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전성시대①] '오래된 미래' 골목길, 응답하라!

- 우리는 왜 그곳으로 가는가
"지친 심신 달래러" "옛 추억에 잠기러"
북촌·서촌 복고거리, '힐링 장소' 각광
  • 등록 2013-10-25 오후 4:36:02

    수정 2013-10-25 오후 4:38:45

기와가 정겨운 한옥이 빼곡히 마주한 서울 종로구 가회동 한옥마을 골목길(왼쪽). 60년이 넘은 헌책방집 대오서점은 누하동의 ‘골목 지킴이’다(오른쪽 위). 부암동 골목은 곳곳에 자연이 흐른다(오른쪽 아래)(사진=양승준 기자).


[이데일리 강경록·양승준 기자] 직장인 고재민(37·홍제동) 씨는 ‘골찾사’(골목길을 찾는 사람)다. 회사 일로 스트레스가 쌓이면 퇴근길 술집 대신 서울 종로구 가회동 골목길로 향한다. 고씨는 “직장 동료와 술로 스트레스를 풀면 되레 몸만 피곤하다”며 “혼자 조용하게 골목길을 걷다 보면 몸도 마음도 가벼워져 ‘정말 내가 쉬고 있구나’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옥으로 둘러싸인 고즈넉한 길을 걸으면 일상에서 쌓인 ‘독’이 빠져나가는 것 같단다.

“옛 정취를 느끼고 싶어서요.” 프리랜서로 일하는 강순경(40·만리동) 씨는 23일 오전 친구와 서울 종로구 부암동 골목길을 걸었다. 인터넷을 검색해 일부러 오래되거나 좁은 길을 찾아다니는 게 강씨의 취미. 산책길에 만난 그녀는 “요즘 들어 옛날 생각이 많이 나 개발이 안 된 골목길을 찾아다닌다”며 “옛 담벼락을 보며 내 추억을 찾고 여유를 얻는다”며 웃었다.

구불구불하고 좁은 길. 골목길이 ‘변했다.’ 더는 도시에 낀 ‘곰팡이’가 아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옛 이름에 볕이 들었다. ‘향수’의 공간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더 나아가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치유의 장소로까지 주목받고 있다. 감추고 싶던 통로는 문화의 공간으로 거듭났다. 사람들도 다시 불러모았다. 골목길을 떠났던 30~40대도 돌아왔다. 골목길의 ‘환골탈태’다.

그 배경을 사회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30~40대는 유년시절을 골목길에서 보내다 그 길이 사라지고 고층아파트가 뻗는 걸 지켜본 이들이다. 성과지향주의로 인한 날선 사회 속 피로도가 가장 높은 세대이기도 하다. 문화평론가 이택광 경희대 영미문화학부 교수는 “이들이 골목길을 찾는 건 현실의 지나친 피로감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봤다. 과거에 없애야 된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이상화해 위안을 얻는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골목길 여행을 ‘자아찾기’로 보는 의견도 있다. 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원장은 “큰길에 서면 자신의 존재감을 제대로 느낄 수 없지만 골목길에선 다르다”며 “나는 물론 주변도 내가 주도할 수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게 소로(小路)를 걸을 때 느낄 수 있는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문화계에 부는 복고바람도 ‘골목길 열풍’에 불을 지폈다. 10~20대의 관심까지 끌어들였다. 덕분에 골목길은 관광지로도 인기다.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독특한 분위기로 골목길 상권은 활황이다. 서울 종로구 재동·가회동·삼청동을 아우르는 ‘북촌’이 대표적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북촌 방문객 수는 2010년과 비교해 지난해 3배 가까이 늘었다. 최근에는 종로구 효자동·누하동·통인동·체부동을 포괄하는 ‘서촌’으로까지 인기가 번졌다. 관광업계에서 골목길은 ‘오래된 미래’다. 하지만 지나치게 사람들이 몰려 주민의 피해가 적잖다. 골목길이 상업화된 탓에 옛 모습이 사라지는 몸살을 앓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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