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도 금리인하 시사…결국 트럼프 입맛대로

美연준의 변심…결국 파월도 금리인하 가능성 시사
파월의 태도 변화, 왜?…물가·고용 안정 목표 ‘흔들’
트럼프, 무역전쟁→금리인하 쟁취?…재선엔 청신호
시장은 환호했지만…이면엔 무역전쟁發 경기침체 그림자
  • 등록 2019-06-05 오전 11:07:04

    수정 2019-06-05 오후 2:09:40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 (사진=AFP)


[이데일리 이준기 뉴욕특파원 방성훈 기자] 결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뜻대로 됐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의 입에서 금리인하 가능성이 흘러나왔다. 그는 글로벌 무역전쟁 여파에 대해 강한 우려를 드러내면서 “적절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금리인하를 꼭 집어 언급하진 않았지만, 경기 하강을 막기 위해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시장에선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美연준의 변심…결국 파월도 금리인하 가능성 시사

파월 의장은 4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통화정책 콘퍼런스 연설에서 “미국 경제전망의 추이를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2일 공개된 CBS 방송 ‘더 식스티미니츠’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경제는 좋은 지점에 있고 경제전망도 양호하다”며 금리인하론에 부정적 입장을 견지한 것과 비교하면 태도가 확 바뀐 셈이다.

기조 변화는 비단 파월 의장에만 그치지 않았다. 연준 이사들의 전반적인 ‘변심’이 감지된다. 이날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은총재도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의 움직임은 저조하다”며 “미국 경제 펀더멘털이 탄탄하게 유지되고 있지만, 인플레인션 측면에서 필요하다면 정책 대응에 나설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연준 2인자인 리처드 클라리다 부의장도 같은 방송에서 “채권 수익률 역전이 한동안 지속한다면, 이는 분명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사안”이라며 경제 성장세가 둔화할 경우 적극적인 통화정책에 나설 것이라고 ‘금리인하’에 무게를 실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전날(3일) 시카고 연설에서 “연준이 조만간 정책금리를 하향 조정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초 기준금리 동결 이후 연준 고위 관리로는 처음으로 금리인하 필요성을 공개 언급, 금리인하론에 불을 지핀 인물이다. 대표적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여서 그의 발언은 더욱 주목됐다.

파월의 태도 변화, 왜?…물가·고용 안정 목표 ‘흔들’

연준이 금리인하를 고려하게 된 이유 중 하나로 저조한 물가상승률이 꼽힌다. 파월 의장은 이날 연준 목표치인 2%를 밑도는 인플레이션에 대해 “우리 시대의 눈에 띄는 통화정책 도전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등이 금리인하를 촉구하며 제시한 근거와 같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저조한 물가상승률은 연준이 어느 시점에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의미”라고 주장해왔다. 마치 트럼프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비춰지는 대목이다.

일자리도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CNN은 지난달 초 “미중 무역협상이 결렬되면 연준이 금리를 내려야 할지도 모른다”고 보도했다. 근거로는 “노동시장을 떠받치기 위해서”라고 했다. ‘최대 고용’은 연준의 핵심 목표 가운데 하나다. 중국의 보복관세가 미국 기업들의 실적에 타격을 입히고 투자유보 및 비용절감으로 이어져 결국 고용을 줄일 것인데, 이 때 연준이 금리인하 필요성을 고심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CNN은 분석했다.

글로벌 무역전쟁으로 ‘수입품’ 물가가 치솟아 소비가 위축되고 경제 성장이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판단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일부 연준 이사들 역시 물가나 경제성장 둔화에 대해 꾸준히 경고 목소리를 내며 금리인하를 간접적으로 촉구했다. 파월 의장도 이날 글로벌 무역전쟁을 비롯한 각종 경제이슈에 대해 “언제, 어떻게 해결될지 모르겠다”고 우려를 표했다.

사진=AFP


트럼프, 무역전쟁→금리인하 쟁취?…재선엔 호재

주목할만한 점은 연준이 금리인하를 고려하게 만든 주범이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사실이다. 물가나 고용시장 등 전반적인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시장이 흔들리게 된 것 모두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에서 비롯됐다.

CNN은 지난달 미중 무역협상 결렬 전, 즉 트럼프 대통령이 2000억달러어치 중국산 수입품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인상하기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위협을 관철하면서 시장 혼란이 불거지면, 무역전쟁을 촉매제로 삼아 원하던 금리인하를 끝내 쟁취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반드시 나올 것”이라고 예견했다.

예측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중국에 관세폭탄을 선언한 뒤 중국 인민은행의 금리인하 등 경기부양책을 언급하며 “연준이 (선제적으로) 대응하면 게임은 끝나고 우리가 (무역전쟁에서) 이길 것”이라고 압박했다.

금리인하가 현실화되고 미국 경제 둔화 우려가 잦아들면, 또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유지할 경우 내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는 호재가 될 전망이다. 중국 경제가 악화되더라도 그에 따른 영향과는 별개로 경제 성과를 내세워 표를 끌어모을 수 있다. 아울러 연준의 방어로 고용시장이 안정세를 지속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해 온 “미국만 좋으면 그만(America First)”이라는 식의 일자리 공약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시장은 환호했지만…이면엔 무역전쟁發 경기침체 그림자

한편 파월 의장 발언 이후 시장은 ‘일단’ 환호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2.06%),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2.14%), 나스닥지수(2.65%) 모두 급등했다.

시장에서는 연내 금리인하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나아가 금리인하가 한 차례에 그칠 것인지, 두 차례까지 가능할 것인지를 따져보기 시작했다.

영국 투자은행(IB) 바클레이스는 보고서에서 올해 9월 0.5%포인트, 12월 0.25%포인트 금리인하 가능성을 제시했다. JP모간은 9월과 12월에 각각 0.25%포인트 금리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봤다. TS롬바르드의 스티븐 블리츠 수석 경제학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전쟁을 예상보다 일찍 끝내더라도, 연준은 조만간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에 반영된 올해 금리 한 차례 인하 가능성은 97%에 육박했다. 두 차례 인하 기대도 82%가량 수준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FF 금리선물 시장은 이달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24.2%로 반영했다.

그러나 뒷맛이 씁쓸하다.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것은 그만큼 글로벌 경제와 미국 경제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기도 해서다. 한편으론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끝낼 생각이 없고, 멕시코에는 예정대로 오는 10일부터 5% 관세 부과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한다. 나아가 미국은 유럽연합(EU)과도 무역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향후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의 경제지표에서 경기침체 전조가 확인되면 시장은 다시 꼬꾸라질 수 있다. 연준의 대응이 트럼프 대통령의 무차별적 무역전쟁을 어디까지 반감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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