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집행금' 쌓여가는 방위비분담금…투명성 논란 여전

제11차 방위비 분담금 협상 타결됐지만
미집행금 문제로 지출 검증 필요성 등 제기
주한미군 韓근로자 관련 부분에만 중점 둬
군사건설비 등 제도 개선 관련 설명 없어
  • 등록 2021-03-15 오전 11:00:10

    수정 2021-03-16 오전 8:24:55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바이든 행정부 출범 46일만에 그간 한미동맹의 껄끄러운 현안이었던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매듭지었다. 2019년 8월 예비회담 이후 무려 1년 반 동안 9차례의 협상 끝에 제11차 협정이 타결된 것이다.

연간 실질 방위비 증가율 5~6% 전망

한미는 협정 공백이었던 2020년의 경우 우리가 부담해야 하는 방위비 총액을 2019년과 동일하게 1조389억원으로 합의했다. 이후 2021년 증가율은 13.9%로 결정했다. 국방비 증가율과 인건비 배정 비율을 감안한 것이다.

2020년 국방비 증가율 7.4%에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배정 비율을 현 75%에서 87%로 상향한 비율인 6.5%를 더해 결정한 수치라는 것이다. 향후 2022년부터 2025년까지는 전년도 국방비 증가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연간 실질 증가율은 5~6% 수준이 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협정은 유효 기간을 6년으로 한 최초의 협정이다. 또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의 고용 안정을 위한 노력이 눈에 띈다. 정부는 이번 제11차 협정 체결에 대해 “잦은 협상으로 인한 한미 양국의 국론 분열을 막고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과 한국인 근로자 고용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는데 양국 정부의 의견이 일치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래픽= 문승용 기자)


주한미군 韓근로자 고용 보장 중점

정부는 이번 11차 방위비분담 협정 내용을 설명하면서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에 대한 고용 안정 부분에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지난해 있었던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무급 휴직 사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미 양국의 의견 차로 협정 공백이 발생하더라도 전년도 수준에서 인건비 지급이 가능하다는 규정을 명문화하는 등 나름의 성과를 냈다.

그렇다 보니 상대적으로 군사건설비와 군수지원비 관련 협상 내용은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위비 분담금 집행의 투명성 논란이 제기된 이유다. 우리 방위비 분담금은 크게 △주한미군이 고용한 한국인 근로자에 대한 인건비 △막사, 창고, 훈련장, 작전시설 등의 군사시설 건설비 △탄약저장, 정비, 수송, 시설유지 등 군수지원비 등 세 가지다.

지난 10차 협정에 따른 2019년 기준으로 보면 인건비가 5005억 원으로 전체 방위비분담금의 약 48.2%를 차지한다. 군사건설비는 3710억 원(35.7%), 군수지원비는 1674억 원(16.1%)이었다. 문제는 인건비의 경우 매년 대부분을 소진하고 있지만, 군사건설비와 군수지원비는 불용액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자연스레 투명성 논란과 검증 필요성 지적으로 이어졌다.

올해 상반기 한미연합훈련인 ‘연합지휘소훈련’이 시작되기 하루 전인 지난 7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2019년 기준 미집행금 9079억원

방위비분담금 지급 초기에는 군사건설비를 현금으로 냈었다. 그러나 현금 미집행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주한미군이 ‘이자놀이’를 한다는 지적이 일었다. 2009년 이전에 발생한 현금 미집행액 약 7000억 원이 미국 커뮤니티 뱅크에 예치돼 연간 300억 원 이상, 2000년 이래 약 3000억 원 이상의 이자수익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 9차 방위비 분담 협상에서 군사건설비 중 설계·감리 비용 목적의 12%만을 현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는 현물로 주는 방식으로 지급 형태를 바꿨다. 이에 더해 10차 협상에는 현금으로 지급된 설계·감리비에서 미집행이 발생할 경우 이를 다음 년도 현금 배정에서 삭감하는 대신 현물 지원으로 대체하도록 함으로써 미집행 현금의 축적을 차단하는 조항도 신설했다.

이에 더해 군사건설비와 군수지원비의 미집행 현물 지원 이월도 예산 지출이 확실시 되는 경우에만 이월하도록 했다. 이 외에는 연말까지 공공요금에 한해 사용하도록 제한하는 등 현물 이월 요건도 강화됐다.

그러나 여전히 미국은 한국 정부가 낸 방위비 분담금 중 9079억 원(2019년 기준) 규모의 미집행금을 자국 은행에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군사건설 사업의 경우 장기 사업이 많다 보니 미집행금이 쌓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하지만, 미측의 현금 집행에 대한 검증 시스템 필요성이 제기된다.

제도 개선 실행력 담보 여부 설명 없어

특히 정부는 이번 11차 협정 내용을 발표하면서 기존 협정에서 합의한 제도 개선점들에 대한 설명을 생략했다. 제9차 협정의 ‘제도개선에 관한 교환각서’에서 ‘대한민국 지원 건설에 대한 조정회의’ 관련 내용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따르면 매월 2회 조정회의를 개최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이행되지는 않고 있는 실정이다. 국방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에 총 20회, 2015년 총 11회, 2016년 총 9회, 2017년 총9회가 개최돼 2014년을 제외하고는 월 1회 개최에도 못 미쳤다.

게다가 이 회의는 사업추진 중 발생한 문제 등 현안 협의를 목적으로 진행한다. 그러나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회의가 목적에 부합하는 성과를 도출하고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제도의 실질적 시행을 담보할 수 있는 내용이 중요하지만, 이번 11차 협상 내용 발표만으로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정은보(왼쪽)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대사가 지난 5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도나 웰튼 미국 국무부 방위비분담 협상대표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 (사진=외교부)
국방부 “현물 지원, 적정 집행 여부 확인”

현물 지원에 대한 검증 부분도 충분치 않다. 국방부 관계자는 “현물은 국방시설본부에서 일반 재정 사업과 동일하게 집행·감독하고, 현금은 방위비분담금 이행약정에 따라 미측이 제출하는 분기별 현금집행보고서와 계약서 사본을 통해 적정 집행 여부를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방위비분담협정은 8차 협정(09~13년)에서 군사건설 분야의 현물지원 체제를 마련했고, 9차 협정(14~18년)과 10차 협정(19년)에서는 투명성과 책임성 강화를 위한 제도적 개선이 이뤄졌다”면서 “한데, 이번 협상에서는 투명성 강화에 대한 부분은 나와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송 위원장은 “지난 10차 협정 비준동의안 검토보고서에 지적됐듯이, 주한미군 주둔 총비용에 대해 한·미 양측이 합의할 수 있는 객관적인 통계자료가 생산·공유될 수 있도록 미측과 계속 협의해 나갈 필요가 있다”면서 “이에 대한 장치가 마련됐는지 국회 비준 동의 과정에서 따져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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