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처음기부하던날②] 기부 어떻게? 기부금 어디로?

기자들 기부한 성금 따라가 보니…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전달
기부금 쓰이는 중증장애인시설도 탐방
"107명의 발이 되고 2000짜리 밥이 돼"
  • 등록 2013-12-27 오후 7:09:04

    수정 2013-12-27 오후 7:11:44

기부 기사만 쓰던 이데일리 문화부 기자들이 이번엔 직접 나섰다. 즉석에서 십시일반으로 모은 성금으로 하얀봉투를 만들어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전달했다(사진=권욱 기자 ukkwon@).


[이데일리 김인구 기자] 참 무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말연시에 기부천사가 필요하니, 어쩌니저쩌니 기사만 써댔지 정작 해본 기억이 없다. 익명 기부자의 통 큰 선행에 탄복하면서도 실행에 옮기지 못한 게 사실이었다. 그래서 한번 나서보기로 했다. 문화부 기자들이 성금을 모으고 그 과정을 체험해보는 걸로 뜻을 모았다. 기자들은 즉석에서 모금해 하얀 봉투를 만들었다. 이젠 정말 기부를 할 차례. 정말 막막했다. 우선 기부금이 어디에 쓰였으면 좋을지부터 생각해봤다. 기왕이면 우리의 성금이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에게 전달됐으면 하는 의견이 많았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좋겠다고 결정했다.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 “기부, 어떻게 해야 하나”

“기자가 후원금을 직접 들고 온 건 처음이다. 정말 환영한다.” 지난 23일 서울 중구 무교동에 있는 재단 본사 나눔사업팀을 방문하자 박신애·김일권 씨가 반갑게 맞이했다. “요즘 경기불황 탓인지 후원의 손길이 줄어 근심이 컸는데 힘이 된다”며 활짝 웃었다.

기부방법과 절차, 기부금의 쓰임새 등에 대해 먼저 물었다. 방법은 크게 정기적인 것과 일시적인 것으로 나눈다. 정기후원은 재단에 후원 등록을 하고 재단에서 운영 중인 프로그램을 신청하는 것. ‘행복한 배움터’ ‘나눔 SOS’ ‘지구촌 나눔’ 등 다양하다. 요즘엔 부모와 자녀가 함께하는 ‘나눔 디딤돌’, 온라인 캠페인 ‘사랑, 하나 더’ 등 맞춤형도 나왔다. 일시적 후원은 홈페이지를 통한 계좌이체, 가상계좌 개설, 문자·익명 후원 등이 있다. 박씨는 “후원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건 방법이다. 모금을 한 뒤에도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또 어디에 쓰이는지 궁금해한다. 그런 걸 알리는 게 우리의 의무고 과제다”라고 말했다.

재단에 기부를 하면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소득세법에 따라 개인은 소득금액의 30%, 법인은 10%까지 기부금 공제가 된다. 재단이 기부금 접수결과를 국세청에 곧바로 통보하기 때문에 직장인의 연말정산에도 자동 반영된다고 한다. 설명을 듣고 나서 모금한 하얀 봉투를 간이모금함에 집어넣었다. 쑥스러웠지만 왠지 마음이 넉넉해졌다. 그런데 과연 이 돈이 어떻게 쓰일까.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박신애(가운데)·김일권(오른쪽) 씨가 기부와 관련해서 후원자로 찾아온 기자에게 상세한 설명을 하고 있다(사진=권욱 기자 ukkwon@).


△기부금이 쓰이는 중증장애인시설에 가봤더니…

재단은 전국 22개 지역본부, 17개 사회복지관, 중증장애인시설 등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에는 총 1290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86%를 국내아동지원사업에, 8%를 해외아동지원사업에 썼다. 기부금이 쓰일 곳을 ‘지정’할 수도 있다는 설명에 기자는 중증장애인시설을 꼽았다. 그러곤 재단이 경기 광주에서 직영하는 한사랑마을을 방문하기로 했다. 과연 내가 낸 기부금이 어디에 사용되는지 보고 싶었다.

1988년에 설립된 한사랑마을에는 혼자 힘으로는 거의 움직일 수 없는 중증의 장애우 107명이 생활하고 있다. 14개의 방에 각 7~8명씩 거주한다. 모두 휠체어를 탄 장애우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방에서 보낸다. ‘엄마’로 불리는 생활팀 교사 1명이 3교대로 한 방의 7~8명을 돌본다.

방문한 시간은 점심시간. 장애우들이 각자의 방에서 밥 먹는 모습을 지켜봤다. 교사가 일일이 떠먹여주고 있었다. 교사 1명으론 절대 부족해 보였다. 최금숙 후원나눔부장은 “자원봉사가 몰릴 때만 몰리는 게 문제다. 하루 중 점심에는 봉사자가 많다. 그러나 아침·저녁에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이런 부분을 채울 수 있는 봉사가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이날은 마침 경기 수원 인재리움에서 연수 중인 LIG그룹 신입사원 36명이 자원봉사를 나와 있었다. 초록색 자원봉사 조끼를 입은 그들은 서툰 솜씨로 장애우들을 도왔다. 신입사원을 인솔한 이소정 인재리움 과장은 “올해로 3년째다. 자원봉사를 하고 나면 신입사원들의 태도가 겸손해지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오후 1시 30분부터는 자원봉사자들의 부식 증정과 공연이 이어졌다. LIG 신입사원들은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채 아이스크림을 나눠주며 춤추고 노래했다. 자전거 헬멧을 쓴 채로 크레용팝의 ‘빠빠빠’를 선보이자 복도 끝방에선 비명에 가까운 웃음소리가 들렸다.

초록색 조끼를 입은 자원봉사자가 장애우에게 밥을 떠먹여주고 있다(사진=권욱 기자 ukkwon@).


△1년 예산 45억원…운영비와 인건비 빼면 식비 2000원뿐

한사랑마을의 1년 예산은 45억원 남짓. 대부분이 시설 운영비와 78명 종사자들의 인건비로 쓰인다. 당장 식비래 봤자 하루 1인당 2000원, 부식비 500원이 전부였다. 최 부장은 “부식비를 며칠씩 모아서 한꺼번에 간식을 사 먹는다. 오늘 아이스크림 같은 건 최고의 간식거리다”고 말했다. 대당 250만원이나 하는 휠체어 값도 만만치 않다. 기본 운영비론 어림없다. 후원금을 적립해 가장 시급한 아이부터 해주거나 아니면 별도 후원을 받는다. 휠체어에는 기증자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최해영 사회복지사는 “이곳 아이들도 일반 가정의 아이들과 똑같다. 피자·치킨을 좋아하고 체험 프로그램과 외출을 좋아한다. 그런데 107명에게 1년간 허용된 프로그램 진행비는 고작 1000만원 수준이다. 20명이 버스 타고 하루 외출하는 데도 200만원 이상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한사랑마을에선 내년부터 ‘힐링캠프’라는 가족 후원 프로그램을 실시한다고 한다. 시설 옆 부지에 아예 일반인 숙박시설을 짓고 가족 단위 후원자들의 ‘1박2일 기부 체험’을 유도하는 것이다. 최 부장은 “시간이 부족하다는 요청에 따라 신설했다. 가족 단위 봉사팀이 많이 찾아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금숙 한사랑마을 후원나눔부장은 “후원과 자원봉사의 손길이 더 늘어나기 위해서는 기부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사진=권욱 기자 uk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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