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에어컨 설치하러 간다” 도보행진 나선 쿠팡 노동자들

20~23일 ‘에어컨 배송’ 도보행진
“내부 온도 30도↑… 이달에만 3명 온열질환으로 쓰러져”
“회사 직접 나서 폭염 대책 세우고 환경 개선해야”
사측 “냉방장치 있는데 허위주장” 반박
  • 등록 2022-07-20 오전 11:50:35

    수정 2022-07-20 오후 5:29:49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회사가 에어컨을 설치해주지 않는다면, 노동자와 시민들이 직접 가서 설치하겠습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 쿠팡물류센터지회와 쿠팡 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쿠팡대책위)는 2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역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시민 모금 등으로 마련한 에어컨을 쿠팡 동탄물류센터에 직접 설치하기 위해 이날부터 나흘간의 도보 행진에 나선다.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과 쿠팡 시민대책위원회가 20일 오전 잠실 쿠팡 본사 앞에서 ‘쿠팡물류센터에 에어컨 로켓배송 시작’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권효중 기자)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은 지난달 23일부터 쿠팡 본사에서 폭염 대책 마련, 유급 휴게시간 부여 등을 포함한 노동 환경 개선, 부당해고와 괴롭힘 근절 등을 요구하며 점거 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 측은 농성이 시작된 이후 4차례에 걸친 교섭을 진행했지만, 사측이 요구 사항을 모두 수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 달여간 농성을 이어왔지만 물류센터의 환경은 변하지 않았다. 현장 노동자들이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17일에 걸쳐 한 달여간 직접 온도와 습도를 측정한 결과 물류센터의 평균 온도는 31.2도, 습도는 59.48%에 육박했다. 폭염 속에 이달 들어서 벌써 3명의 노동자가 온열질환으로 쓰러지기도 했다. 물류센터의 창문은 도난 방지를 위해 열리지 않기 때문에 선풍기와 에어 서큘레이터 등이 있어도 뜨거운 바람이 순환해 오히려 온열질환의 발생률을 높일 수 있는 환경이다.

박상길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이러한 환경에서는 에어컨 설치가 곧 인권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박 부위원장은 “노조는 폭염 대책 등 기본적인 인권 문제를 요구했지만 한 달에 가까운 시간동안 회사는 응답하지 않았다”며 “인간다운 삶, 노동 조건 개선을 위해 직접 걸으며 시민들에게 알려나가겠다”고 했다.

쿠팡대책위의 권영국 대표 역시 폭염을 앞두고 있는데도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며 사측을 비판했다. 권 대표는 “쿠팡 노동자는 더워도 일할 수 있는 기계가 아니다”며 “말로는 ‘물류 혁신’을 이야기하면서도 노동자를 외면하고 있는 만큼 직접 도보 행진에 나서 현실을 알려내고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함께 에어컨을 설치하겠다”고 강조했다.

동탄물류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민병조 쿠팡물류센터 지회장 역시 사측의 대책을 촉구했다. 민 지회장은 “아직 장마가 끝나기 이전,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되기도 전인데 동탄물류센터에서만 3명이 실려갔다”며 “여전히 전국 쿠팡 노동자들은 로켓배송과 새벽배송에 쫓기며 일하고 있다”고 현장의 상황을 전했다. 이어 “회사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도 아니고, 최소한의 일할 환경이 보장되는 곳에서 안전하게 일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조합은 냉방 시설 확충과 더불어 2시간에 20분씩의 유급 휴게시간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쿠팡 측은 “쿠팡풀필먼트서비스가 층마다 에어컨이 설치된 휴게실을 운영 중이며, 대형 천장형 실링팬, 에어 서큘레이터 등 물류센터별 맞춤형 냉방 장치 수천대가 가동 중인데도 노조는 냉방 장치가 없다고 허위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상 상황에 따라 유급 휴게 시간을 추가로 부여하고 있다”며 “물류센터 곳곳에 정수기도 충분히 설치돼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날 도보 행진단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오전 10시 50분쯤 잠실 본사 앞을 함께 걸어 출발했다. 이들은 서울복합물류센터, 물류단지 등의 현장 선전전을 거쳐 오는 23일 쿠팡 동탄물류센터까지 도보 행진을 이어간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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