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정, 잔혹한 살해방법에도 '사이코패스' 아닌 이유

  • 등록 2019-06-11 오전 10:55:12

    수정 2019-06-12 오전 9:59:18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른바 ‘제주 전 남편 살해사건’ 피의자 고유정(36)이 “사이코패스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고유정은 전 남편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유기하고도 마트에 들러 범행에 쓰고 남은 물품을 환불하는 등 잔혹함을 보여 ‘사이코패스’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고유정은 5~6년간 장기 연애 후 결혼했고 아버지 회사에 근무하면서 아들의 양육권까지 갖는 등 비교적 정상적으로 생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1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사이코패스 같으면 굉장히 초법적 사고를 많이 하고 합법과 불법을 아주 쉽게 넘나든다. 그래서 꼭 중범이 아니더라도 전과력이 많이 누적된다. 그리고 그런 특성이 청소년기부터 나타난다”며 “그런데 지금 이 여성(고유정) 같은 경우에 딱히 전과력이 없다. 반사회적인 행위를 한 적이 없다 보니까 어느날 갑자기 이렇게 돌변할 수 있느냐. 이게 많은 사람의 의문을 자극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타인에게 위험한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문제는 첫 번째 남편(피해자)에게 극도의 집착을 했던 것 같다. 그러한 특이성으로 보통 여자 살인범 중에는 배우자를 굉장히 잔혹하게 살해하는 경우가 있다. 외국의 연구 사례를 보면 그들의 성격적인 특징이 ‘경계성 성격 장애’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여성은 감정의 기복이 무지하게 심하다. 잘할 때는 다시 없게 잘하기 때문에 아마 연애가 장기간 계속됐을 거다. 그런데 문제는 본인이 기대했던 것 같지 않은 결혼 생활을 하면서 아마 자신의 정체를 드러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런 성격이라면 갑자기 포악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아마 폭력적인 행위를 반복하다 결국 이혼까지 가게 된 건 아닌지 생각이 든다. 폭력적인 행위를 하면서도 남편한테 사랑받길 원한다”라고 설명했다.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이 범행 사흘 후인 지난달 28일 오후 3시 25분께 범행 전 구입했던 청소용품 중 일부를 환불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교수는 고유정의 현재 남편이 3개월 전 데려온 아이도 사망한 점 등을 미뤄보아 “고유정이 모든 불행의 시작을 전 남편이라고 생각했을 개연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이 교수는 “사고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은 자기 잘못을 결코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까 불행을 유발한 사람에 대한 유감이 굉장히 컸을텐데, 그 와중에 전 남편이 (아들의) 면접 교섭권 소송을 시작했다. 고유정은 어떻게든 잊어보고 제주도랑 인연을 끊고 살고 싶었는데 소송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제주도에 계속 발목이 잡혀서 내려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됐다. 그것으로 아마 굉장히 격분하고 앙심을 품었을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면서 고유정이 면접교섭권 관련 재판에서 소리를 지르고 난동을 부린 점을 들어 “사이코패스는 보통 그런 행위를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기에게 불리한 행위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이 교수는 고유정이 범행 후 남은 물건을 환불한 것에 대해 “경계성 성격 장애라고 얘기하긴 어렵고, 일상적인 가정주부로서의 생활 습관이라고 얘기하는 게 맞을 거다”라고 밝혔다.

완전 범죄를 꿈꾼 고유정은 자신의 범행이 들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 주부로 지낸 일상처럼 환불을 받았다는 것이다.

지난 10일 제주동부경찰서는 지난달 22일 제주의 한 마트 계산대 CCTV에 찍힌 고유정의 모습을 공개했다.

이 영상에는 고유정이 계산대에 표백제와 고무장갑, 부탄가스 등을 올려놓고 다시 카트에 옮겨 담은 후 스마트폰으로 포인트 적립을 준비하는 모습까지 담겼다.

당시 고유정이 산 물건을 보면 범행을 실행하고 시신을 훼손하겠다는 계획을 미리 세웠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지난달 28일, 고유정은 마트에 다시 들러 범행 과정에서 쓰고 남은 듯한 물품을 환불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경찰 조사에서 고유정은 환불 이유에 대해 “주거지인 충북 청주 자택에서 쓰려고 샀다”며 “하지만 시신 옆에 둔 물품이라 찝찝해 환불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유정은 제주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을 살해한 지난달 25일 이후에도 평상심을 유지한 것으로 보이는 부분이다.

한편, 전 남편의 혈흔에서 수면제의 일종이 졸피뎀이 검출되면서 고유정의 살해방법과 공범 여부 등에 대한 경찰 수사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범행동기와 수법에 대한 추가 조사를 벌인 뒤 고유정을 조만간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유현주 '내 실력 봤지?'
  • "폐 끼쳐 죄송"
  • 탕웨이, 무슨 일
  • 아슬아슬 의상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