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노땅` 구글, 투자자 인기 뚝..애플 `군계일학`

[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한 때 글로벌 주식시장을 호령하던 구글과 인텔, 마이크로소프트(MS) 등 IT 업계 공룡들의 주가가 맥을 못 추고 있다. 반면 비즈니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시장 진입에 성공한 링크드인을 비롯한 신생업체들의 주가는 그야말로 수직상승 중이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 상장한 링크드인의 첫날 주가는 94.25달러로 공모가 대비 두 배 넘게 치솟았다. 이는 1990년대 후반 전 세계를 강타했던 `닷컴 버블`의 재연 우려마저 낳았다.

2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고의 성장주로 각광받던 IT 업계의 거인들이 이제는 가치주로 평가되는 등 투자자들의 관심이 점차 신생 IT업체로 이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004년 기업공개(IPO)에 나섰던 구글도 당시에는 링크드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었다. 상장 초기 주당 85달러였던 구글의 주가는 2007년 750달러를 찍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내림세를 걷다 지금은 520달러 선에서 지지부진하다.

WSJ는 구글의 주가 흐름은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MS), 시스코 시스템즈 등 전통적인 IT 대기업들과 그 모습을 같이 한다고 설명했다. 이들 기업 모두 막대한 현금을 축적하고 있는데다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적극적이지만 주가는 상대적으로 낮은 가치주라는 것.

MS와 인텔의 경우 흔히 `윈텔(윈도우+인텔)`로 불리는 PC시대의 부흥을 이끈 장본인으로, 대규모 실탄을 무기로 실적 성장과 배당, 인수합병(M&A) 등에 활발하지만 보수적인 기업 운영으로 시장에서 저평가되고 있다.

인텔의 실적 대비 주가가치, 즉 밸류에이션은 10배 수준. MS의 경우 9.9배에 불과하다. 이는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500 지수가 17배의 밸류에이션을 기록 중인 것과 비교해도 낮다.

MS는 최근 스카이프를 85억달러에 인수하며 신사업 추진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지만 시장의 환영을 이끌어내지 못했고, 세계 최대 네트워크장비업체 시스코 역시 4년 전 5000억달러를 넘었던 시가총액이 현재 920억달러에 불과할 정도로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 지난 3년간 마이크로소프트(MS) 주가 추이(출처:마켓워치)

WSJ는 이처럼 전통의 IT 명가들의 주가가 극심한 부침을 겪고 있는 것에 비해 애플은 `군계일학`의 모습이라고 판단했다. 태블릿PC인 아이패드와 아이폰 등의 활약에 힘입어 투자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

특히 MS와 인텔, 시스코 등이 투자자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상당한 규모의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하는데 반해 애플은 비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오히려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에 나서는 등 다른 기업들과 차별화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