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고초려로 모셨는데"…대선판 뛰어든 스타 PD 죽쑤는 이유

MBC·KBS 출신 김영희·박태호 영입…효과는 미미
김영희 기획 '불가수' 논란 끝에 비공개 전환
尹 콘텐츠 대부분 청년보좌역 작품…박태호 성과 아직
  • 등록 2022-02-22 오후 1:00:15

    수정 2022-02-22 오후 9:23:40

(위에서 아래로)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캠프 홍보소통본부장으로 영입된 김영희 MBC 전 PD(오른쪽),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캠프 홍보본부장으로 발탁된 김태호 KBS 전 예능국장(왼쪽).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올해 대선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비대면 선거운동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유튜브가 새로운 핵심 전장으로 떠올랐다. 스마트폰에 친숙한 MZ세대를 사로잡기 위해 각 대선 캠프가 다양한 숏폼 콘텐츠 공세를 펼치는 모습은 기존 대선에선 볼 수 없던 풍경이다. 킬러 콘텐츠 생산을 위해 스타 예능 PD까지 영입해 경쟁을 펼치는 상황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캠프는 ‘쌀집아저씨’로 유명한 스타 PD 출신 김영희 전 MBC 부사장을 홍보소통본부장으로 영입했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캠프는 홍보본부장으로 박태호 전 KBS 예능국장을 발탁했다. 지난달 두 스타 PD의 영입 소식에 정치판은 떠들썩했다. 그러나 대선을 2주 앞둔 현재 두 사람 모두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김영희 더불어민주당 홍보소통본부장이 영입 직후 기획 제작한 이재명 후보, 김혜경 씨 부부의 ‘크리스마스 캐럴 뮤직비디오’ 영상. (사진=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제공)
‘쌀집아저씨’ 영입 효과 저조…‘불가수’는 비공개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에 합류한 김영희 본부장은 이 후보 캠프의 유튜브 및 쇼츠 콘텐츠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특히 자신의 이름을 내건 ‘김영희C센터’는 유튜브 ‘이재명’ 채널의 주요 콘텐츠다. 김 본부장은 지난해 말 영입 직후 이재명 후보와 김혜경 씨 부부가 율동 및 랩을 맡은 ‘캐럴 뮤직비디오’를 시작으로, ‘재명C와 함께하는 2022 글로벌 해돋이 지구 한 바퀴’ 등을 선보였다. 자신이 직접 영상에 출연도 했다. 첫 프로젝트였던 ‘캐럴 뮤직비디오’ 콘텐츠는 10만 뷰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지만, 이후 공개된 해돋이 콘텐츠 조회수는 평균 1만~2만 뷰 수준으로 떨어졌다. 김 본부장의 회심작으로 MBC 인기 예능 ‘나는 가수다’를 패러디한 ‘불만을 노래해-나도 가수다’(이하 ‘불가수’)는 지난달 29일 공개된 후 논란에 시달리다 5일 만인 지난 3일 모든 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한 상태다.

‘불가수’의 당초 취지는 개사를 통해 불만을 노래하고 후보와 소통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직 의원들이 우스꽝스러운 복장을 입고 보좌진을 총동원한 채 영상에 출연하는 모습이 빈축을 샀다. 노래 가사에 ‘부동산 정책 엉망’ ‘매년 갚지도 못할 빚을 지고 있다’ 등 현 정부의 실정을 대놓고 꼬집는 듯한 내용을 포함한 것은 이 후보가 내세운 ‘네거티브 근절’ 슬로건과 거리가 멀다는 지지층의 반발을 불렀다. 조회수도 바닥을 쳤다. 임승호 국민의힘 대변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쌀집 아저씨 PD를 모셔와 야심 차게 기획한 ‘나는 가수다’ 패러디 영상물 대부분 조회수가 20회 정도를 기록할 만큼 놀라운 흥행을 보이고 있다”고 비꼬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대선 후보의 정책 홍보를 위해 유튜브에 사활을 거는 것은 대면 선거운동이 한정된 시대, 온라인 콘텐츠 여론전을 그만큼 중요하게 여긴다는 방증”이라면서도 “재미를 추구하는 MZ세대를 잡기 위한 노력이겠으나 어설픈 유머에 공약의 진정성을 떨어뜨리는 정치 희화화로 여겨질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청년보좌역들이 기획해 화제를 모은 ‘59초 공약짤’ 쇼츠 영상. (사진=윤석열 국민의힘 대선캠프 유튜브 영상 화면)
尹 콘텐츠 공신=청년 보좌역…박태호 성과물 아직

KBS ‘연예가 중계’ ‘체험 삶의 현장’ ‘TV는 사랑을 싣고’를 비롯해 MBN ‘보이스퀸’ ‘보이스트롯’ 등을 연출했던 박태호 본부장은 영입 후 1개월이 지났지만 뚜렷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다.

윤석열 캠프의 경우, 공약 설명 숏폼 콘텐츠 ‘59초 공약짤’과 ‘AI 윤석열’ 코너가 유튜브 채널의 주력 콘텐츠다. 윤 후보가 유튜브 영상 말미 외치는 ‘좋아, 빠르게 가’라는 대사도 화제를 모으며 온라인상 유행어가 됐다. 이는 대부분 30대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2030세대 청년보좌역들이 기획 총괄한 콘텐츠다. ‘59초 공약짤’과 ‘AI 윤석열’은 김동욱, 박민영, 오철환 청년보좌역 등이 탄생시켰다. ‘여성가족부 폐지’ 슬로건으로 화제를 모았던 페이스북 ‘한 줄 공약’도 이들의 머릿 속에서 나온 아이디어다. 이들을 관리하는 청년 본부는 시사평론가 출신의 장예찬 본부장이 맡고 있다.

박태호 본부장이 직접 기획한 콘텐츠는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 한 연예 기획사 관계자는 “박태호 본부장이 막강한 연예계 인맥, 셀럽들을 동원해 인기 예능을 패러디한 선거 콘텐츠 제작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가요계, 방송가에 들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박태호 본부장은 이데일리에 “맡은 홍보 업무 전체 및 윤 후보의 좋은 이미지 제고에 최선을 다할 뿐”이라면서도 기획 중인 콘텐츠가 있는지, 어떤 콘텐츠 전략을 펼칠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스타 PD의 선거 콘텐츠가 생각만큼 좋은 결과를 내고 있지 못하는 현상을 ‘시청 패턴’을 둘러싼 세대 격차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김성수 문화평론가는 “온라인 숏폼 콘텐츠의 주요 시청층인 MZ세대는 짧고, 한눈에 재미와 메시지를 느낄 수 있는 콘텐츠에 매력을 느끼지만, 각 대선 캠프가 영입한 PD들은 아직도 ‘기승전결’이 뚜렷한 기존 예능 스토리텔링 방식에 익숙해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같은 MZ세대인 청년 봉사자, 보좌역들이 기획 총괄한 콘텐츠의 조회수 성적이 더 좋다는 점이 이를 입증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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