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정무수석.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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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승현 윤여진 기자] 박근혜 정부 시절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문화·예술계 인사 지원배제 명단) 사건과 관련해 박근혜(66) 전 대통령도 법적 책임이 있다고 항소심 재판부가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조윤선(52) 전 정무수석에 대해서도 1심 판결을 뒤집고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조영철)는 23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80)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 전 수석 등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각각 징역 4년과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조 전 수석은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지만 2심에서 실형을 받아 이날 법정구속됐다. 1심에서 징역 3년을 받은 김 전 실장의 형량도 4년으로 늘어났다.
재판부는 이 사건 재판에서 같은 혐의로 기소된 김상률(57) 전 교육문화수석에게 징역 1년 6월을, 김소영(52) 전 문화체육비서관에게는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또 △김종덕(60)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2년 △신동철(57) 전 정무비서관 1년 6월 △정관주(54) 전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1년 6월을 각각 내렸다.
재판부는 블랙리스트의 작성과 실행을 박 전 대통령과 김 전 실장이 사실상 주도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지원배제를 위한 구체적 기준을 보고받고 승인한 것은 지원배제를 포괄적으로 승인한 것”이라며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의 김 전 실장과 결합해 공모관계를 형성했다고 보는 게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이 ‘좌파 배제·우파 지원’이란 국정 기조를 강조하며 그에 따른 정책 입안을 지시한 것만으로는 지원배제 범행의 공범으로 보기 어렵다는 1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재판부는 조 전 수석의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도 유죄로 봤다. 재판부는 “정무수석이 (보조금)차단 문제를 검토하고 논의한 것은 이곳에서 좌파 견제를 했음을 보여주는 유력한 근거”라며 “여러 상황을 감안하면 조 전 수석이 김 전 실장과 공모관계를 형성해 블랙리스트 실행에 가담했다고 보는 게 상당하다”고 했다.
앞서 1심은 “정무수석으로서 신 전 비서관이나 정 전 차관에게 지원배제 관여를 지시하거나 보고받고 승인하는 등의 행위를 담당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