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은 하나금융의 최고경영자(CEO)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하고 검사를 진행 중인 아이카이스트 특혜대출 의혹과 채용비리 의혹 등 검사 결과를 확인한 후 일정을 진행하라고 했다.
하지만 회추위는 금감원이 회장 선임에 직접적인 관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상의 관치라는 것이다. 금감원은 하나금융이 15일로 예정된 회추위를 연기하지 않으면 더 강력한 수위의 중단 요구를 할 계획이어서 앞으로의 일정이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하나금융 회추위 “일정 못 바꾼다”
하나금융 회추위 관계자는 14일 “금감원과 지난 12일 간담회를 했으나 회장 선임 일정을 연기를 먼저 요청한 것은 없다”며 “금감원에서 말한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진행절차를 공개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유효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예정대로 인터뷰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하나금융 회추위는 15~16일 후보 인터뷰를 거쳐 오는 16일 쇼트리스트를 발표하고 22일 심층 인터뷰 후 차기 회장 후보를 확정할 계획이다.
하나금융 회추위는 금감원의 지적에 따라 임원추천위원회에 현직 회장을 배제하는 등 개선된 지배구조에서 회장 선임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감원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검사 결과를 이유로 회장 선임 절차를 중단시키는 것은 사실상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을 겨냥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금감원에서 요청했다는 아이카이스트 특혜 대출 내용이나 은행권 채용 비리 관련 검사 내용을 간담회에서 입에 담지도 않았다”며 “ 금감원이 하나금융·하나은행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가 규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일정을 조정하라고 전달받았다”고 주장했다.
윤종남 하나금융 이사회 의장은 지난해 12월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사 지배구조 문제를 연일 지적하자 “하나금융은 국가에서 운영하는 곳이 아니다”라며 “지나치면 과거의 관치금융이 살아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키울 수 있다”고 반발했다.
금감원 “CEO리스크 관리 지속적으로 요구”
금감원은 하나금융에 대해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회장 선임 절차를 강행하면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우리는 CEO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계속 얘기할 것이고 반영할 때까지 계속 리스크 관리를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현재 차기 회장 후보군 중 한 명인 김정태 현 하나금융 회장과 함영주 현 하나은행장 관여 의혹이 불거진 아이카이스트 특혜 대출과 은행권 채용 비리 의혹 등을 검사하는데 검사 결과가 최종 후보군(쇼트리스트)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사전에 이를 걸러내겠다는 의도다.
이 관계자는 “지난 12일 하나금융 회추위의 요청으로 금감원 임원과 관계자들이 하나금융을 방문해 간담회를 했다”며 “이 자리에서 하나금융 측이 쇼트리스트를 위한 인터뷰 여부를 물었고 보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하나금융의 차기 회장 선임절차가 예년보다 약 1개월 빠르다고 했다. 2015년에는 2월 23일에 김 회장이 후보로 확정돼 연임했다. 검사 결과에 따라 선임절차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수도 있어 신중을 기해 진행해도 된다는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