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뜨니 ‘펜스룰’도 급부상…“여직원과 회식 안해”

과도한 경계에 여성 배제 요인 부작용 우려
기업들 여성채용도 꺼려…남성 비율 높아져
“남성 의식 개선 및 조직문화 점검 필요”
  • 등록 2018-03-07 오전 11:34:33

    수정 2018-03-07 오후 3:19:15

최근 ‘미투’ 운동이 확산하자 남성들 사이에선 여성을 배제하는 ‘펜스 룰’을 적용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하지만 이는 성추행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되지 못한다고 전문가는 지적한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직장인 조모(38·남)씨는 최근 여성들이 나도 성추행을 당했다라고 털어놓는 ‘미투’(Me Too) 운동이 확산하자 여직원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업무상 대화를 자제하는 한편 저녁 회식도 남성 직원들과 조촐하게 갖기로 한 것이다. 이른바 ‘펜스 룰’을 직장 내에서 적용한 것이다.

펜스 룰이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2002년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언급한 철칙에서 유래했다. 그는 “아내 이외 여자와는 절대로 단둘이 식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성추행 등 구설수에 오를 수 있는 행동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아내 이외 여성들과 교류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최근 문화·예술계를 비롯해 정치계, 산업계 등 사회 전반적으로 미투운동이 빠르게 확산하자, 남성들도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성추행 사건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명분하에 펜스 룰을 확대하고 있어 여성들의 피해는 지속되고 있다.

여성들은 남성들의 이 같은 움직임이 또 다른 차별이라고 주장한다.

중견기업에 다니는 김모(26·여)씨는 “회사가 미투 운동을 의식한 탓인지 팀 회식도 뜸해졌다”면서 “며칠 전 남성들끼리 저녁을 먹는다는 소식을 듣고 난 후에는 여성으로서의 차별과 소외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펜스 룰을 적용하고 있다는 남성들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관련 게시물에는 “여직원과 함께하는 저녁 자리가 두렵다”, “이럴 때일수록 몸 사려야 한다”, “미투 운동은 예술인·정치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나도 가해자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펜스 룰이 확산하면서 기업들이 여성 채용을 꺼려하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최근 한 중견기업 신입사원 면접시험에 응한 이모(25·여)씨는 “면접 내내 여성 지원자를 경계하는 분위기가 연출됐다”면서 “면접관들이 업무역량이나 장점을 묻기보다 유리천장 등 여성 차별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만 집요하게 물어봤다”고 털어놨다.

이 회사는 지난해 신입사원 남녀비율이 거의 같았지만 올해는 남성을 여성보다 2배 정도 더 뽑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여성에 대한 과도한 경계는 오히려 여성 배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문가는 경고한다.

김수경 민주노총 여성국장은 “펜스 룰이 확산하면 회식 뿐 아니라 채용에서도 여성을 차별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직장에서 여성을 동료로 봐야지 성적 대상으로 생각하는 남성들의 시각 자체가 문제다. 무조건 여성을 배제한다는 식의 사고방식은 조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만큼 남성들의 의식변화를 이끌어 내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여성민우회 관계자는 “펜스 룰을 적용하는 것은 잘못된 방법”이라며 “여성을 배제한다고 해서 만연했던 성폭력 등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직장에서 발생하는 성추행 등은 조직 문화의 문제다. 구성원들이 공동체 문화를 발전 및 성장시킨다는 목표를 가지고, 조직을 점검하고 관련 문제들을 토론해나가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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