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빅히트 상장식에 등장한 벽이 의미하는 것

코로나19·유튜브 생중계 고려해 벽 설치했다지만
방역지침 못지키고 중계에 별다른 역할 못해
'신비주의 때문 아니냐'…부족한 소통 또 지적
  • 등록 2020-10-15 오전 11:22:15

    수정 2020-10-15 오후 2:36:17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빅히트(352820)엔터테인먼트가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날, 한국거래소에는 높은 가벽이 생겼다. 성인 남성 키를 훌쩍 넘는 하얀색 벽이 거래소 로비를 3면으로 둘러싼 것이다. 십수 년을 거래소에서 일하던 임직원들에게조차 생경한 광경이었다. 그 어떤 회사가 상장할 때에도 거래소에 벽을 친 경우는 없었기 때문이다.

거래소 측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와 유튜브 중계를 고려한 처사라고 설명했다. 빅히트가 상장을 준비하던 당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되는 등 엄중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또 유튜브로 전세계에 생중계를 하려면 주변을 하얀 벽으로 둘러싸야 보기 좋다는 것도 이유로 꼽혔다. 이렇듯 거래소와 빅히트가 머리를 맞댄 결과 상장 당일 벽을 치기로 결정됐다.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신관 로비에서 열린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상장식. 로비 3면이 하얀 벽으로 둘러싸여있고, 열려있는 한 쪽 면에서만 내빈들이 상장식을 볼 수 있었다(사진=이슬기 기자)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를 격상하느냐 마냐의 갈림길에 서 있을 때 상장됐던 SK바이오팜(326030)도 상장식에 벽을 치진 않았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감안해 무릎 높이의 느슨한 울타리만 쳤을 뿐이다. 반면 빅히트가 친 벽은 그 의도와는 달리 방역지침을 지킬 수 없는 환경을 만들었다. 벽이 3면을 둘러싸고 있고 나머지 한 면만을 개방한 탓에 적은 인원들만 입장이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밀도가 높았던 탓이다. 상장식 참석을 허가받은 이들은 서로 어깨를 부딪치며 상장식을 지켜봐야만 했다. 띄엄띄엄 서서 상장식을 볼 수 있었던 SK바이오팜때와는 반대였다.

하얀 벽은 유튜브 생중계에도 별다른 기능을 하지 못했다. 일각에선 벽까지 세운 거면 방탄소년단(BTS) 홀로그램이라도 나타나는 게 아니냐고 기대했지만, 벽은 그저 벽이었을 뿐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다. 빅히트의 상장식은 여타 기업 상장식과 동일하게 상장기념패 수여와 매매개시 확인, 포부메세지를 적는 등의 순서대로 이뤄졌다.

시장 관계자들은 결국 빅히트의 ‘신비주의’가 거래소에 벽을 쌓은 이유일 것이라고 속삭인다. 실제 상장식을 주도적으로 진행했던 빅히트에서 조차도 대부분의 스탭이 권한이 없어보였다. 외신 기자가 ‘카메라 마이크를 연단에 놓을 수 있냐’는 어렵지 않은 요청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빅히트 스탭 명찰을 단 사람들은 “제가 권한이 없어서…”라고 얼버무리며 다른 사람을 찾았다. 빅히트 내 극소수의 관계자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상장식에 대한 권한도, 주도권도 갖지 못했다. 외신기자의 마이크는 여러 사람의 손을 떠다니다 겨우 연단에 놓여졌다.

앞서 기업공개(IPO) 기간 동안 빅히트는 기관투자가 뿐만 아니라 애널리스트 등 시장관계자로부터 정보 공개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연결 재무제표 내용조차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초적 지배구조에 대한 질문 역시 함구했다. 이렇듯 이미 IPO 기간 동안 시장에 벽을 쳤던 빅히트이기에, 상장식에도 벽을 친 것에 대해 놀랍지 않다는 반응이 시장에선 적지 않았다.

“오늘부터 상장사가 된 빅히트는 주주 및 사회에 대한 깊은 책임의식을 느낀다. 투명한 수익과 성장, 사회적 기여 등 최선을 다하겠다”. 이날 상장식에 참여한 방시혁 의장은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방시혁 의장의 말은 거래소에 세워진 높은 벽을 뛰어넘지 못한 채 장내를 맴돌았다. 빅히트의 주가가 다른 IPO 대어들과 달리 상장 첫날 ‘따상(공모가 대비 두 배로 시초가 형성한 뒤 30% 추가 상승)’을 지키지 못한 것도 이와 무관하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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