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값 깎고 공사비도 깎고…재개발·재건축 ‘칼잡이’ 기관, 어디?

정비사업 공사비 검증…평균 30% 삭감 통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택지가격 평가…7곳 중 6곳 깎아
“권한 막강해져…국토부 대신해 가격 통제하나”
  • 등록 2020-10-08 오전 11:01:00

    수정 2020-10-11 오후 11:40:03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장에 미치는 한국감정원의 영향력이 막강해지고 있다. 공사비 검증을 맡아 건건이 ‘삭감’ 판정을 내리고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는 단지들의 토지가격도 깎고 있다. 건설사들이 ‘부풀린’ 공사비를 바로잡아 분담금을 줄일 수 있단 점엔 조합도 긍정적이지만 분양가 산정에서 가장 중요한 땅값 역시 낮추면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감정원이 국토교통부 대리인 격으로 분양가 인하의 총대를 멘 권력기관으로 거듭난 모양새다.

(그래픽= 이미나 기자)


◇ 공사비 검증 의무화 후 1년…8곳에 평균 30% ‘삭감’ 통지


6일 감정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10월 ‘정비사업 공사비 검증기준’이 마련된 후 감정원이 검증을 벌인 곳은 전국 8개 사업장이다. 8개 사업장 모두 예외 없이 삭감 통지를 내렸다. 검증을 의뢰받은 금액은 총 1조1920억원으로, 감정원은 7962억원의 공사비가 적정하다고 통보했다. 평균적으로 공사비의 30%가량을 감액토록 한 셈이다. 검증 결과는 수용 강제성 없는 권고 성격이나, 조합에겐 시공사와 공사비 재협상을 벌일 카드가 된다.

대표적인 사업장이 서울 강동구의 둔촌주공아파트재건축조합이다. 이 조합은 가구수를 늘리고 마감재를 바꾸기 위한 공사비 증액분 8670억원을 검증 요청해 3140억원을 삭감해야 한다는 결과를 받았다. 경기도의 ○○지구재개발조합 역시 가구수 및 마감재 변경 등의 공사비로 건설사에서 1542억원을 요구하자 검증을 받아 286억원 삭감 통지를 받았다. 서울의 ○○지구재개발조합은 착공일이 밀리면서 시공사가 증액을 요구한 사업비 246억원을 검증요청해 절반 넘는 133억원 삭감 통지를 받기도 했다.

정비사업장에 대한 공사비 검증은 지난해 10월 말부터 의무화됐다. 조합원 20% 이상이 검증을 요구하거나 서울의 경우 애초 공사 계약금 대비 5% 이상 상승시(지방은 10% 이상) 공사비 전체나 공사비 증액분을 감정원 또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반드시 검증 의뢰해야 한다.

공사비 검증을 받은 한 건설사 관계자는 “감정원이 검증을 한다는 건 어디서든 뭐라도 잘못을 잡아내겠단 것이니 검증을 당하면 무조건 깎일 수밖에 없다”며 “우리로선 억울한 측면도 없지 않지만 결과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으니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현재 강남권에서 공사비 증액 문제로 조합과 시공사가 줄다리기하고 있는 사업장이 꽤 있는데 감정원 검증을 받게 되면 시공사가 불리해진다”고 했다.

감정원 관계자는 “조합에 검증 결과를 통보하면 이 결과를 갖고 시공자와 협상을 벌여 사업비 변경계약을 맺는다”며 “검증결과 그대로 반영되진 않더라도 상당 부분 공사비를 낮추는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감정원, 마음 먹으면 다 깎아…가격통제 말아야”

감정원의 토지가격 감정평가 검증이 이뤄지고 있는 서울 강남권 한 아파트재건축사업장(사진=연합뉴스)
감정원은 올해 7월 말 민간택지로 확대된 분양가상한제 대상 사업장들의 토지가격 감정평가 검증 업무도 맡았다. 현재까지 7곳에 대한 토지가격 감정평가의 적정성을 검토해 재평가를 지시했고, 이 결과 6곳은 당초 감정평가액보다 땅값이 낮아졌다. 대표적인 곳이 강동구 상일동 벽산빌라 가로주택정비사업장(고덕아르테스미소지움)이다. 분양가상한제 시행 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제시한 분양가격은 3.3㎡당 2730만원이었지만 감정원의 토지가격 검증, 강동구의 분양가심의위원회를 거치면서 분양가격이 HUG 제시가보다 3.3㎡당 161만원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감정원이 정비사업의 공사비, 토지가격을 모두 깎으면 일반분양가는 낮아진다. HUG에서 맡았던 ‘분양가 통제’ 역할이 이제 감정원으로 넘어갔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재건축조합 한 관계자는 “우려했던 대로 정부가 감정원을 앞세워 택지비를 깎아서 분양가를 낮추려 드는 것”이라며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면 땅값을 더 받을 수 있단 기대가 있었는데 감정원의 적정성 평가를 믿기 어렵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사비 검증이 조합원들에게 이익 같지만 검증해서 공사비를 낮춰 개발이익이 더 발생하면 어차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통해서 정부가 걷어가니 조합원 이익이 되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감정원은 마음만 먹으면 공사비, 토지가격 모두 깎을 수 있는데 정확한 기준과 잣대를 제시해 설득해야 한다”며 “감정원이 국토부를 대신해서 가격 통제를 하는 격인데 시장경제에 맞게 통제는 하지 않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감정원 관계자는 “분양가가 상승하면 기존 주택가격 상승을 촉발하기 때문에 분양가상한제에서 택지비를 정확히 검증하는 절차를 둬 적정히 산정하려는 것”이라며 “정비사업 공사비 검증도 조합원 분담금의 바탕이 되는 총사업비 검증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일 뿐 분양가를 통제하려는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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