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틱토 16세 "사제독신제 유지해야"…현직 프란치스코 교황과 정면충돌

베네딕토 16세 '아마존 사제독신제 예외 추진'에 공개 반대
"숨어지내겠다"더니 일침…가톨릭 내부 갈등 촉발 우려
교황청, "교황 입장 잘 알려져" 예외 허용 고수
  • 등록 2020-01-14 오전 11:21:58

    수정 2020-01-14 오전 11:21:58

2017년 6월 28일 신임 추기경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프란치스코(왼쪽) 교황이 전임 교황인 베네딕트 16세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전·현직 교황이 사제 독신제를 놓고 충돌했다.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이 “사제 독신주의는 약 1000년 간 지속돼 왔다”며 “앞으로도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아마존 세계주교대의원회의(synod·시노드)가 최근 성직자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아마존 지역에 한해 기혼자에게도 사제 서품을 허용토록 결정한 것에 공개적으로 반대한 것이다.

사제독신제는 가톨릭 사제가 혼인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로, 12세기 초반까지 관례로 이어져 오다 1123년 제1차 라테라노 공의회 때 교회법으로 규정된 것으로 알려진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베네딕토 16세는 ‘마음 깊은 곳에서: 사제, 독신주의 그리고 천주교의 위기’라는 신간에서 “아마존 시노드에 대한 결정에 침묵할 수 없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책은 13일 출간될 예정으로, 교황청 경신성사성 장관을 맡고 있는 로버트 사라 추기경과 공동 집필했다. 경신성사성은 가톨릭교에서 행하는 전례의 규율을 정하고 보호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부처다. 베네딕토 16세와 사라 추기경 모두 보수 성향이 강하다.

베네딕토 16세와 사라 추기경은 “주님을 섬기기 위해선 사제의 모든 재능을 바쳐야 한다. 남편 또는 아버지에게 요구되는 업(業)과 사제로서의 소명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많은 추문이 드러나고, 축성 받은 독신주의를 둘러싼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되면서, 수많은 사제가 모든 것을 포기하려는 유혹을 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같은 의견은 현직 교황인 프란치스코가 아마존 지역에 사제가 부족하다며 사제 독신제에 예외를 허용하는 것을 고민하던 도중에 제기됐다.

아마존 시노드는 지난해 10월 찬성 128표, 반대 41표로 아마존 지역에서 사제 독신제 예외를 허용해야 한다고 권고, 가톨릭교 내부에 찬반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아마존 시노드는 교황이 특별 요청한 뒤에 이뤄진 것이어서 처음부터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가톨릭 교세의 쇠퇴, 자연 보호, 원주민 인권 등 아마존 지역의 각종 현안에 대해 해결 방안을 찾아보자는 취지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마존 지역의 사제 독신제 예외 허용과 관련, 조만간 최종 결론을 낼 예정이었다. 시노드 권고문은 구속력은 없다. 하지만 교황이 최종 결정을 내릴 때 참고자료로 활용한다.

현직 프란치스코 교황은 베네딕토 16세와는 달리 진보주의적 성향으로, 앞서 사제 독신제를 교리(doctrine)가 아닌 전통(tradition)이라고 규정한 것에 비춰 예외 허용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마테오 브루니 교황청 대변인도 이날 베네딕토 16세의 산간에 대한 직접적인 논평은 하지 않고, “사제독신제에 대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입장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며 말을 아꼈다.

문제는 전직 교황이 사실상 현직 교황의 정책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라는 점이다. 현직 교황이 관심을 갖고 추진하는 특정 사안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베네딕토 16세 퇴임 당시 제기됐던 “하늘 아래 두 교황의 존재가 가톨릭계 분열과 대립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전현직 교황이 충돌할 경우 가톨릭계 내부 갈등이 더욱 심화되는 등 양극화될 수 있어서다.

베네딕토 16세는 2005년 4월 요한 바오로 2세에 이어 제265대 교황직에 올랐으나 8년 만인 2013년 2월 건강 등을 이유로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한편 베네딕토 16세는 교황직을 내놓으며 자신의 후계자인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절대적 복종”을 맹세하며 “숨어서 조용히 지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에도 종종 인터뷰나 기고문 등을 통해 다양한 현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혀 왔다.

지난해 4월에는 독일 바이에른 지방 교회에 배포되는 한 월간지에 잇달아 수면 위로 드러나는 사제들의 성 추문이 ‘68혁명’과 세속주의 탓이라는 글을 기고하기도 했다.

미국의 신학자 마시모 파지올리는 로이터에 후계자에 대한 조건 없는 숭배와 복종을 언약했던 전임 교황의 “심각한 약속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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