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는 유사 사업조직을 단일 사업부로 통폐합, 7개 사업부 체제로 바꾸는 승부수를 던졌다. 사업부 독립성을 보장함과 동시에 효율 및 성과를 책임지라는 의미였다.
최지성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시장 지배형 조직을 갖춘 후 `특명`을 하달했다.
빠른 시일내에 생활가전과 PC, 프린터, 디지털카메라, 네트워크, 시스템LSI 등 6개 사업을 세계 1위로 올려놓으라는 것이었다. `강한 것은 더 강하게, 약한 것은 강하게`를 만들라는 주문이었다.
◇위기의 생활가전..홍머신을 구원투수로!
TV 전문가에게 다른 사업 영역을 맡긴 것. 홍 부사장은 서울공고 출신으로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지난 81년에 삼성전자에 입사한 그는 삼성 TV의 독자적 화질 개선 기술인 `DNle` 3세대 기술 개발에 몸담으며 화질을 대폭 향상시키는데 수훈을 세웠다.
이때부터 삼성TV의 화질은 사용자들이 취향에 맞게 밝기와 색감을 조절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지게 됐다. 일본 TV와 차이를 크게 좁힌 기술 중 하나로 꼽힌다. 일본 경쟁업체들도 개발하지 못한 소위 `감성 기술`이었다.
밤 새워도 다음 날엔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니, 직원들은 내기를 했다고 한다. 도대체 며칠까지 저렇게 밤을 새워 버티는지 지켜 보자는 것. 그렇게 해서 그가 얻은 별명이 `머신`이다. 밤 새워도 끄덕없이 기계처럼 일한다는 것이다.
머신 외에도 그에게 붙은 별명이 또 있다. 엔지니어 시절 사내 식당에서 저녁 먹고 나면 아예 트레이닝 복으로 갈아입었다. 이 날 저녁은 연구실에서 밤샘 돌입 모드에 들어가는 걸 뜻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직원들은 그에게 `츄리닝`이라는 닉네임을 붙여줬다.
2009년 당시 홍 전무는 PDP TV 일류화 TF 중책을 맡았다. LCD나 LED보다 경쟁력이 떨어진 PDP사업에 원가 경쟁력을 불어넣었다. 이후 삼성의 TV는 LED와 LCD, PDP라는 막강한 `3각 편대 TV`라인업을 구축할 수 있었다.
냉장고와 세탁기 등 삼성의 생활가전은 반도체나 TV만큼 유독 힘을 쓰지 못하는 분야. LG전자나 월풀 같은 막강한 전통 강자들이 버티고 있는데다 작년 냉장고 폭발 등 삼성의 명예가 실추되는 등 악재가 잇달았다.
◇ 폴란드 아미카공장을 유럽 핵심 기지로
생활가전사업부를 맡은 홍 부사장이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한 전열을 먼저 가다듬었다. 작년 말 7600만달러를 들여 인수한 폴란드 아미카 공장의 생산체제를 삼성 식으로 바꾼 것.
당시 삼성전자의 아미카 공장은 큰 관심을 모았다. 아미카가 폴란드의 전통 가전 브랜드라는 점도 그랬지만, 해외에 공장을 설립해 시장에 진출하는 전략을 구사해온 삼성이 현지 공장을 사들여 시장을 공략하는 새로운 전략이었기 때문이었다.
홍 부사장은 아미카 공장을 유럽 현지 생산 거점으로 변신시켰다. 동남아와 중국 생산법인에서 충당해오던 유럽 주문을 폴란드의 아미카 공장에서 맡도록 한 것.
제품공급 시간을 4주로 줄이고, 물류비용을 크게 줄이는 효과를 거뒀다. 이 공장은 양문형 냉장고와 대용량 드럼세탁기 등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유럽 수요에 즉각 대응하는 중요 기지로 탈바꿈했다.
생활 가전은 제품 크기가 크기 때문에 현지 거점이 필수적이라고 믿은 홍 부사장의 선택이 적중한 것.
◇"내년부터 냉장고 1위..세탁기 청소기도 머지 않았다"
생활가전을 1등으로 만들라는 특명을 받은 지 1년이 되어가는 시점에 홍 부사장은 모습을 드러냈다. 홍 부사장은 14일 냉장고 신제품 발표회에서 "오는 2013년까지 냉장고와 세탁기, 청소기 3대 품목에서 확실한 세계 1위에 오르겠다"고 말했다.
특히 올 연말이나 내년에는 세계 냉장고 시장 1위에 오를 것이라고 확신했다. "올해에도 냉장고 1위가 가능할 수도 있지만 사이드 바이 사이드 방식의 냉장고와 저가 시장 판도 변화를 좀 더 지켜봐야한다"고 설명했다.
프리미엄 시장에선 확실히 월풀을 제쳤지만 저가 제품 시장에서 월풀을 눌러야 확실한 세계 1위에 오를 수 있다는 뜻이다. FDR(프렌치도어냉장고) 방식 냉장고에선 삼성전자(점유율 40%대)는 월풀(30%대 초반)을 눌렀다. 사이드 바이 사이드 시장에선 월풀(점유율 30% 중반대)이 삼성(20% 후반대)을 앞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5년까지 유럽 생활가전 시장 1위를 달성하겠다고 연초에 밝힌 바 있다. 홍 부사장의 말대로라면 유럽이 아닌 세계를, 그리고 애초보다 2년을 당겨 세계 톱에 오르겠다는 것이 된다.
홍 부사장은 외형 확대와 함께 내실 다지는 데에도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글로벌 생산 거점과 R&D 기술에는 과감하게 투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업계 1위를 한다고 해서 가격 및 물량 경쟁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수익성도 업계 평균 수준 이상을 달성한다는 의미"라며 "중장기적으로 매출과 수익성 모두 최고 수준으로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