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사건 유족 '어머니께 드리는 글'에 김정숙 여사 눈물

  • 등록 2018-04-03 오전 11:34:38

    수정 2018-04-03 오전 11:34:38

[이데일리 e뉴스 박지혜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3일 제70주년 4.3사건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한 부인 김정숙 여사가 희생자 유족이 낭독한 ‘어머니께 드리는 글’에 눈물을 흘렸다.

문 대통령 내외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제주시 봉개동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0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 행방불명인 묘역과 추모비를 참배한 뒤 유족을 위로했다.

이번 추념식에서 가수 이효리는 4.3사건을 추모하는 이종형의 ‘바람의 집’과 이산하의 ‘생(生)은 아물지 않는다’ 등의 시를 낭독했다.

이어 이관석 희생자의 유족 이숙영 씨가 ‘어머니께 드리는 글’을 낭독했다. 이 씨는 4.3사건 당시 학교 교장이었던 아버지가 총살당하고 큰 오빠가 행방불명되면서, 한을 품고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는 편지를 읽었다.

4.3사건 최고령 생존자 등과 함께 이 씨의 낭독을 듣고 있던 김 여사는 흐르는 눈물을 훔쳤다. 문 대통령도 지그시 눈을 감았다.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3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4ㆍ3 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0주년 4ㆍ3희생자 추념식에서 이관석 희생자의 유족 이숙영 씨가 ‘어머니께 드리는 글’을 낭독하는 동안 눈물을 훔치고 있다. 오른쪽은 최고령 생존자 현경아 씨 (사진=연합뉴스)
이어 문 대통령은 추념사에서 “4·3의 완전한 해결을 향해 흔들림없이 나아갈 것을 약속한다”며 “더이상 4·3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중단되거나 후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제주 4.3은 1948년 4월 3일 제주도에서 발생해 1954년까지 7년간 이어진 무력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당시 약 30만 명의 제주도 인구 중 3만 명 이상이 희생된 사건이다.

다음은 이숙영 씨가 낭독한 ‘어머니께 드리는 글’ 전문이다.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늘 제 가슴 속에 살아계신 어머니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아픈 계절 4월에 하늘에서 내려다봤수까

굳은 신념과 열정으로 교육에 헌신하던 아버지가 4.3사건으로 끌려가 사라봉 기슭에서 소나무에 묶여 총살당하시던 날 산등성이에 맴돌던 까마귀 구슬픈 울음소리를 저 하늘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착한 사람을 왜 학살했는지 밝혀달라 누구에게도 물어볼 수 없는 마흔네 살 어머니는 시부모 모시랴 어린 것들 키우랴 울 틈 없어 안으로 불러든 울분을 밤이 되면 쏟아내는 흐느낌

‘어머니 밤에 무사 울언?’ 이 한 마디를 묻지 못하고 여섯 살 막내는 서러움으로 철이 들며 자랐습니다.

제주도 최초로 한악대를 창간하며 음악교육에 앞장선 큰 오빠가 예비검속에 끌려가 수장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던 날 ‘아이고 집안에 주춧돌이 무너졌다. 우리 어떻게 살아갈꼬’ 땅을 치던 어머니의 애끓는 통곡을 저 바다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짧은 운명 대신하여 오빠의 비석 옆에 어머니가 심어놓은 무궁화는 시대의 아픔을 잠재우며 해마다 피어나는 오빠의 영혼

4.3사건, 예비검속, 행방불명 그리고 연좌제 이 아픈 단어들을 가슴에 새긴 채 숨죽이며 살아온 70년. 이제 밝혀지는 4.3의 진실! 바로 세워지는 4.3의 역사 앞에 설움을 씻어내며 부르게 될 우리들의 희망찬 노래

죄없이 가신 님들이시여, 이 땅에 진정한 평화가 찾아오는 날 긴 세월 마디마디 맺힌 한을 풀어놓으시고 편히 잠드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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