 복용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청소녀의 보다 효과적인 피임과 신체적, 사회적 건강을 위해, 자궁 내 장치, 피하이식형 장치 등 3-5년 기간 동안 효과적인 피임을 할 수 있는 방법들을 권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