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어떤 결과도 수용해야"...471명 현자들의 주문(종합)

시민참여단 2박3일간 합숙토론 종료
참가자 "어떤 결과 나와도 수용할 것"
김지형 위원장 "시민 참여단은 작은 대한민국"
  • 등록 2017-10-15 오후 7:35:00

    수정 2017-10-15 오후 7:35:00

신고리 5·6호기의 운명을 판가름할 공론조사 시민 참여단의 설문조사가 완료됐다. 15일 충남 천안의 계성원에서 진행된 설문조사 마친 시민 참여단이 박수를 치며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천안=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주사위는 던져졌다.’

15일 신고리 5·6호기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시민참여단 ‘471명 현자(賢者)’의 선택이 끝났다. 이들은 2박3일간 합숙토론을 통해 상대방의 의견을 들으면서 본인의 판단을 교정하고 상호 합의를 이끌어 낸 주역이다.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하기 위한 차원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처음으로 이뤄진 공론조사의 산증인인 셈이다.

김지형 공론화위원장은 물론, 471명 현자들의 주문은 명확했다. ‘결과를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참가자들 “만족한다” “우리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표본”

참가자들은 대부분 이번 공론조사를 통해 충분한 숙의를 가졌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인천 부평에서 온 조원영(39세)씨는 “역사적인 공론조사에 참여해 영광”이라며 “한가지 주제를 놓고 젊은 사람, 나이든 사람이 한자리에 모여 얘기를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에서 온 김용혁(52세)씨도 “그간 정책 결정은 공청회를 통해 이뤄졌지만 아수라장이 되는 것을 많이 받았다”면서 “공론조사를 통해 나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의 의견을 듣다보니 내 생각이 많이 바뀌는 등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자리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팔순을 넘긴 참가자도 있어 주목을 받았다. 서울에서 온 김경애(82세)씨는 “갑자기 여론조사 전화가 와서 아는 대로 대답하다보니 시민참가단에도 채택됐다”면서 “이번 조사 과정에서 자유로운 의견을 나눌 수 있어 좋았다. 이번 공론화위원회의 노력이 헛되지 않고, 우리의 선택이 다음세대에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471명 현자’가 던진 결과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 공론화위는 오는 20일 이들이 내린 결과를 모아 대 정부 권고안을 발표한다. 철저한 보안이 이뤄질 터라 그 이전에 결과를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이번 공론조사를 통해 일부 생각이 변화했다는 조짐도 엿볼 수 있었다.김용혁 씨는 “처음 올때는 어느 한쪽으로 마음을 먹고 왔었는데 여러차례 토의과정 및 질의응답을 통해 몰랐던 사실을 많이 알고 내 생각이 많이 틀렸다는 점을 깨달아 판단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반면 기존 생각이 더욱 굳어졌다는 참가자도 있었다. 서울에서 온 송호열(58세)씨는 “찬반 양측이 제공하는 자료가 사실을 왜곡하는 점도 상당히 많았는데 토론과정에서 각자 얘기만 할 뿐 누구말이 맞는지 팩트를 확인하기가 어려웠다”면서 “생각이 바뀌기 보다는 오히려 제가 원래 가졌던 생각이 더욱 굳어졌다”고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다만 이들은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471명의 결정에 존중하고 수긍할 뜻을 전했다. 조원영씨는 “제가 내린 판단과 반대되는 결론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수용할 수 있고, 주변에도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표본이다”고 밝혔다.

김지형 공론화위원장.
김지형 위원장 “선택 겸허히 받아들여야”

김지형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장은 이날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작은 대한민국인 시민 참여단 선택을 엄중하고 겸허하게 받아야 할 때”라면서 “권고안을 존중하지 않고 혼란을 일으키는 것은 통합을 바라는 시민들의 귀중한 뜻을 뿌리 뽑는 일이다. 이제 우리 사회 모두가 승자로 가는 길을 걸어야 한다”며 말했다.

김 위원장은 신고리 5·6호기 운명을 결정한 471명의 시민참여단의 노고를 치하했다. 그는 “여러분은 위대한 것을 선택한 게 아니라 여러분이 선택한 게 위대한 것”이라며 “우리 사회는 여러분의 선택을 존중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공론화위는 시민참여단의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오는 20일 ‘대 정부 권고안’을 발표한다. 찬반 의견이 80:20, 70:30으로 확연하게 갈릴 경우에는 문제가 없지만 오차범위내 의견이 팽팽할 경우에는 문제가 복잡해 진다. 신고리위원회가 판단을 담아 대 정부 권공안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청와대가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결과에 따라 찬반 양측에서 불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김 위원장은 “471명의 시민참여단은 작은 대한민국이라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면서 “우리시민들의 함축한 의견을 받아들일 만큼 우리 사회가 성숙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공론화 과정에서 찬반 양측이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고 보이콧하면서 공롱화위 자체 흔들렸던 부담감도 전했다. 그는 “돌이켜보면 위원장으로서 위원회를 꾸려나가는 일이 결코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면서 “지금은 그거조차도 오늘의 감동을 위한 수업이었다. 여러분의 노고에 깊이 감사한다”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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