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보육에 아동수당까지 ‘이중수혜’
정부는 현재 어린이집에 가지 않는 6세 미만 아이를 위해 가정에 가정양육수당으로 0세 20만원, 1세 15만원, 2~6세 10만원 등을 현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연간 정부부담만 2조 1000억원에 이른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이를 위해서는 보육료를 지원한다. 어린이집 종일반 1명당 지원금액은 0세 82만 50000원, 1세 56만 9000원, 2세 43만 8000원 등이다. 올해 예산만 3조 1292억원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같은 무상보육과 별도로 아동수당을 도입해 부모들의 육아비용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방침이다. 6세 미만 영유아에게 월 10만원씩 아동수당을 지급하기 위해 내년 하반기에 국비 1조 1000억원(지방비 포함 1조 5000원)을, 5년간 총 9조 6000억원(지방비 포함 13조 4000억원)을 책정한 상태다.
이렇게 되면 내년부터 0~5세 아동은 보육비 지원과 별도로 아동수당까지 받게 된다. 다만 가정양육수당과 아동수당을 동시에 수령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봐서는 안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박선권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양육수당의 경우 보육료 지원의 사각지대에 속해 있는 보육서비스 미이용 영유아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여서아동수당과 목적과 목표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복지전문가들은 아동수당 도입 자체에는 긍정적이다. 현재 미국, 멕시코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 아동수당 제도를 시행할 정도로 보편적인 복지제도라는 이유에서다. 반면 무상보육 시스템은 준비없이 급조해 시행한 탓에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전체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동 수당 개념을 장기적인 지원 가이드라인으로 지속하되 양육수당을 아동수당으로 일원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아동수당 도입 시 자녀 세액공제를 줄여나가기로 했다. 2중 3중으로 혜택을 받는 사례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내년부터 6세 이하인 둘째 자녀부터 1인당 15만원의 추가공제를 폐지하고 2021년부터는 자녀 1인당 해주던 15만원 공제대상에서 만 6세 미만을 배제하기로 했다. 6세 미만 아동에게는 수당만 지원하고 6세 이상부터는 자녀세액공제로 양육비를 지원하는 구조다.
기재부 관계자는 “자녀세액공제 개편은 아동수당과 지원 목적이 중복되고 아동수당 지원혜택이 훨씬 큰 점 등을 감안해 이뤄지는 것”이라며 “자녀 1인당 15만원(셋째부터 30만원) 세액공제는 아동수당 도입 초기 3년간은 중복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아동수당 저출산 개선효과 ‘글쎄’ …재정악화 우려도
아동수당 도입이 저출산 개선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김진수 교수도 “선진국들도 아동수당을 주고 있지만, 단기간에 저출산 개선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았다”며 “다만 정부가 일부 육아비용을 대며 가정 육아에도 관여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수당만 도입할 게 아니라 동시에 국가의 육아관여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과도한 복지비용 부담으로 인한 재정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공개하면서 100대 국정과제와 487개 실천과제 등을 실현하는 데 178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앞으로 5년간 노인기초연금 인상과 아동수당 등에 쓰일 예산 32조 1000억원도 여기에 포함돼 있다.
전문가들은 재원조달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 없이 확정적 지출 방안만 제시돼 있다고 지적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아동수당이나 기초연금은 확정지출이다. 하지만 178조원의 수입 목표는 불확실하다. 이로인한 불일치가 나타날 수 있다”며 “본격적인 증세논의를 통해 구체적인 재원마련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수 연세대 교수는 “현재 5년까지의 예산 전망만 내놓은 건 위험하다”며 “20~30년 이후의 장기전망까지 내놓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