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러 원유금수법 처리 임박…스태그 공포 현실로

누구도 예상 못했다…유가 130달러대 폭등
월가 "유가 더 오른다"…3차 오일쇼크 도래
경기침체 압력 고조…스태그플레이션 공포
  • 등록 2022-03-08 오후 1:39:05

    수정 2022-03-08 오후 1:39:19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고준혁 기자]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유가가 ‘역대급’ 폭등하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는 초강수를 추진하고 있고, 이에 유럽 최대 산유국인 러시아는 “배럴당 300달러 이상 오를 것”이라며 협박성 발언까지 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구 소련 재건’ 야욕을 감안하면 강대강 대치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기름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과정에서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급격하게 커지는 기류다.

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의 한 주유소에 휘발유 가격이 표시돼 있다. (사진=AFP 제공)


“3차 오일쇼크 이미 왔다”

7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 등에 따르면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거래일 대비 3.2% 상승한 배럴당 119.4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008년 9월 이후 13년5개월 만의 최고치다. 장중에는 배럴당 130.50달러까지 치솟았다.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4월물 브렌트유 가격은 장중 139.13달러까지 올랐다.

월가 그 어떤 기관도 배럴당 130달러대 유가를 예측하지 못했다. 월가 한 뮤추얼펀드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어떻게 흘러갈지 예상하기 어렵다”며 “이에 따라 유가 전망 자체가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유가 상승 압력은 계속 이어지되, 상황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정도만 예측할 수 있다고 이 인사는 전했다.

서방 진영은 대러 제재 폭탄의 ‘마지막 카드’로 원유를 지목하는 분위기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미국 하원은 이르면 8일 러시아산 에너지의 수입을 금지하고 러시아와 일반 무역 관계를 중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처리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유럽 동맹국 참여 없이도 독자적으로 러시아에 원유 제재를 가하는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유럽은 러시아가 원유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제재를 꺼리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러독 직통 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2 사업 중단처럼 강하게 설득한다면, 마냥 모른 척하기 어려울 수 있다. 유럽을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CNN과 만나 “유럽 동맹국들과 원유 수입 금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러시아는 전혀 물러서지 않고 있다.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에너지 담당 부총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산 원유 금지는 재앙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배럴당 300달러가 넘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의 통상 하루 원유 공급량이 700만배럴에 가깝다. 그의 언급은 러시아 원유가 사라지면 ‘모두 죽는다’는 사실상 협박성이다.

그는 “러시아는 유럽 최대의 원유 공급국”이라며 “유럽이 러시아산 원유를 빠르게 대체하는 건 불가능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유럽 정치인들은 (국민들에게) 난방비 등이 치솟을 것이라고 솔직하게 경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의 자신감이 마냥 허황된 건 아니다. 모하메드 사누시 바르킨도 석유수출국기구(OPEC) 사무총장은 이날 한 포럼에서 “전 세계는 러시아를 대체할 충분한 원유 생산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고 우려했다.

러시아가 원유만 생산하는 것도 아니다. 천연가스, 구리, 니켈, 알루미늄 등의 주요 공급처다. 주요 곡물인 밀 역시 마찬가지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밀 수출량은 전 세계의 29%에 이른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프랑스의 밀 선물가격은 이날 14% 급등하며 톤당 424유로를 기록했다. 지난주와 비교하면 약 40% 올랐다. 유럽이 대러 제재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스태그 공포 이미 현실로

미국과 러시아간 치킨게임이 달아오르면서 월가에서는 3차 오일쇼크가 찾아왔다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1973~1974년 1차 오일쇼크와 1979~1980년 2차 오일쇼크에 이어 무려 42년 만이다. 이를테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러시아산 원유의 대체지가 없다는 점을 들어 배럴당 200달러 전망치를 내놓았다.

문제는 유가 폭등은 세계 경제에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가계와 기업의 경제활동에 가장 중요한 게 원유이기 때문이다.

전미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이날 기준 미국 전역의 보통 휘발유 평균가는 갤런당(1갤런=3.785리터) 4.065달러를 기록했다. 불과 한 달 전보다 18.13% 급등했다. 주유 횟수가 줄어들고 물류가 차질을 빚으면 그만큼 경제는 침체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이는 곧 국제금융시장에서 위험 회피 심리를 키우며 급격한 자산 가격 조정을 일으킬 수 있다. 월가 인사들은 “이번 사태가 단기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는데 이견이 크게 없는 기류다.

상황이 이렇자 인플레이션을 넘어 스태그플레이션 공포는 점증하고 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캐시 보스얀치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금융시장은 원유를 비롯한 각종 상품 공급 충격과 씨름하고 있다”며 “단순히 인플레이션 충격이 아니라 스태그플레이션 충격으로 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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