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 생산공장이 있는 기아차(000270)와 쌍용차(003620)는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의 덕을 보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이 곳에서 생산된 완성차가 판매된 규모는 49만8000대였는데, 이 중 내수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한 18만대였다.
하지만 수출은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4분기 판매는 오히려 1.3% 감소했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세금을 깎아 사실상 소비자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자 국내 판매는 늘었지만, 해외 수출은 답보 상태인 것이다.
한은 경기본부가 이 회사들을 살펴보니, 올해 기류도 비슷해 보인다. 최근 국제유가 하락 여파로 원자재 수출 의존도가 높은 러시아 중동 브라질 등의 수요 위축이 지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조사를 진행한 송일환 한은 경기본부 과장은 “올해 수출도 회복세가 더딜 것”이라고 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판매성장률 목표인 1.9%는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목표”라면서 “신흥시장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는데, 이 국가들은 원자재 가격 하락 탓에 경기가 둔화되면서 자동차 수요도 부진해지고 있다”고 했다.
한진중공업 등 조선업체들 업황악화 우려 커져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조선업체들은 지난해 손익의 최저점을, 올해는 신규 수주의 바닥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면서 “내년까지 수주잔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조선산업은 그 특성상 전후방 연관효과도 크다. 쉽게 말해 대형 조선소의 실적에 그와 관련된 각종 하청업체들의 희비가 달렸다는 의미다. 이미 부산 지역의 조선기자재 업체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남석모 한은 부산본부 과장은 “부산의 업체들은 현대중공업(009540) 삼성중공업(010140) 대우조선해양(042660)에 납품 비중이 높다”면서 “조선산업 업황 부진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했다.
조선산업의 부진은 우리 수출의 실적이 떨어지는 부작용과 더불어 부산·경남 지역의 소득과 소비 감소를 부를 가능성이 큰 것이다.
게다가 중국의 자급력도 높아지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에틸렌 생산 자급률은 2010년 64.9%에서 2014년 79.1%로 상승했다. 내년에는 83.1%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우리 수출에 먹구름이 드리운 것이다.
석유화학산업도 좋지 않아…中 자급력 높아져
삼성전자(005930)가 광주의 일부 가전생산라인을 베트남으로 이전하기로 한 것도 눈여겨 볼 이슈다. 기업의 생산기지 해외이전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노동단가 등 비용 문제 때문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김치냉장고 등 저가형 라인만 해외로 옮기고 광주사업장은 에어컨 냉장고 등을 중심으로 한 프리미엄가전 생산을 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라고 한다.
다만 지역은 벌써 우려를 표하고 있다. 광주광역시가 35개 협력업체에 물은 결과, 74.3%가 향후 10% 미만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봤다. 25.7%는 20~40% 매출이 줄어들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