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찬, 우수에 젖은 명연주…레고 장미꽃 선물에 수줍은 미소

26일 뮌헨 필하모닉 내한공연 협연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 연주
앙코르는 리스트 '사랑의 꿈'
지휘자 정명훈, '아리랑' 깜짝 선물
  • 등록 2023-11-27 오후 12:09:01

    수정 2023-11-27 오후 6:01:17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지난 2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뮌헨 필하모닉 내한공연. 피아니스트 임윤찬(19)이 지휘자 정명훈(70)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객석에서는 어김없이 박수와 환호가 터져나왔다. 임윤찬은 여느 때처럼 쑥스러운 듯한 모습으로 피아노 앞에 앉았다. 아주 잠깐의 정적. 연주가 시작되자 방금 전까지 쑥스러웠던 모습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다.

지난 2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뮌헨 필하모닉의 내한공연에서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을 연주하고 있다. (사진=빈체로)
이날 1부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이었다. 다른 협주곡과 달리 솔리스트의 연주로 시작하는, 베토벤의 작품 중에서도 유독 서정적인 곡으로 잘 알려져 있다. 1악장에서 임윤찬은 우수에 젖은 듯 감성적인 연주로 합창석 포함 2500석을 가득 채운 청중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카덴차(악곡이나 악장이 끝나기 직전에 독주자나 독창자가 연주하는 기교적이고 화려한 부분)에서는 격정적인 연주를 선사했다. 2악장은 1악장보다 한층 더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연주였다. 뮌헨 필하모닉은 1악장과 2악장에서 임윤찬에 판을 깔아주려는 듯 그의 연주에 스며드는 소리를 보여줬다.

3악장에서 임윤찬은 비로소 여유를 되찾은 듯 했다. 앞선 악장과 달리 맑고 활기찬 연주였다. 임윤찬은 연주 중간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쓸어 올렸고, 오케스트라를 바라보며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도 했다. 연주에 흠뻑 젖은 듯 그의 시선은 때때로 위를 향하기도 했다. 오케스트라만 오롯이 바라보며 묵묵히 지휘하던 정명훈도 곡이 끝날 무렵 임윤찬으로 시선을 서서히 돌렸다. 모든 연주가 끝난 뒤 객석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이 쏟아지자 정명훈은 예의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임윤찬을 포옹했다.

지난 2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뮌헨 필하모닉의 내한공연에서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을 연주하고 있다. (사진=빈체로)
이어진 앙코르는 리스트의 ‘사랑의 꿈’이었다. 임윤찬이 지난 10월 19일 영국의 세계적인 클래식 레이블 데카(Decca)와의 전속 계약 소식을 발표하면서 유튜브를 통해 연주 영상으로 선보였던 곡이다. ‘사랑의 꿈’에서도 임윤찬 특유의 감성과 곡 해석은 빛났다. 임윤찬의 팬들에게는 더없이 행복한 선물이었다.

임윤찬의 높은 인기는 이날 연주회에서도 변함이 없었다. 1부 앙코르까지 끝난 뒤 객석 맨 앞줄에 앉아 있던 한 관객이 장미꽃 한 송이를 임윤찬에게 선물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공연장 내 꽃 반입이 안 되는 것을 감안해 레고로 만든 장미꽃을 선물한 것이었다. 임윤찬은 갑작스런 선물에 당황한 듯 수줍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악장에게 장미꽃을 건네자 객석에선 웃음이 터져 나왔다. 임윤찬의 인기를 증명하듯 공연 시작 전 1500부를 인쇄한 프로그램북이 모두 매진됐다. 공연 전을 물론 쉬는 시간과 공연이 끝난 뒤에도 임윤찬의 모습이 들어간 홍보물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는 관객의 줄은 좀처럼 줄지 않았다.

지난 2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뮌헨 필하모닉의 내한공연에서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을 연주한 뒤 지휘자 정명훈과 포옹하고 있다. (사진=빈체로)
2부는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이 장식했다. 베토벤이 기존 교향곡 형식에서 벗어나 파격적인 구성과 규모로 선모려 현재까지도 최고의 교향곡 중 하나로 인정 받고 있는 작품이다. 뮌헨 필하모닉은 1893년 창단해 올해 130주년을 맞은 독일의 명문 악단. ‘독일 전통 사운드의 계승자’라는 면모를 보여주기에 손색이 없는 선곡이었다. 흠 잡을 곳 없는 연주와 함께 정명훈의 깊이 있는 지휘가 인상적이었다.

뮌헨 필하모닉과 정명훈이 준비한 앙코르 또한 특별했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모두가 알 곡”이라는 정명훈의 소개로 시작한 앙코르 곡은 바로 ‘아리랑’. 독일에서 온 악단이 선사한 ‘아리랑’은 그 자체로 아름다웠다. 관객 또한 특별한 앙코르에 화답하듯 기립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뮌헨 필하모닉과 정명훈은 임윤찬과 함께 오는 29일 세종문회화관 대극장, 12월 1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똑같은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과의 협연도 예정돼 있다. 오는 28일 경기 광주 남한산성아트홀과 3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베토벤 교향곡 7번을 연주한다.

지휘자 정명훈과 뮌헨 필하모닉이 지난 2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내한공연에서 베토벤 교향곡 3번 연주를 마친 뒤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빈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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