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형제 범죄 '원심→항소심'논리 바꿔..허점도

범행동기, 형에서 동생 투자금으로 바뀌어
김준홍만 믿고 제3의 가능성 무시, 김원홍 증인채택 거부 논란도
  • 등록 2013-09-27 오후 8:46:39

    수정 2013-09-29 오후 12:51:30

[이데일리 김현아 김상윤 기자] 항소심 재판부가 27일 회삿돈을 횡령했다며 최태원(53) SK(003600)그룹 회장에게 징역 4년을, 동생인 최재원(50) 수석부회장에게 징역 3년 6월을 각각 선고했다.

두 형제가 김원홍(52) 전 SK해운 고문, 김준홍(48)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와 공모해 2008년 10월부터 12월 사이에 SK텔레콤(017670), SK C&C(034730) 등 계열사에 엉터리 펀드를 만들게 하고, 정식 펀드 결성 전에 선지급 된 돈 465여억 원을 횡령했다는 것이다.

원심에서는 최재원 부회장은 무죄를 받았고, 김원홍 전 고문의 역할은 드러나지 않았다. 왜 바뀌었을까.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중요 진술이 바뀌었고, 핵심 증거들이 나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항소심이 밝힌 범죄의 재구성에도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항소심이 인정한 범죄 사실은 이 사건의 공동피고인인 김준홍 전 베넥스 대표의 진술에만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 2013년 1월 31일 오후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는 모습과 최재원 수석 부회장이 27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연합뉴스제공


범행 동기, 형에서 동생 투자금으로 바뀌어

원심과 검찰은 최태원 회장(형)의 개인투자금 마련을 위한 회삿돈 횡령 사건으로 봤다. 2008년 5월부터 형은 SK C&C 주식을 담보로 (김원홍에게 보낼) 투자금을 마련하려 했으며, 이후 이뤄진 저축은행 대출도 명의는 동생이나 SK재무실과 협의한 만큼 형이 주체이고, 이 사건 범행도 2008년 10월 초 형이 김준홍 전 대표를 불러 펀드출자를 약속해주면서 500억 자금 마련(횡령)을 논의했다는 것이다.

원심은 “내가 불법송금을 지시했다”는 동생의 증언에 신빙성이 없다며, 최재원 부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최태원 회장에게는 징역 4년, 범행에 적극가담한 김준홍 전 대표에게는 징역 3년 6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2008년 이후 김원홍 전 고문과 형의 교류는 소강상태였고, 동생과 밀착되기시작했다고 봤다. 동생과 김 전 고문은 2008년 4월에 형 명의의 SK C&C 주식을 담보로 한 자금조달을 김준홍 전 대표에게 부탁했고, 그룹지배권 문제로 주식담보가 어려워지자 SK C&C 주식담보없이 투자금을 마련할 방법을 찾던 중 회삿돈 펀드구성과 횡령범행이 계획됐다고 밝혔다. 범행동기는 동생 투자금 마련을 위한 것이나, 김 전 고문이 형에게 펀드출자 및 선지급 방안을 설명해 형이 승낙한 만큼 형도 유죄라고 강조했다.

항소심 재판장인 문용선 부장판사는 “무죄인 동생이 무죄인 형을 위해 거짓 자백을 했을 리 없다”며 동생에게 징역 3년 6월을 선고했다. 또 “최태원 피고인 역시 펀드 돈의 횡령의도를 알았고, 계기가 된 펀드 출자 및 선지급은 최태원 피고인 영향력에 따른 것”이라며 형에게도 원심과 같은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다만, 범행을 자백했다며 김준홍 전 대표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대만에서 국내로 송환된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이 26일 저녁 8시 33분께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며 차량에 타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김준홍만 믿고 제3의 가능성 무시, 김원홍 증인채택거부 비판도

항소심은 범행을 재구성하면서 ▲최 회장의 당시 재무상황이 검찰이 주장했던 것처럼 심각하지 않았다는 점 ▲최 회장이 2008년 초 이후 김원홍 전 고문과 별로 교류하지 않았다는 점 ▲2008년 10월 27일 최 회장과 만난 뒤, 최 회장이 SMS를 보내 펀드 투자금을 챙기기도 했다는 김준홍 전 대표의 진술이 있다는 점 ▲회장 형제가 둘 다 무죄라면 억울한 누명을 씌우는 김준홍 전 대표를 왜 위증죄로 고소하거나 더 강하게 반발하지 않았겠냐는 점 ▲무죄인 동생이무죄인 형을 위해 거짓 자백했겠느냐는 점 ▲김준홍 전 대표가 동생의 유죄를 구체적으로 진술한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이런 논리는 ‘최 회장이 김원홍 전 고문과 소원해지고 당시 재무상황도 개인투자금으로 1~2달 쓰기 위해 회삿돈으로 펀드를 만들 필요는 없었다’고 해석될 수도 있다.

또한 ‘김준홍 전 대표를 위증죄로 고소하지 않은 이유는 재판 막바지까지 김 전 대표의 진술이 오락가락했기 때문’이라는 반론도 가능하다. 실제로 항소심 막바지까지 김준홍 전 대표는 최 회장은 펀드 돈의 횡령 사실을 “사전에 몰랐다고 생각했다”, “알았을 것 같다” 등 상반되게 진술한 바 있다.

동생이 거짓으로 자백한 이유도 나름의 논리가 있다. 최재원 부회장은 항소심 법정에서 “김원홍 전 고문이 빠지면서 송금지시 역할을 제가 안 하면 회장님이 구속된다는 말을 들을수 밖에 없었다”며, 후회한다고 증언했다. 최 부회장 변호인은 “A라는 사람이 살인을 했다면 기본적으로 시간, 장소 등에 대해 증거 조사가 있어야 한다”며, 김준홍 전 대표의 진술에만 의존하는 재판부를 비판했다.

한편 항소심은 최 회장 측이 제기한 465억 원 횡령금을 건네받은 김원홍 전 고문에 대한 증인채택요구를 거부한 채 선고를 강행했다. 바로 어제 국내에 강제송환된 김원홍 전 고문이 검찰조사나 별도 재판 과정에서 다른 말을 한다면, 비슷한 시기에 열리는 대법원 상고심에서 변론권 제한 논란이 불거질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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