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에서 야권이 주장하는 법인세 인상의 논리 중 하나가 기업들이 내부에 현금을 과도하게 쌓아놓고 투자에는 인색하다는 지적과 무관치 않다는 점에서 삼성전자가 제시한 보유현금 규모가 적정한 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65조~70조원의 순현금 유지 근거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적기 시설투자, 필수 운전자본 확보, 인수합병(M&A) 및 급격한 시장변화 대응을 위한 투자 등의 자금 운용을 꼽았다. 이는 주요 글로벌 기업과 순차입금비율, 총자산 대비 현금 비중 등 여러 지표를 비교했을 때 적정한 수준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적극적 M&A 추진.. 2018년 이후 적정 현금보유액 달라질수도
삼성전자가 제시한 보유현금이 글로벌 IT업계와 경쟁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시각도 있다. 스마트폰시장의 최대 경쟁자인 애플은 현금보유액이 2376억 달러(278조원)에 달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일 “장기적인 자기자본이익률(ROE) 목표는 적정 현금 규모와는 동전의 양면”이라며 “65조~70조원을 적정 현금으로 얘기했지만 2018년 이후 3년간은 주주환원 계획이 회사 사업이나 규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001년 10월 이후 15년간 국내에서 회사채를 발행하지 않고 있다. 회사 운영과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굳이 시장에서 조달하지 않고 자체 영영활동으로 벌어들여 충당하는 것이다. 그동안 연간 수십조원의 이익을 낸 삼성전자로선 현금을 내부에 쌓는 것에 큰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대규모 설비투자 외에도 최근에는 M&A와 주주환원에 들어가는 자금수요로 인해 적정 수준의 현금보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권성률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가 제시한 65조~70조원의 순현금은 최근 유지하는 수준으로 금액 자체로만 봐서는 많은 수준”이라며 “잉여현금흐름을 감안할 때 앞으로도 보유현금으로 M&A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전면에 나선 후 올해 들어서만 6개 기업을 인수할 정도로 적극적인 M&A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미국의 전장전문기업 하만(Harman)은 해외기업 인수 사상 최대 규모인 80억 달러(약 9조3760억원)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대금을 지분 100%를 보유한 종속회사인 삼성전자아메리카(SEA)를 통해 납입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아메리카는 하만 인수를 위해 9조3384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삼성전자는 이달 말 30억 달러, 내년 1월말 30억 달러, 2월말 20억2000만달러를 각각 납입할 계획이다.
올 3분기까지 R&D 11조원 집행.. 배당도 30% 확대
삼성전자는 올들어 3분기까지 연구개발(R&D) 투자에 11조1413억원 집행해 국내 개별기업 중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도 같은기간 1조3402억원을 집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외국계 주주인 엘리엇의 30조원 특별배당 주주제안에서 보듯 삼성전자는 해외투자자들의 지분율이 50.7%에 달하기 때문에 주가부양과 주주가치 제고에도 적절하게 응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1년간 총 11조3000억원 규모의 특별자사주 매입·소각 프로그램을 완료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2016년과 2017년에는 잉여현금흐름의 50%를 주주환원에 활용할 예정이다. 이는 2015년 잉여현금흐름의 30~50%를 주주환원에 활용하겠다고 발표했던 내용에서 한층 강화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2016년 총 배당 규모는 지난해 3조1000억원 대비 30% 증가한 4조원 규모로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2016년 잉여현금흐름의 50% 중에 배당을 한 후에 남는 잔여재원은 2015년에서 이월된 잔여재원 8000억원과 합해 내년 1월말부터 시작될 자사주 매입·소각에 사용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3년마다 회사의 현금 수준을 점검하고 적정수준을 넘어서는 현금은 주주환원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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