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Story]'모두'와 '누구'..네이버에 진 통신사, 플랫폼 차별화 시동

  • 등록 2016-09-05 오전 11:45:30

    수정 2016-09-05 오전 11:46:45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통신회사들이 통신에서 벗어나 플랫폼(인터넷) 사업을 하겠다고 하지만 성과는 별로 없다. 권위적이었던 조직 문화는 바뀌고 있고 ‘개방’에 대한 의지도 엿보이지만, 구글이나 네이버(035420)와 경쟁하기에는 역부족이다.

2008년 5월 정부가 SK텔레콤(017670)의 무선인터넷 초기화면에 ‘주소검색창’을 만들어 SK텔레콤 내부 포털인 네이트뿐 아니라 네이버·다음 등도 쉽게 접속할 수 있게 하는 규정을 의결할 때까지 이통사들은 ‘핫키(네이트키, 메직n 키 등)’에 집착했었다.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한 것은 2009년 애플 아이폰이 국내에 상륙하면서부터다.

통신사에서 벗어난 앱 생태계가 만들어지자 통신사들은 앞다퉈 개방과 공유를 외치면서 플랫폼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인터넷은 독식 사업이어서 통신사(MNO)가 네이버, 다음에 진 것이며 다음도 네이버에 졌다”는 통신사 고위 관계자의 말처럼 뒤늦은 감이 있다.

그래서 통신사들은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와 다른 방식으로 인터넷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주 SK텔레콤이 선보인 국내 최초 음성인식 기반 인공지능서비스 ‘누구(NUGU)’는 5년 동안 개발해 온 원천기술과 통신사로서의 강점(클라우드·빅데이터·모바일)을 합쳐 내놓은 결과물이다.

2011년 “소리를 전달하는 걸 기본 업으로 하는데 제대로 된 연구가 있었나”라는 반성에서 시작된 자연어처리 연구가 기반이라 한다. 텍스트(글)에 기반해 터치로 소통하는 터치 유저인터페이스(UI)를 가지고는 도저히 네이버를 못 당하니 인공지능과 결합한 보이스 UI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세상을 열겠다는 의미다.

SK텔레콤에 통신사로서의 이점이 사라진 건 아니다. 사물인터넷(IoT) 전국망 ‘로라’를 구축해 생태계를 주도하며 IoT 플랫폼 사업자가 되겠다 했고, 페이스북이 주도하는 데이터센터 관련 개방형 하드웨어 프로젝트인 ‘오픈컴퓨트프로젝트(OCP)’에 참여하면서 자사망 운영비용 절감은 물론 통신장비 시장에도 발을 걸치게 됐다. 네트워크의 가치는 줄어든다 하나 1984년 창사 이래 쌓아온 노하우가 ‘플랫폼’ 시대에도 도움이 된다.

이는 네이버가 당장 쫓아오기 쉽지 않은 영역이다.

네이버는 글로벌 SNS 라인의 성공으로 명실공히 국가대표 인터넷 기업이 됐지만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네이버가 지식검색으로 ‘인터넷의 1위는 10년에 2,3번 변한다’는 공식을 깨고 야후와 엠파스를 잡은 일도, 일본 인터넷 검색에 수년간 도전하다 고배를 마시고 현지기업 인수를 통해 라인을 만든 일도 그랬다.

네이버 안팎에선 네이버의 성공은 하루 24시간 365일 ‘세상에 도움이 되는, 개인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를 만들자’는 기업문화 덕분이라고 한다. 한 때 한게임과 합병하기는 했지만, 게임 산업에 별 관심을 두지 않는 이해진 의장 특유의 배짱과 집중력도 원인으로 꼽힌다.

통신보다 승자 독식성이 강한 인터넷 산업의 특성상 네이버의 세력 확장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다. 네이버가 뭘 잘못했다기보다 대한한국 인터넷 세상에서 모든 건 네이버로 통할 수밖에 없는 현실 때문이다.

이 때문에 네이버는 직접 온·오프라인 연결(O2O) 시장에 뛰어들기보다는 ‘거간꾼’ 역할에 만족하겠다는 입장이다. 네이버가 누구나 쉽게 무료로 모바일 홈페이지를 만들 수 있는 ‘모두(modoo!)’를 개편하며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의 디지털 비즈니스를 돕겠다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네이버가 소상공인들에게 무료로 모바일 홈페이지를 만들 수 있게 돕는 것은 웹에이전시 기업에 위협이다. 네이버가 윈도시리즈라는 쇼핑 플랫폼을 별도 앱으로 분사해 서비스하면 국내 e커머스 시장은 요동칠 것이다.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 네이버든 통신사든 제조사든 플랫폼에서 성공할 길은 무얼까. 혁신을 통해 우리 사회 전체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길밖에 없다. SK텔레콤의 ‘누구’와 네이버의 ‘모두’는 각사가 처한 플랫폼의 위치만큼 전략도 달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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