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도 생명입니다"…치믈리에 행사 급습한 치맥 애호가

배달의 민족 '치믈리에' 급습한 동물권 활동가 인터뷰
"재미를 위해 희생당하는 동물 알리는 게 목표"
  • 등록 2018-07-25 오전 9:55:47

    수정 2018-07-25 오전 10:21:13

24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서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는 이현호씨의 모습. 그의 노트북에는 여러 동물권 단체의 스티커가 붙어있다.(사진=황현규 기자)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동물권 활동가 이현호(가명·30)씨의 1년 전 취미는 ‘치맥(치킨+맥주) 먹기’였다. 영상 PD를 준비하던 이씨는 일주일에 한 번씩 친구들과 만나 치맥을 즐겼다. 그러던 그가 지난해 8월 채식주의자를 선언했다. 동물권 단체에 입사하고 나서부터다. 이씨는 영상을 만들고 싶은 마음에 한 동물권 단체의 영상 PD직에 지원했다. 동물권에 대해 ‘문외한’이던 이씨는 그때부터 동물권에 대해 공부를 시작했다.

이씨는 “무자비하게 동물을 도축하는 과정을 직접 보고 나니 채식주의자가 될 수 밖에 없었다”며 “동물권에 관심을 가진 지 1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동물의 생명과 복지를 위한 동물권 활동에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치믈리에 행사 현장 급습한 치맥 애호가

이씨는 동물권 활동가 13명과 함께 지난 22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호텔에서 배달의 민족(배민)이 주최한 ‘치믈리에’ 자격 시험장을 급습했다. 이씨는 ‘치킨은 살 안 쪄요. 치킨은 죽어요’ ‘이 맛은 30일 된 병아리 맛이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무대 위로 뛰어올랐다. 무대에서 오른 이씨는 “닭은 재미가 아닙니다. 닭도 생명입니다”며 “치믈리에 행사는 없어져야 한다”고 소리쳤다. 배민 관계자에게 끌려가면서까지 이씨는 피켓을 놓지 않았다.

서울 종로구 안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씨는 당시 기습시위에 대해 “닭의 생명을 오락으로 소비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며 “치킨이 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닭의 고통을 배민과 참가자, 그리고 시민들이 알기 바라는 마음뿐이었다”고 했다. 이씨는 “치킨을 생산하기 위해 닭의 살을 억지로 찌우고, 태어난 지 30일도 안 된 닭을 도축하는 등 비동물권적인 치킨 생산 과정에 분노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씨가 참여한 깜짝 시위에 대한 배민 측 입장은 강경하다. 배민은 행사 방해에 대한 책임을 물어 법적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배달의 민족 측은 “자신의 의견과 주장을 표출하는 방법이 다른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아프게 하는 방식이어서는 곤란하다”며 “이번 시위를 주도하고 참여한 이들에게 법적인 책임 뒤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이씨는 “애초에 법적 처벌을 당할 것을 감안하고 계획한 사안이라 크게 개의치 않는다”면서도 “오히려 이번 고소로 동물권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질 것 같다”며 웃었다.
22일 오후 서울 잠실동 롯데호텔 3층 크리스탈 볼륨에서 열린 ‘배민 치믈리에 자격시험’을 찾은 동물권 활동가들이 “치믈리에 행사는 없어져야 한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황현규 기자)
“재미 위해 희생되는 동물이 있다는 사실 알게 하는 게 목표”

이번 기습 시위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동물권 활동가들의 주장을 응원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국민 간식인 ‘치킨’을 걸고넘어지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씨는 “사회 전체가 육식을 하지 말자는 것은 불가능한 목표이며 이를 주장하지도 않는다”면서 “적어도 우리가 먹는 고기가 어떤 과정을 거쳐 생산되며 동물이 어떻게 희생되는 지를 전달하는 게 시위 목적이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먹고 있는 음식의 ‘불편한 진실’을 알자는 요구가 무리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씨는 앞으로도 불편한 진실을 알리기 위해 동물권 활동을 지속해 나갈 예정이다.

이씨는 “동물권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인식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며 “치믈리에 행사와 같이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동물 착취 행사’에 적극적으로 건의하고 목소리를 내겠다”고 했다.

이씨는 동물권이 결국 사람과 떼어낼 수 없는 가치라고 강조했다.

“동물이 고통 받는다면 결국 그 피해는 인간이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가축, 인간, 식물 등 각각의 유기체들은 서로 생존권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입니다. 가령 공장식 축산으로 가축 분뇨와 지구온난화 문제는 결국 인간에게 피해를 줄 수밖에 없습니다. 동물권은 선택의 가치가 아닌 필수 가치입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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