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황에서 업계 일각에서는 `일시적 유동성 부족기업`으로 분류돼 신규자금 지원이 사실상 막힌 B등급 건설사들의 자금난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현진은 올해 시공능력평가 37위의 중견건설사로 `현진 에버빌`이라는 브랜드로 잘 알려진 업체다. 작년 시평 43위에서 6단계나 상승할 만큼 사업성과도 좋았다. 하지만 올 상반기 8개에 이르는 입주 예정 사업장의 입주율 저하로 분양 잔금이 제때 납부되지 않으면서 자금난이 급격히 악화됐다.
㈜현진은 이미 작년 상반기 `워크아웃설`에 시달린 바 있다. 하지만 당시 회사가 보유한 자산을 매각하는 등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하면서 위기를 잘 헤쳐 나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때문에 올 초 채권단의 신용등급 평가에서도 ㈜현진은 미분양으로 인한 일시적인 자금난이 우려되기는 하지만 `B등급`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B등급 건설회사에 대한 금융권의 자금지원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현진은 지난 3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던 시평 90위(2008년 기준)의 신창건설에 이어 두번 째 B등급 건설업체로서 법정관리 신청을 앞두게 됐다.
이렇듯 신용위험 평가에서 비교적 우량등급을 받은 B등급 건설업체가 6개월이 채 안돼 워크아웃을 신청하고 그 마저도 채권단이 부결 처리함에 따라 지난 2월 은행들이 실시했던 건설업체에 대한 신용위험 평가가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B등급을 받은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롯데기공은 롯데건설이 합병을 추진해 워크아웃 돌입 한 달만에 졸업하는 등 업계에서는 실제 건설업체들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평가가 이뤄졌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며 "평가를 제대로 하지 못한 금융권의 책임도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함께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은행권이 B등급 건설업체들에 대해 가혹한 기준을 들이대고 있다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B등급 건설업체들은 담보로 제공될 수 있는 보유자산이 없는 경우 기존 채무를 변제하기 위한 금융권의 대출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또 사업 추진을 위한 PF대출마저 은행권에서 높은 금리를 요구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진의 경우 은행 돈 빌리기가 어렵게 되자 경영진이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사채까지 빌렸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며 "일시적으로 유동성 위기가 불거졌던 만큼 제때 금융권의 자금지원이 있었다면 원만하게 해결됐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