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추행 힘들어 해'→'특이반응 없음'..'女중사 은폐' 보고서 공개

군인권센터, 30일 '공군 女중사 사망' 폭로 기자회견
군사경찰단장→공군참모총장·조사본부장 '보고 문건' 공개
'강제추행 피해자'·'유가족 반응' 등 내용 빠져
센터 "보고 문건 조작…軍 더 이상 못믿어"
  • 등록 2021-06-30 오후 1:37:50

    수정 2021-06-30 오후 1:52:48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선임 간부에게 성추행 피해를 당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제20전투비행단(20비) 여성 부사관 사건을 은폐하려고 시도한 공군본부 군사경찰의 보고서가 드러났다.

임태훈 군인권센터(이하 센터) 소장이 3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센터 교육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공군 20전투비행단 성추행 사망 사건 피해자 이모 중사에 대한 군사경찰 관련 문건 증거를 공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군인권센터는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군참모총장과 공군 수사라인은 이미 이 중사의 극단적 선택 이유가 강제 추행이라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다”며 “어떻게든 이 사건을 공군 안에서 은폐하려고 한 시도”라며 4건의 보고 문건을 공개했다.

센터가 폭로한 문건에 따르면 5월 22일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장 A대령이 공군참모총장에 보고할 당시 ‘사망자가 강제추행을 당한 적이 있음’이라는 문구와 ‘피·가해자 분리조치’ 등 내용이 담겨 있었다.

5월 23일 군사경찰단에서 공군참모총장에 세부내용을 보고할 당시에도 이 같은 내용이 있었다. 이와 더불어 고(故) 이 모 중사의 유가족이 “20비 정보통신대대 일부 인원이 딸에게 강제추행 사건의 가해자 선처를 요구해 힘들어했다”는 유가족 측의 반응과 ‘강제추행 사건 가해자 비호 여부 조사예정’ 등 문구도 적시됐다.

그러나 A대령이 같은 날 국방부조사본부에 보고한 보고 문건에는 ‘강제추행 피해자’ 등 내용이 빠졌다. 유가족 반응에도 “‘사망 동기를 명확히 밝혀달라’며 애통해하는 것 외 특이반응 없음”이라고 짤막하게 담겼다.

센터는 “공군이 단순한 허위보고를 넘어 조직적으로 사건을 무마·은폐에 이르고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며 “이 중사가 중대 성범죄 피해자라는 사실뿐만 아니라 유족의 반응까지 완전히 조작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센터는 국방부 검찰단과 국방부조사본부의 ‘부실수사’도 꼬집었다. 센터는 “지난 6월 4일 이들이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을 압수수색해 문건들을 확보해 놓고도 군사경찰단장조차 입건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앞서 지난 23일 국방부는 “군사경찰단장 등 관련자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아 ‘추가 확인 필요’ 의견을 보고했다”며 “23일 국방부 검찰단에 수사 의뢰를 한 상태”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센터는 이날 “문건만 보면 군사경찰단장이 지시한 것이 명확하게 드러나지만, 수사를 뭉개고 있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더는 국방부에 이 사건 수사를 맡길 수 없다”며 “국방부 검찰단장과 국방부조사본부장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수사로부터 배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군인권센터는 전날 “군이 스스로 성역 없는 수사를 진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국회가 직접 나서 국정조사를 통해 고인의 원통한 죽음을 밝혀야 한다”며 국정조사를 요청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시작한 바 있다.

국민동의청원 후 30일 동안 10만명 동의를 받으면 해당 사안은 국회법상 소관 상임위원회나 특별위원회에 회부돼 심사가 진행된다. 위원회는 소위원회를 구성해 청원을 심사하고 필요한 경우 사실 확인과 자료수집을 위해 직원을 파견하거나 관계자 진술을 들을 수 있다.

지난 3월 초 20비에서 근무하던 이 중사는 회식에 참석했다 돌아오던 중 선임 장모 중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이후 혼인신고를 마친 5월 22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 과정에서 이 중사는 성폭력 피해 사실을 군에 신고하고, 자발적으로 부대 전속 요청도 했지만, 군의 조직적인 회유와 압박 속에서 제대로 보호조치를 받지 못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국방부는 지난 1일 오후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공군이 수사하던 해당 사건을 국방부 검찰단으로 이관해 수사할 것을 지시했다. 국방부 검찰단은 최초 사건이 벌어진 20비를 압수수색하고 관련자를 조사하는 등 수사를 이어오고 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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