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 시즌2' 현실로…'약소국' 우크라만 버려졌다

전면전 대신 신냉전 가능성 무게 쏠려
'침공' 처음 꺼낸 미국…금융 제재 발표
거침없는 러, 돈바스 사실상 점령 수순
우크라 중립국化, 서방·러 냉전 가능성
일각서 "러, 키예프 침공하려 할 수도"
  • 등록 2022-02-23 오후 1:59:38

    수정 2022-02-23 오후 8:50:47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고준혁 기자] 서방과 러시아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속전속결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도네츠크주·루간스크주) 점령에 나섰고, 이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처음 ‘침공’(invasion) 표현을 쓰며 대러 금융 제재 칼을 빼들었다.

일각에서는 ‘냉전 시즌2’ 현실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기류다. 두 진영이 엄청난 희생을 감수하면서 전면전을 치를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러시아가 돈바스를 병합하되 우크라이나를 중립국으로 놓는 선에서 냉전 구도를 형성할 것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이 와중에 사실상 우크라이나만 버려지는 ‘약소국의 비애’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의 분쟁 지역인 루간스크주 샤스티아 외곽의 발전소가 포격을 받은 뒤 연기가 치솟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제공)


‘침공’ 표현 처음 꺼낸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백악관 연설에서 “(러시아의 돈바스 진입은) 우크라이나 침공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국제법상 우크라이나 영토인 돈바스에 무력 진입한 건 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그가 우크라이나 사태를 두고 침공으로 표현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러시아 은행 2곳에 대한 전면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재 대상은 러시아 최대 국책은행인 VEB와 방산지원 특수은행인 PSB, 또 이들의 자회사 42곳이다. VEB는 여느 나라의 국책개발은행처럼 각종 인프라 개발, 수출 금융 지원 등의 역할을 하는 곳이다. PSB는 러시아 국방부의 각종 방위사업에 70% 이상 자금을 대고 있는 은행이다. 아울러 러시아 정부의 국채 발행을 금지해 신규 자금 조달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미국이 러시아에 내린 공식적인 첫 제재다.

미국 외에 다른 유럽 국가들도 제재에 나섰다. 독일은 이날 러시아 직통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에 대한 승인을 중단하기로 했다. 천연가스 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음에도 미국의 설득 끝에 결단을 내렸다. 영국은 러시아가 런던금융시장에서 국채 발행을 금지하도록 했다. 푸틴 대통령의 측근이 이용한다고 추정되는 은행 5곳도 제재한다고 밝혔다. 일본도 러시아의 국채 발행 및 유통을 금지할 계획이다.

다만 이날 제재는 예상보다 약하다는 평가다. 미국의 경우 일부 은행만 대상으로 해 금융시스템 위험을 촉발할 수준은 아니다. 서방 진영의 군사 지원 역시 우크라이나 본토에 직접 들어가겠다는 방침은 없었다. 돈바스의 경우 이미 실효 지배했던 러시아에 넘겨주는 듯한 기류까지 있다.

일사천리 돈바스 점령한 러

푸틴 대통령은 이날 돈바스 점령 계획을 이어갔다. 러시아 상원은 이날 푸틴 대통령이 요청한 러시아 영토 밖 군대 주둔 요청을 참석 의원 153명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그는 △반군 세력의 독립 국가 승인 △평화 유지를 내세운 러시아군 진입 지시 △돈바스 지역 두 공화국과 우호조약 체결 등을 전날 하루 만에 해치웠고, 이날 파병 승인까지 받았다. 푸틴 대통령은 파병 규모와 활동 지역, 주둔 임무, 주둔 기간 등 사실상 전권을 가졌다. 푸틴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돈바스 지역에서 필요할 경우 책임을 수행할 것”이라며 군사 지원을 기정사실화했다.

이에 따라 서방 진영과 러시아간 전면전 대신 신냉전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러시아가 돈바스를 점령하고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중단하는 선에서, 우크라이나를 중립국으로 놓는 것이다. 이는 곧 신냉전이 가시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중국이 반미를 고리로 러시아와 손을 잡는다면 신냉전 전선은 더 격화할 수 있다.

그러나 전면전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러시아가 수도 키예프를 침공해 우크라이나 전체를 지배하려 할 경우다. 이는 서방 진영에서는 힘의 균형 측면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주러 영국 대사를 지낸 앤드루 우드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은 “푸틴 대통령이 어디서 멈출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며 “한 가지 논리적인 생각은 그가 우크라이나를 정치적으로 완전히 통제하면 멈출 것이라는 점”이라고 했다.

상황 어떻든, 버려진 우크라

사태가 어떻게 흘러가든 분명한 건 사태의 중심에 있는 우크라이나는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는 엄연히 자국 영토인 돈바스를 공격 당했음에도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없는 처지다. 세계 주요국들은 속속 대사관을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하고 있고, 병력 지원은 국경 바깥에서 이뤄지고 있다. 돈바스만 잃느냐, 나라 전체를 잃느냐의 선택지만 남았다는 게 냉정한 국제정세다. 한때 핵을 보유한 군사 강국이었지만 스스로 핵을 포기하면서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셈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연설에서 “군 최고사령관으로서 예비군 징집령을 발령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외국 대사관들을 비난하며 “그들은 우크라이나에 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러시아 반군이 대치하는 분쟁 지역인 동남부 도시 마리우폴에서 22일(현지시간) 주민들이 “마리우폴은 우크라이나 땅”을 외치는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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