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하러 모텔 가실 분”…PC방 막히자 모텔이 붐빈다

PC방 대신 고사양PC 구비 모텔로 몰리는 게임 마니아들
초면 男-男 만나 대실비 갹출, 게임 즐기는 '진풍경' 연출
"PC방보다 비싸도 좋아"…'돈 먹튀', '절도' 범죄 우려도
숙박업계, 코로나 특수…"'고사양PC 룸' 예약 먼저 나가"
  • 등록 2020-09-09 오전 11:15:27

    수정 2020-09-09 오전 11:15:27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3시까지 강서 지역 게임텔 가실 분. 흡연 가능’

‘서울 광진구 근처 게임텔 가실 분’

‘영등포 게임텔 멤버 모집 비흡연자 환영’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모텔. 안에 게임을 할 수 있는 PC가 구비돼 있다.(사진=이용성 기자)
지난달 PC방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고위험시설로 분류되면서 문을 닫자 게임 마니아들이 고사양 PC를 구비한 모텔, 이른바 ‘게임텔’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 후 갈 곳을 잃은 20~30대 게임 마니아들 덕에 숙박업계는 코로나19로 때 아닌 ‘특수’를 누릴 조짐이다.

이데일리는 게임텔 취재를 위해 모바일 익명 채팅방에서 수차례 취재 요청을 시도, 8일 오전 어렵사리 한 20대 남성에게 동행 취재 허락을 받았다. 게임 마니아들이 게임텔 멤버를 찾는 곳은 주로 모바일 메신저로 ‘게임텔’, ‘PC텔’ 같은 키워드로 검색하면 어렵지 않게 ‘모집 공고’를 찾을 수 있다. 동행자가 모이면 새 채팅방을 따로 생성해 규칙을 정하고, 만날 장소와 시간을 정하는 식이다.

8일 오후 3시,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한 모텔 앞에서 김모(26·남)씨, A(23·남)씨와 만났다. 이들은 채팅방 ‘닉네임’으로 통성명한 뒤 서로 신분을 확인했다. 어색한 분위기가 이어지자 ‘방장’ 김씨가 “가실까요”라며 직접 예약한 모텔로 이끌었다. 기자 포함 세 명은 카운터에서 발열 체크를 거쳐 모텔방에 입장했다.

방에 들어서자 어두운 조명 아래 PC 2대가 나란히 설치돼 있었다. 김씨는 “이 PC 앞에서 밤새 게임도 하고 침대에 누워 쉬면서 하루를 보낼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이들이 게임을 위해 굳이 모텔까지 찾는 이유는 PC 사양 때문이다. ‘배틀 그라운드’, ‘오버워치’ 같은 인기 게임은 집에 있는 웬만한 PC로는 원활히 즐기기 힘들다. 몇몇 모텔은 PC방 수준의 고사양 PC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 시대 게임 마니아들의 표적이 된 것이다.

게임텔 참가가 이번이 3번째라는 김씨는 “8월 중순 PC방 영업이 중지되고부터 줄곧 게임텔을 찾았다”고 밝혔다. 평소 스트레스를 게임으로 푼다던 김씨는 “게임텔에서는 쾌적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고, 피곤하면 침대에 누워 한숨 잘 수도 있다”며 “가격이 좀 비싸다는 것만 빼면 PC방보다 장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자신을 ‘게임 중독자’라고 표현한 A씨는 “낯선 사람과 가는 것이 껄끄럽긴 하지만, 집 PC로는 게임이 안 돌아가기 때문에 PC방 제한이 풀릴 때까지는 게임텔을 계속 이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익명채팅방에서 사람들이 ‘게임텔’ 같이 갈 동행자를 구하고 있다.(사진=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캡처화면)
게임텔 이용요금은 즉 모텔 대실료이기 때문에 PC방과 비교하면 가격이 만만치 않다. 때문에 ‘멤버’를 모집해 돈을 나눠 내는 게 경제적이다. 서울지역 모텔 대실료는 보통 4시간에 3만원, PC방 이용요금은 1시간에 1000원이다. 4시간 이용 시 1인당 부담액은 PC방이 4000원, 모텔(2인 입장 시)이 1만5000원이다. 모텔이 PC방보다 4배 가까이 비싼 셈이다. A씨는 “다 좋은데 요금이 비싸다는 게 가장 흠”이라고 말했다.

낯선 사람과 밀폐된 공간에서 몇 시간씩 머무는 특성상 각종 절도나 ‘먹튀’ 범죄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씨는 모텔 입장 전 신분증 검사에서 임시신분증을 내밀었는데 이유를 묻자 “얼마 전 익명 채팅방에서 만난 4명과 같이 게임텔을 하다가 지갑을 도난당했다”고 털어놓았다.

또한 서울 광진구에서 게임텔에 참여하려던 이모(30)씨는 “방장에게 모텔비를 이체했더니 채팅방을 나가고 연락이 두절됐다”고 언성을 높였다. 그는 “1만~2만원 때문에 신고하기도 좀 그래서 놔두고 있다”며 “이런 종류의 사기가 아마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러한 추세를 간파한 일부 숙박업소는 고객 수요에 발 맞추기 위해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성동구 도선동의 한 숙박업계 관계자는 “홈페이지 예약이 대실 일주일 전부터 가능한데 고사양 PC와 게임 전용 의자가 있는 룸은 금방 예약이 차고 문의 전화도 많이 온다”며 “일반실 컴퓨터도 (사양을) 업그레이드 하고 게이밍 의자를 구입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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