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 문항’ 없애고 수능 변별력 확보?…'풍선효과' 어쩌나

당정협 ‘공교육 과정 내 수능 출제’ 방안 합의
“국어 익숙한 지문 출제, 수학 영향력 커질 것”
‘정시 40%’ 유지…교육당국, 변별력 확보 비상
영어 절대평가 후에도 과목별 사교육 지출 1위
  • 등록 2023-06-19 오후 4:15:40

    수정 2023-06-19 오후 7:28:46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학교교육 경쟁력 제고 및 사교육 경감 관련 당정협의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신하영·김형환 기자] 19일 당정이 ‘공교육 과정 내 수능 출제’ 방안을 확정하면서 당장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수능 변별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통령실이 “과도한 배경지식을 요구하거나 대학 전공 수준의 비문학 문항”을 공교육 외 출제의 한 예로 지목하면서 벌써부터 수능 국어 난이도 하락을 예측하는 분석도 있다. 특히 수능 영어의 경우 절대평가로 전환한 뒤에도 여전히 사교육 지출 교과목 1위를 차지하고 있어 이번 방안이 사교육비 경감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날 당정협의회서 논의된 학교 교육력 제고방안은 21일, 사교육 경감 방안은 27일 구체화된 발표될 예정이다.

수능 영향력 여전…변별력 붕괴는 곧 혼란

현재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주요 16개 대학의 정시 수능전형 비중은 40% 이상을 차지한다. 2019년 ‘조국 사태’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불공정 논란이 커지자 교육부가 학종 비중이 큰 대학들의 수능전형 비중을 다른 수도권 대학(30%)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이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능 변별력이 붕괴될 경우 수험생들의 동요는 불가피해진다. 소위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은 줄이는 대신 고난도·중난도 문항 비중을 높여 변별력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정답률 20~40% 사이의 중·고난도 문항이 늘 것”이라고 예측했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 연구소장도 “킬러 문항은 줄이는 대신 고난도 문항의 비중은 높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도 킬러문항을 배제하고도 상위권 변별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출제 기법을 고도화하기 위한 시스템을 점검할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이번 대책이 사교육 경감 대책의 일환으로 발표됐다는 점이다. 대통령실도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수능 출제에서 배제해야 한다”며 대통령의 진의는 ‘사교육 개혁’이라고 덧붙였다.

“국어 지문 쉬워치면 수학으로 풍선효과”

하지만 대입 전문가들은 특정 전형 요소의 영향력을 억제하면 다른 한쪽이 커지는 ‘풍선효과’를 우려한다. 대통령실은 “과도한 배경지식을 요구하거나 대학 전공 수준의 비문학 문항 등을 수능에서 다루면 사교육에 의존하라는 것 아니냐는 것이 대통령 발언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수능 국어에서 생명과학·물리·국제경제 등 타 교과목의 지식을 요하는 지문은 줄어들 전망이다. 대통령실이 ‘교육과정 외 출제’ 유형으로 통합교과형 지문을 지목한 만큼 교과서나 EBS교재의 지문을 활용하는 문제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력연구소장은 “국어는 익숙한 지문이 많이 나올 것으로 본다”며 “그렇게 되면 국어의 체감난이도가 낮아지고 풍선효과가 수학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올해로 시행 3년 차인 문·이과 통합수능에서 갈수록 커지고 있는 수학의 영향력이 올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인 셈이다.

수능 체감 난이도를 낮춘다고 사교육비가 줄진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2017학년도부터 수능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됐지만, 여전히 영어 사교육비가 줄지 않고 있다는 점이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지난 3월 발표한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결과’에 따르면 과목별 사교육비 지출(사교육 참여 학생 기준)은 영어가 23만6000원으로 가장 컸으며 수학(22만원), 국어(13만7000원)가 그 뒤를 이었다. 그만큼 절대평가인 수능 영어에서 일찌감치 1등급 이상의 실력을 만들기 위해 학원으로 향하는 학생이 많다는 의미다.

고교내신·논술전형 경쟁 심화 우려도

대통령이 직접 ‘교육과정 내 출제’를 언급하고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에 대한 감사까지 착수하면서 상위권 변별력 저하는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도 많다. 이로 인해 수능최저학력기준(수능최저)을 충족하는 학생이 늘어나면 수험생 간 경쟁은 고교내신·논술전형으로 확대될 수 있다.

특히 대입 전문가들은 최상위권 변별력 저하와 이로 인한 의대 쏠림 심화를 우려한다. 임성호 대표는 “최상위권 학생들 사이에선 조금만 더 노력하면 의대에 갈 수 있을 것이란 기대심리가 생길 것”이라며 “특히 지방 의대로 진학한 학생들은 1~2문제만 더 맞추면 서울 소재 의대로 옮길 수 있다는 기대가 작용, 반수·재수생이 늘 수 있다”고 했다.

남윤곤 소장도 “수능이 쉬워진다면 대학 네임밸류를 높이려는 학생이 늘어날 수 있다”며 “쉬운 수능이 반수생·재수생을 모두 늘리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실제 수능에선 난이도가 어떻게 형성될지 예측이 어렵기에 수험생들은 난이도에 연연하지 말고 공부한 만큼 실력에 부합되게 성적이 나온다는 믿음을 갖고 학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교육부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외고) 존치와 사교육 경감 대책을 구체화한 방안을 이달 중 발표한다. 이주호 부총리는 이날 당정협의회에서 “학교 교육력 제고 방안은 21일, 사교육비 경감 방안은 27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칸의 여신
  • '집중'
  • 사실은 인형?
  • 왕 무시~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