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사의' 정명훈, 피아노 앞에 앉다

29일 프리미엄 실내악 앙상블 연주회
목 디스크 악화로 1부만 연주
복잡한 심경에도 청명하고 고급진 사운드 여전
2부 메시앙은 손열음이 대신해 '호평'
  • 등록 2015-08-30 오후 6:21:14

    수정 2015-08-30 오후 7:28:12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29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프리미엄 실내악: 정명훈의 피아노 앙상블’ 연주회에서 잠시 지휘봉을 내려놓고 피아니스트로 돌아왔다(사진=서울시향).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피아노 앞에 앉은 마에스트로는 여느 때보다 편안해 보였다. 이따금 허공을 응시하면서도 허투로 음을 내보는 일 없이 한음 한음에 집중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이 오랜만에 피아노 건반 앞에 섰다. “서울시향 감독직을 내려놓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힌 지 하루 만이다. 다만 목 디스크 악화로 2부에 예정됐던 ‘메시앙’의 ‘세상의 종말을 위한 사주중’ 연주는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대신했다.

29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프리미엄 실내악: 정명훈의 피아노 앙상블’ 연주회 현장. 정 감독은 1부 시작 전 무대에 홀로 올라와 마이크를 먼저 잡았다.

그는 직접 연주자가 바꾸게 된 경위에 대해 “몇 달 전부터 목 디스크가 악화돼 왼쪽 팔의 움직임이 불편하다. 더욱이 피아노 칠 때 목과 팔에 더 힘이 가해져 통증이 더욱 심해진다. 그래도 살살 칠 수 있는 모차르트는 어떻게든 해보려고 하는데 메시앙은 워낙 팡팡 쳐야 하는 강한 곡이라 잘 하는 피아니스트 손열음씨에 부탁했다”고 양해를 구하며 “괜찮지 않나요?”라고 미소를 지었다.

허리와 목 디스크는 지휘자들의 고질병으로, 정 예술감독도 평소 목과 허리가 좋지 않았다. 이로 인해 지난 5월 지휘가 예정됐던 ‘정명훈과 바그너 II : 발퀴레’ 공연의 지휘를 취소하기도 했다.

서울시향 관계자는 “오후까지 상태를 지켜보다 리허설 전 손열음씨로 변경했다. 메시앙이 워낙 방대한 곡이다 보니 목과 팔에 큰 무리가 있어 부득이하게 1부 모차르트만 연주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다”며 “연주회를 준비하면서 목 컨디션이 계속 좋지 않아 대비 차원에서 3~4일 전 이 프로그램에 연주 경험이 풍부한 손열음씨를 섭외했다. 페이스북과 문자, 관객에게 일일이 설명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정 감독을 주축으로 악장 스베틀린 루세브, 비올라 수석 홍웨이 황, 첼로 2수석 박진영, 서울시향의 클라리넷 수석을 지낸 채재일이 앙상블을 이뤄 모차르트의 ‘피아노 사중주 1번 G단조’를 연주했다. 정명훈의 청량하고 세련된 피아노 선율이 공연장에 울려 퍼졌다.

손열음 피아니스트도 정 감독을 대신해 연주하는 부담감에도 멋진 연주를 선보여 청중들의 기립박수를 이끌어냈다.

박제성 음악평론가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교롭게도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피아노 부문 신구 2등 출신의 실내악 연주회가 된 공연”이라며 “청명하고 고급진 사운드를 발산하는 정명훈의 피아노는 역시나 천하일품”이라고 극찬했다. 또 “이와 대조적인 철근 같은 터치를 구사한 손열음씨도 몹시 정성스러운 연주를 했다”며 “역시 채재일, 과연 루세브, 마지막 루세브의 보잉이 끌어내는 피아니시시시모(pianissississimo·ppp보다 여리게)가 끝나질 않길 바랐다”고 평했다.

한편 정 감독은 전날 같은 장소에서 서울시향의 베토벤 교향곡 6번 ‘전원’·교향곡 7번 연주를 지휘했다. 이날 단원들은 “올 연말 계약 만료에도 감독직 재계약 서류에 사인하지 않겠다”는 정 감독을 설득하기 위해 공연 뒤 깜짝 이벤트를 벌였다. 무대 위 스크린을 통해 “서울시립교향악단은 마에스트로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마에스트로와 함께 할 것입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 정 감독을 응원했다. 서울시향 측은 올 연말 계약 만료 기간까지 정 감독을 설득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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